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십에 취미 찾기
초등학교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할 때까지 꼭 1년에 한 번 씩은 특기와 취미에 대한 질문을 받아온 것 같다. 이렇게 꾸준히 받는 질문에 꾸준히 답을 못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심지어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저 두 단어는 너무나 헷갈려서 매번 사전에 뜻을 찾아야 했다. 나는 절대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었는데도!
어쨌든 나는 특기도 취미도 딱히 없어서 그 답변도 매번 바뀌었는데, 주로 그 시기에 학원에서 배우던 '플룻', '서예' 같은 예체능에다 친구들이 많이 적어내는 '독서', '산책' 정도가 더해져 그 후보가 되었다. 아빠는 항상 예체능을 배워둬야 어른이 되었을 때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며 학원을 여기저기 보내주셨다. 그 중에서도 플룻은 취미란의 터줏대감으로, 피아노보다는 잘 치기도 하고 왠지 있어 보이는 것 같아 애용했다. 사실은 연습 숙제도 다 하기 힘들어 포도송이에 가짜 꼽표를 그려 가기 일쑤였지만. 서예는 나름대로 잘하기도 하고 꽤나 즐겼지만 학원에 가야만 몰두하는 정도였지, 더 하고싶다는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다. 게다가 산책? 나는 추운 것도 더운 것도 싫어해서 야외활동이라고는 질색팔색하는 어린이였다.
이렇게 거짓부렁만 써내다보니 나는 자연스레 특별한 취미를 찾지 못했고, 여지껏 취미에 대한 질문을 들으면 눈알을 굴리며 "글쎄..." 라고 대답해왔다. 그래도 취미가 없다는 게 큰 문제였던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는.
입사한 지 겨우 2년 째이지만 미혼 월급쟁이의 인생에서 취미가 있느냐 없느냐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결혼을 했다고 해서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꿈에 그리던 직장이라 해도 매일매일이 온전히 나의 발전을 위한 시간은 아님을 깨달으면서, '출근-잠-출근-잠'이 얼마나 불행한 반복인지 실감하면서, 취미는 갑자기 중요해졌다.
취미라도 있어야, 나의 삶은 소명 의식(먹고 살기)과 개인 행복 사이의 외줄타기가 될 수 있다. 취미조차 없으면, 월급을 넣으면 노동이 뽑히는 인간 자판기가 될 것만 같은 것이다. 오늘은 기어코 '회사에서 술 이외의 취미 생활은 용납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듣고야 말았다. 부들부들.
하지만 죄송하게도 나에게 술은 특기일 뿐 취미는 아니기 때문에 탈락이다! 술을 제치고 열심히 찾아 추려진 취미 후보는 플라잉요가와 만인의 취미 독서. 그런데 사실 플라잉요가는 집에서 하기가 힘들고, 집에서 하기 힘든 취미 활동은 야근과 게으름 앞에서 무너진다. 플라잉요가를 7개월 째 하면서도 아직 '내 취미는 플라잉요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독서도 물론 좋지만 사실 찔리는 구석이 있다. 책을 정말 좋아하고 많이 읽는 사람들에 비해 책 좋아한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다독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래도 취미 후보조차 없던 때에 비해 이만하면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이제 막 시작한 것도 취미일 수 있다면, 새로운 내 취미는 '브런치 끄적이기'다.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잠을 줄여가면서라도 계속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 진짜 취미가 아닐까, 요즘 생각한다.
밥 먹고 잠자는 것처럼 당연한 취미를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