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코로나로 인한 일상

by 민지울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나는 나에게 말을 한다.

"더는 못하겠어, 정말"

도와줄 사람 없는 타지에서 어린이집 만이 나의 살길이라며 작년부터 아이를 보내고서 조금 편해지기 시작했는데 가정 보육하는 날이 더 많은 한 해 동안 나는 이 말을 무심결에 내뱉고 있었다. 사내아이라 그런지 몸으로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종일 돌보며 나는 그간 조금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살만한 시간이었는지 느끼고 있었다.


올해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나도 부모님을 찾아본 지도, 근교 사는 언니네를 본지도 오래되었다.

대가족 모두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던 것이 언제였던가.


올해의 1월, 2020년을 축하하며 모두의 행복과 건강을 빌던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새해를 맞아 16명의 대식구가 빠짐없이 모여 앉은자리, 부엌에 모인 여자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남자들의 오가는 술잔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저녁 풍경이 고스란히 마음에 저장되어있다.

부모님의 편안한 미소, 조카들이 떠드는 소리, 생일 케이크에 켜진 촛불을 끄기 위해 벌어진 전쟁, 조카들에 둘러싸여 갖 두 돌이 된 아들이 뛰놀던 모습.

그 날 그 시간 이후 가족 모두 빠짐없이 모이는 날은 없었다. 누군가는 조심해야 했고 누군가는 배려해야 했던 시간들이 흘러 계절의 끝에 서있는 오늘. 우리 모두 한 마음이지 않을까?

나는 모두가 그립다. 나는 옛날이 그립다.


한 해가 좀 불만족스러워도 12월 24일 저녁을 기다리는 설렘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얼마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는 조금 다르다. 더욱 고요히, 더욱 마음으로만 맞이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올해의 성탄.





코로나.

세 살배기 아이 입에서 종종 '코로나'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어른들이 하는 말들을 유심히 듣는 요즘, 코로나가 우리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아이는 안다.

얼마 전 감기를 앓은 아이가

"엄마, 나 코로나 때문에 아픈 거야?"

라고 물을 때 나는 속으로 너무 놀랐다.

“무슨 소리야. 코로나 저 멀리 가라고 했어. 엄마가 저 멀리 보냈어. 코로나야 안녕!”

아이도 덩달아 말한다.

“코로나야, 안녕!”

정말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저 멀리 쫓아 보내고 작별을 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는 집을 나서기 전에 걸어둔 마스크를 스스로 가져와 목에 건다.

그리고 문을 열기 전에 마스크를 꼭 씌어주기를 기다린다. 코 밑에라도 내려갈라치면 “이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한다.

나는 코 위로 꼭 올려 준다.

네가 이 마스크를 벗을 날 얼마나 자유로울까.

그런 날이 곧 올 수는 있을까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다시 가정보육이 시작되었다. 나는 심심해하는 아이를 위해 하루하루 계획표를 짜서 움직이려고 하얀 종이를 꺼내었다. 나도 모르게 종이 위에 적어 내려 가는 말.

“너무 힘들다.”

나보다 힘든 사람이 더 많아서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긴 미안한 말.

단체 채팅방에서 요즘 들어 괴롭다, 힘들다, 지친다, 지겹다, 답답하다... 는 말이 더 자주 보인다.


엄마가 보내주신 한마디에 다시 이 자리에서 힘을 내어 보기로 한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언젠가 웃으며 이 시간을 추억하는 시간이 올 거야.


우리가 무심코 함께 한 시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

우리가 무방비로 서로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누며 웃던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가!

나는 서로를 보지 못하는 지금, 지나간 추억 하나하나를 꺼내어 본다.


온 세상이 함께 하는 이 고통 뒤에 온 세상이 함께 하는 큰 기쁨을 우리는 볼 것이다.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니 우리 힘을 내자.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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