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칠레 워킹홀리데이 23. 봉사
지난번 한국 대사관 주최 워홀 세미나에 참석해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 세미나 장소였던 중앙대학(La universidad Central) 내에 있는 한국어 강좌를 운영하신 교수님을 통해 ayudante(수업 도우미)를 신청했다. 이 곳은 우리나라의 연세 학당 같은 대학 내 어학당 개념이라고 보면 되는데, 세종학당 수업과 더불어 이 곳 칠레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강좌가 한국인 교수님 두 분이서 운영 중에 있었다. (현재는 어학당에서 한국어학과로 승격해 남녀노소 외부인들이 들을 수 있었던 수업은 사라졌다)
평일 화, 수, 목, 금 저녁 6시 - 9시 / 주말 토요일 오전, 오후 수업이 진행되고 중앙대학 내 학생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이나 배우고 싶은 현지인들은 다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나 역시 칠레에 와서 가장 먼저 계획했던 건 바로 한국어 과외였다(배운 게 도둑질이라 했던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하지만 아무런 플랫폼과 친분이 없던 나는 수요자들을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한국어 강좌를 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학기 한국어 교실 ayudante(도우미)를 신청했고, 개강하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접하게 해 주고 서로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한다기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참석했다.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와서 더 놀랐다. 친구 할 칠 레인들이 여기 다 모였구나! (실제로 교수님도 봉사의 개념보다는,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나도 언어적으로 도움을 받는, 서로를 위한 활동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셨다)
< 대학 명 및 주소>
Central University of Chile 산티아고 중앙대학
Toesca 1783, Santiago, Región Metropolitana, 칠레
11시부터 시작이지만 30분 전에 도착해 활동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교수님들이 준비해오신 윷놀이, 제기차기 / 한복 입기 체험 / 캘리로 한국 이름 쓰기 등 파트로 나눠 준비했다. 이 날 처음으로 칠레인 ayudante 친구들과도 인사했는데, 지난번 강좌에 들었던 칠 레인들 중 희망자에 한 해 한국인 ayudante들과 같이 수업 보조 도우미로 활동하게 된다. 다들 한국말도 능숙하고 영어도 잘하는 인재들이었다.
학교의 배려로 야외 공간 모두를 활용해 마치 운동회를 방불케 할 만한 학생들은 입구에서 간단한 한국어 회화를 익힌 후,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했다. 난 비루한 캘리 실력으로 한국어 이름 써주기 코너에 혜민이랑 있었는데, 지난번 아시아 문화축제 때 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친구들 이름을 한국어로 써줬다. 연신 Que bonita를 외치며 기뻐하니, 뭔가 뿌듯하다.
한 편에는 대사관 등에서 얻은 한복 여러 벌로 입어보기 체험 코너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생각보다 꽤 많은 종류의 한복이 있어 놀랐다. 몇 시간 동안 사람들의 한복 입기를 도와준 유학생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 외에도 kpop댄스 배워보기, 윷놀이 및 제기차기, 대학 때 하던 게임들 등 한국인 칠레인 모두 동화돼 말 그대로 재밌게 놀.았.다.
그 와중에도 칠레인들의 특징을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대단한 열기 속에 퀴즈로 골든벨 시간을 가졌더랬다. 겉으로는 무척이나 쿨 해 보이고 좀처럼 남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고, 경쟁에 대해 무딘 줄만 알았던 칠레인들이 번번한 상품 하나 없는 이 퀴즈에 어찌나 불을 내뿜던지.. 모두에게 1등을 주지 못 해 미안할 정도로 격해지기도 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해 관심과 더 큰 사랑이 아녔을까.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게 될지 기대됐고, 나중에 나오겠지만 이 곳에서 처음 한 칠레인을 만나 그의 집에 머물게 되는 역사적인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