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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울 Oct 29. 2020

만두와 찐빵

마음에 묻기로 해

2년여 전쯤 나는 친한 친구였던 JS의 부고를 들었다. 나의 친구들 중에 세상을 떠난 이는 그 아이가 처음이었다.


JS와의 기억은 특별했다.

첫 입사한 직장에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게 된 친구는 외모로 일단 좌중을 압도하는 친구였다. 긴 머리에 늘씬한 몸매, 하얀 얼굴은 꼭 티브이에서나 볼 수 있는 연예인 같았다. 예쁘지만 도도한 이미지였던 그 친구가 의외로 내게 처음 말을 걸었다. “나 사실 되게 착해!” 그 말로 우리는 중학교 친구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깔깔거리며 하루 종일 웃듯이 빵 하고 웃어버렸다. 나는 경계심을 허물었고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우리는 옆 자리에 앉아 서로의 인생의 역사와 하루의 소소한 일과까지 시시콜콜 나누게 되었다. 점심시간에는 우리는 조용한 카페에 앉아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또 나누고 있었다. 그 친구는 머리가 좋고 업무 능력이 뛰어나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나와는 달리 매우 솔직한 성격이라 사람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있었다. 그런 그녀는 나에게는 작은 영웅이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그녀와 달리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저 평탄한 사람이었던 나는 자리가 멀어지면서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마치 학창 시절 새 학년이 되어 서로 다른 반으로 배정받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소원해지는 것처럼 우리는 차츰 거리가 생겼다.


시간이 조금 흘러 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에 사직서를 낼 결심을 했고 나의 작은 영웅, 친구는 지방으로 발령이 나며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식에도 그렇게 빛이 나던 친구는 곧 딸을 가졌고 우리는 가끔씩 서로 꿈에 나왔다며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나도 결혼을 하여 아이를 낳았고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나눈 게 마지막이 되었다. 그녀의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간다고 이제 많이 컸다고 기뻐하던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


아직도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한 슬픔이 내 마음에 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는 종종 그녀의 생각을 하곤 한다.


언제나 우리는 이별을 준비한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 오랫동안 정든 반려동물과의 이별, 늘 서로의 마음을 나누던 벗들과 크고 작은 이별을 맞을 그 순간이 올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시간을 알 길이 없는 우리는 언제나 오늘의 나의 눈길, 내가 뱉은 말들이 어떤 사람과의 마지막 대화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 대화는 아픔으로 기억에 남았지만 우리가 함께 했던 모든 이야기들은 내 마음에 소복이 자리 잡아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내 가슴에 길을 내고 그 길에는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가 유유히 길을 따라 흐른다. 나는 자연스레 그 길을 걷기로 한다.


소설을 좋아했던 그녀의 별명은 찐빵이고 수필을 좋아했던 나는 만두, 우리는 언젠가 꼭 만두와 찐빵이란 이름으로 함께 책을 내자고 약속했다.

첫 사회생활이었지만 그녀를 만남으로써 나는 얼마나 순수한 시간들을 선물 받았던가. 어른이었지만 어른이 아닐 수 있었던 시간.

 

그녀가 마지막에 더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 그 말을 상상해본다.

나지막히 그녀를 부르고 대화를 나누어 본다. 내 마음의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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