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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울 Oct 15. 2021

글써서 뭐하나요?

글을 쓴다는 것은 참 좋다. 

매일 새로운 페이지에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하루, 하루 사이에는 잠이라는 공백이 있다. 

잠을 자고 난 후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니까. 

내가 하는 일, 나의 역할, 내 삶에는 매일의 잠보다 더 효과적인 전환은 없는 듯하다. 


아니, 정말 그럴까?


가장 좋은 방법을 나는 글에서 찾았다. 글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글을 읽으면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까 어쩌면 둘은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아까부터 글을 썼다 지웠다 했다. 

'너, 다시 잘 쓰고 싶은 병이 도졌나보구나?'

예전에는 글을 말았넣었을 텐데 이제는 완전히 새로 쓴다. 

아무렇게나 써야 가장 나다운 글이라고, 나를 치유하는 글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잘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좋게 생각하면 내가 아주 인간다운 것이겠지.


그래서 글은 참 좋다. 그냥 쓰다 망치면 안쓰면 그만이다. 그리고 다시 새롭게 쓰면 된다. 

내 안에 생각들이 얼마나 많이 떠도는지 정말 미지의 세계이다.

하나의 생각을 좇아가다보면 오늘은 어려울 것 같던 글도 한편을 쓰게 된다. 


최근에 출판사에 투고를 하면서 마음을 많이 졸여서 그런가. 

더 이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분간 좀 쉴까?'

'커피를 제대로 음미도 하고, 진짜 산책다운 산책도 하고, 아이랑 제대로 된 마음 맞춤도 해주자!'

그런데 말이다. 자꾸만 책상에 앉게 된다. 그리고 노트북을 펼치게 된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쓰고 있다. 

어느새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나 보다. 


최근에 출판사에 투고하는 과정에서 거절 메일을 수없이 확인하다 보니 조금 세워진 자존감이 깎여가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다행히 현재 상황, 출판사 한 곳과 이야기되었고 계약서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오늘 계약서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책을 내어서 무엇을 할 거야?"

"글을 써서 밥벌이가 돼?"


가끔 듣는 질문이다. 어쩌면 내 마음 안에서 올라오는 질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글 쓰는 것은 너무 좋잖아. '

이제는 이 정도 말할 깜냥은 된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일 내 생각을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법이다. 때로는 예쁜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흉측한 사진도 나온다. 

그래도 사진은 언제나 다시 찍을 수 있는 것처럼 글도 다시 쓸 수 있다는 것. 

게다가 글은 사진보다 훨씬 더 창조적이라는 것.

언제든 매일 쓰기만 한다면 나도 내 n번째 책을 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언제나 조급함이 문제다. 아니 조급함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도 문제다.

출판사의 거절 메일도, 계약서가 도착하기 전 별의별 상상을 다 하면서 스스로를 고문하는 일도 그냥 다 지나갈 일인데 말이다.


"서툴러도 괜찮다가 아니라 서툴러서 괜찮다." 

"그래서 참 인간답다."

그냥 이렇게 말해주면 안될까? 내가 나에게 말이다. 

완벽하려고, 자꾸만 잘하려고 노력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느끼면서. 

그냥 내 부족한 마음도 인정해주면 참 좋겠다. 

그래도 괜찮다! 서툴러서, 조급해서 괜찮다. 뭐든 괜찮다. 

그냥 한걸음 한걸음 가고 있고, 숨 쉬고 있고, 살아가고 있으니 괜찮다. 


자. 

쫄지 말고 오늘도 메일함을 열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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