양가감정 사이에서 깊어지는 마음
어젯밤,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 익숙한 감정이 올라왔다.
'고마운데, 밉다.'
두 감정이 동시에 올라오니 마음이 잠시 멈췄다. 그는 나를 위해 늘 애쓰는 사람이고,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툭 던진 한 문장이 내 마음을 긁고 지나갔다.
“좀 서운할 수도 있는 말인데요. 여보는 늘 순서가 거꾸로 되었어요. 공부하고 책 준비하고… (그보다 먼저 수익을 높이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의 의도도, 그의 상황도 안다.
현실적인 부담과 가장이라는 압박,
'나 너무 힘들어 지쳐'를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도 안다. 불안한 마음도 느낀다.
그럼에도 서운했다.
속으로 자꾸만 되뇌어졌다.
'왜 서운한 거지..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안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살아내고 있어서였을까?'
'고마움과 미움이 동시에 올라오는 건 내가 그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
그리고 그 순간 알았다.
이건 내가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나와 남편은 참 다르다.
그 다름 때문에 결혼 10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서로를 새롭게 배운다.
나는 이상적인 그림을 먼저 그리는 사람이고, 남편은 현실적인 시각으로 결과를 본다.
3년 전 나의 실패로 인한 부채가 있었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남편 덕이었다. 그래서 고맙고, 미안함이 늘 크다.
남편의 버팀으로 내가 창작과 공부를 하고,
나의 안정된 정서로 남편이 쉬어가게 돕는 곳.
그리고 그 고마움을 말보다 행동으로 표현해 주는 남편. 그게 우리 집이다.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남편의 불안도, 자존심도, 표현의 미숙함도 내가 대신 고칠 수는 없다는 사실.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이유로 내 마음까지 다치게 둘 필요는 없다는 사실. 사랑은 상대의 마음을 고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
그래서 오늘 나는 나를 먼저 돌보기로 했다.
도서관으로 나와 다이어리를 펼치고, 내가 느낀 감정을 조용히 적었다.
“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아팠을까?”
“왜 이 말이 나를 멈추게 했을까?”
“무엇을 지키고 싶을까?”
쓰다 보니 알게 되었다.
나는 남편이 미운 게 아니라, 단지 열심을 다해 살아내는 내 마음이 다치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라는 걸.
그리고 오늘, 아주 단단한 결론 하나에 닿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할 수 있는 것’뿐이라는 사실. 열심히 공부하고, 창작하고, 세상에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가는 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나에게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길이다.
훗날 그도 나도 웃을 수 있게,
오늘도 고마움과 미안함을 안고,
나는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이 또한 사랑이다.
새로운 배움을 느끼는 시간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