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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울 Oct 29. 2020

나를 보고 너를 보다

제대로 바라보기


내 나이 마흔 즈음되니 다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그리고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러나 지난 세월 동안 나는 약하고 아픈 사람들을 보면 속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오래전 지인 중에 우울증을 앓던 사람이 있다. 그는 남들이 보기에는 멋진 삶을 살고 있는 듯했는데 알고 보니 남들의 기대에 맞춰 하루하루를 자신을 채찍질하며 혹독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 그의 삶은 어느 누구의 삶보다도 진실하고 편안하다.  


그 당시 그를 바라보는 나의 눈은 어땠을까?

나는 그를 나약한 사람으로 판단했다. 그를 이해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려고만 했다.


얼마 전까지 나는 가벼운 우울증을 앓았다.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픈 걸 모르고 병원 투어를 많이도 했다.

의사들은 말했다.

“조금 쉬어보세요. 마음의 여유를 갖고요.”

그때 나는 알았다. ‘내 마음이 조금 힘겨웠구나.’

그 시간이 견디고 나는 아픔에 조금은 ‘공감’하고 있었다.


그때 그는 하루에 대부분을 운동에 매진했는데 옆에서 보면 과하다 싶을 때가 있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집착도 병이야.’

하지만 지금 나는 비로소 그때 그가 아주 대견하다. 그가 운동을 위해 집 밖을 나서는 것은 그로서는 실로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가 아팠고 그가 애썼고 그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는 친구에게서 그 말을 들었다.

“애 밥도 세끼 차려주고 너 하고픈 글도 쓰다니 너 대단한 거야. 너 지금 힘들잖아. 애썼다. 애썼어.”


마음의 목구멍에 박힌 가시를 빼낼 때 찌릿하면서 아프지만 그 후에는 얼마나 후련한가.

잘 살려고 애쓰는 나의 모습을 누군가가 진실하게 바라보아주는 그 찰나에 나는 숨이 트이게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진실한 사랑의 눈길이 필요하다.


세상을 향해 온몸을 다해 부딪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안다.

그는 스스로 아픔을 치유하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이의 숨통을 조금 트이게 해 줄 수는 있다.

우리 모두가 모두에게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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