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숨고르기를 하는 나에게

by 민지울

열을 올리며 쓰던 글을 멈췄다.

한 숨 쉬자고 잠시 멈췄는데 그 한숨이 흘러 한주가 지나도록 나는 글을 쓸 생각이 없었다.

아니 실은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두려움이 많던 나는 내 아이는 그와 같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엄마가 된 후 나도 일단 해보기로 했다.

뜨거운 꿈을 마음에 품고 있어도 첫 발자국을 내딛지 않은다면 그 꿈도 결국 침잠하리라는 것을 아니까.

그런데 그렇게 딛은 첫발자국 후에 한참을 나는 글 앞에서 서성였다.

문도 못 두드린 채.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금요일 하루 내게 모처럼 주어진 휴가

신청자는 나.

엄마라면 다 알겠지만 세 살 아이를 키우는 주부가 하루 휴가를 얻는 것은 직장서 휴가를 신청하는 것처럼 쉽지가 않다.

한 명뿐인 동료, 아기 아빠는 일하느라 바쁘니 할머니의 손을 빌려야 했다.

이 휴가를 다시 반납해야 할지 고민하던 나는 결국 밀고 나가 호젓한 숲 속에 있는 숙소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혼자라는 어색함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무작정 외투를 걸치고 숲 속 호수로 발길을 향했다. 호수의 둘레길을 따라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조금 전만 해도 목적도 일정도 없던 나는 놓인 길을 따라

걸음걸음 내딛는다.

사람들의 대화, 아이들의 노랫소리,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정적 속에 놓인다.


처음에 나는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을 외면했고,

마땅히 둘 곳 없는 어색한 두 손을 주머니에 숨겼다.

호적한 카페를 발견해도 아무 일 아닌 듯 서성이다

커피 냄새를 뒤로하고 터벅터벅 다시 걸었다.


계속되는 발걸음에 머릿속 생각들도 쓸려나간다.

나는 그저 걸었다.

숨이 조금씩 차올라오지만

주위의 가을 풍경은 나의 발길을 재촉한다.


처음 가보는 길.

홀로 나는 찾아가고 있었다.

하루만큼의 내가 찾고픈 길을


그렇게 무사히 호수의 문을 돌아 나올 때

문득 제목이 생각났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몰랐다.”


나는 숙소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지된듯 움직이지 않던 내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이고 글자가 하나 둘씩 새겨진다.

마침내 나는 글의 매듭을 위하여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나는 우리의 삶이 이 글쓰기와, 여행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에 무척이나 동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종종 멈추어 쉴 나의 아이에게 할 말을 기억해 두기로 했다.

조금 후에 길을 나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숨고르기와 다정한 격려뿐일 것이니 말이다.


[서성이는 너에게]


조급한 마음으로 너를 다그칠 필요도, 실망한 마음으로 모두 내려놓을 필요도 없어.

왜냐하면 너는 지금 곧 속도를 내기 위한 숨고르기 중이거든.

엄마도 자주 그랬어. 그러니 걱정마.

충분히 머뭇거려도 되.

조금 후에 너는 길에서 멋지게 속도를 내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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