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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업데이트 제대로 쓰기

매 달 스타트업 투자자와 신뢰 쌓는 첫 번째

자기반성

2017년 뷰티패스를 창업했을 때 감사하게도 좋은 기회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의 부족함으로 인해 그 기회를 사실 놓친 것과 다름없다. 글로벌 및 국내 유수 엑셀러레이터 투자기관에서 훌륭하신 창업 선배님들께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에는 프리 A 규모로 다수 창업 선배님들께서 엔젤 투자까지 해주시며 도움 주셨다. 그러나 내가 그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어떤 점이 가장 큰 실수였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결국 투자자와 회계 경영적 투명함을 티키타카 하듯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때 당시에는 주주들이 어려웠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잘되는 이야기만 해왔다. 나쁜 이야기는 혼자 책임지려 했고, 혼자 끙끙거렸다.


그러다 보니 주주들은 우리 회사가 잘 되는 줄로만 알았고, 재무적으로 현 상황이 어떤 것인지 또는 팀에 별 이슈는 없는지, 서비스는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공유받지 못했다. 그게 나의 큰 실수였다. 그렇게 신뢰를 잃자 많은 부분에서 다시 신뢰를 쌓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현재 다시 도전하고 있는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은 창업 직후 빠짐없이   모든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회사의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명도 빠짐없이 모든 주주들과 상당히 견고한 신뢰 관계를 만들고 있다. 그럴  있었던 것은 정말 쉽다. 욕을 먹더라도 나의 개인적인 이슈까지 모든 것을 투명하고 솔직하게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기존 주주와 신뢰 쌓기

매 달 노션을 통해 주주들에게 회사의 업데이트를 보낸다.

그러한 의지로 업데이트를 매 달 정리해 공유한 덕분에 지금도 자금이 부족하면 팔로업으로 후속 투자를 해주시겠다는 주주이자 창업 선배님들이 계시다.


또 힘들다고 하면 술 사주시고, 밤새는 사무실로 야식을 들고 찾아와 응원도 해주신다. 또 IR 덱을 만들지 못했을 때는 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창업 선배님을 엔젤 주주로 모실 수 있었다.


나는 이 업데이트 템플릿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대학생 창업가가 주주들과 투명하게 많은 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공유하기 시작할수록 주주분들과 더욱 끈끈해질 수 있고, 또 자기 객관화를 유지하며 회사를 키워낼 수 있어 좋은 장점이 가득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많은 대학생 창업가도 그 점을 공감하겠지만 어떤 형태로 정리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해 템플릿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는 우선 월말 평가를 스스로 해본다. 자유롭게 투자자에게 이번 달을 요약해서 내 견해를 담는거다.

나 개인적으로 8월은 "큰 그림을 그리며 자체 생존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7월은 "우와 자생 조짐이 보인다. 8월이 기대되는?"이라고 평가했다. 6월은 "더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데 돈이 없다. 직접 자생해야겠다. 무조건 자생해야 한다."라고 작성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Sales에 큰 관심을 갖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3월부터 5월까지는 어떻게 스스로 월말 평가를 했을까?


3월은 "조직과 제품의 점검과 개선이 있음. 팀빌딩이 완성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음. 지금 시기를 견뎌야만 큰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 믿음."으로 작성하였고, 4월은 "암묵지에서 학습과 경험으로 체화한 4월"로 평가했다. 5월은 "가입 방해 요인을 꼼꼼히 제거하는데 집중"이라고 작성했다.


3월부터 5월은 조직과 제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학습과 동시에 성장을 이뤘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시 업데이트 내용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월말 평가 이후에 4 Takeaways (Summary) 로서 4가지를 정리해 요약했다.


1. Sales (매출)

2. Growth Number (사용자)

3. Runway (생존 가능 기간)

4. IR (현재 투자 미팅 상태)


* 물론 4가지의 경우 각 회사마다 중요하게 보고 있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첫 번째로 우선 Sales를 먼저 작성하는 편이었다. 거래익과 매출 총이익을 나눠서 그래프를 만들었다.

결국 회사는 스스로 돈을 벌어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사실 조금이라도 더 떳떳하게 맛있는 거 먹고 친구들이랑 놀고 싶기도 했고..)


두 번째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Growth Number를 이야기했다.

한 달간 몇 명이 증가됐고,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어느 정도 성장인지를 객관화해서 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매 달 전달 대비 더 많이 사용자를 모았지만, 8월은 매출에 신경을 쓰면서 시소처럼 사용자 가입을 상대적 집중하지 못했고, 그래서 조금 아쉬운 추세였지만 최선을 다해보려고 노력했다.


세 번째로는 Runway를 계산한다. 우리가 이번 달에 얼마를 총지출했고, 돈을 번 것까지 계산하면 손익은 + 얼마인지 (또는 - 얼마인지) 정리한다. 통장에는 얼마가 남았는지까지 Summary에서는 1만 원 단위로 정리한다. 주주들은  Summary 내용만 보더라도 대충 이 팀이 얼마를 쓰고, 얼마가 손익이니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겠구나 계산할 수 있게 된다.



네 번째로는 현재 만나고 있는 투자 기관은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지, 어디서 투자가 거절됐고, 어떤 이유로 거절됐는지 간단하게 정리한다. 또 어디를 현재 계속 팔로 업하며 만나고 있는지도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 주주들이 현재 팀이 다음 라운드를 위해 계속해서 어떤 새로운 VC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수록 VC 중 지인이 있다면 먼저 레퍼런스를 구해주기도 하고, 더 도움을 주신다.


마지막으로 How you can help / answer를 통해 다음 달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정리했다. 때로는 투자에 대한 이슈, 재무에 대한 이슈, 개발에 대한 이슈, 특정 포지션에 대한 팀원 추천 요청, 레퍼런스 체크 요청, 사소하게는 읽을만한 창업과 관련된 책을 추천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소한 것도 나와 팀, 서비스에 필요한 것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았다. 개발자 출신의 창업 선배님이자 주주분께는 개발자 채용할 때 면접 질문을 묻기도 하였고, 코드 리뷰까지 받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4 Takeaways (Summary)를 정리하면, 하나씩 다시 한번 세부적으로 정리해본다.


Money Issues는 말 그대로 거래액, 부가세, 정부지원금, 제조비, 배송수수료, PG사 수수료, 인플루언서 콘텐츠 고료, 인건비 등 세부적으로 표를 통해 액수를 작성하고, 거래액과 총 손익 계산, 총 지출액 등을 그래프를 통해 시각화했다.


또한 이를 통해 +- 손익을 계산하고, 각 항목별 이윤과 지출을 한번 더 정리한다.

세부 이윤 및 지출 정리를 누르게 되면, 아래와 같다.

Loss의 경우 사진에는 누락됐지만, 외주 수수료 비용이나 마케팅 비용, 출장비, 교통비, 접대비, 식비, 음료비, 사무용품비, 알림 톡 발송비, 소모품비 등을 분류해 비용을 산정하고, 비고란을 통해 이게 정확히 어떤 것에 쓰게 된 것인지 기록해뒀다.


그 뒤로는 앞으로 생존 전략과 현 상태를 통해 최악의 상황에는 언제까지 생존이 가능한지 작성했다. 현재 버는 돈과 까먹는 돈을 바탕으로 기간을 산정하고, 대출 및 투자 라운드 등의 계획을 정리해 작성해본다.


그다음으로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의 가입자 숫자와 신규 유저 수를 그래프를 통해 표기한다. 미어캣은 11월 출시 6개월간 가입한 것보다 5월 한 달간 가입이 많았고, 5월 한 달간 가입보다 7월 2주간 가입한 게 더 많았다. 그 추세를 계속 유지시키려 했으나, 그렇게 지키지는 못했다. 그럼 그렇게 투명하고 솔직하게 쓰는 거다.


그 뒤로는 이번 달 업데이트 내용을 정리한다. 기술적, 서비스적으로 어떤 개선을 이뤄내고 있는지 정리해 기록해둔다.


그 뒤로는 마케팅을 위해 제작한 이미지, 동영상 콘텐츠 소재를 정리한다.

주주분들께서 마케팅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공유하기 시작하면, 마케팅과 A/B 테스트, 전환율을 끌어올리는데 고수이신 창업 선배님께서는 어느 날 업데이트를 읽다가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 전화가 오신다.


그래서 함께 줌으로 애널리틱스부터 여러 가지 툴들을 켜놓고 같이 숫자를 보기도 한다.

덕분에 1명을 가입시키는데 들어간 비용을 600% 효율을 낼 수 있는 전략을 알게 됐고, 또 우리 마케팅을 함께 점검해볼 수 있었다. 비용을 얼마 쓴게 중요한게 아니라 1명을 가입시키는데 들어간 비용이 어떻게 되고, 각 전환 단계마다 지출된 비용을 보며 어느 단계에서 누수가 일어나는지 함께 계산해보는 연습을 해본다.


마지막으로는 커머스 그래프와 팀 이슈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다. 주주 분들은 전화로 왜 이 포지션이 퇴사하는지, 새로 합류하는지, 인건비는 얼마 정도 드는지 들어보시고 각자 다른 의견을 주시기도 한다. 어떤 분은 일자리 지원사업을 소개해주시고, 어떤 분은 퇴사하는 포지션에 맞춰 새로운 분을 소개해주시도 한다.


정말 주주 업데이트를 쓰고 공유하고, 주주 업데이트 내용을 바탕으로 주주분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기 시작하면 나 혼자만 회사를 소중히 생각하고 책임지는 게 아닌, 주주분들과 함께 다 같이 고민해보고 함께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 큰 감사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결정은 나에게 믿고 맡겨주시고, 이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무수히 많은 실수와 어린 행동들을 했지만 계속해서 옆에서 뼈 때려주시면서 함께 작은 성공을 만드는 연습을 동참해주시고 계신다.


때로는 주주분들께 너무 세게 뼈를 맞기도 한다.

18살일 때 함께 일했던 콜버스 랩 박병종 대표님 (현 우리 회사 주주!)께 이런 코멘트를 받기도 한다.


때로는 주주분께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받지면, 모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기분이다. 뼈가 아프고 마음도 아프지만, 결국 나와 팀을 위한, 서비스를 위한 피드백인 것을 알기에 계속해서 아프더라도 듣는 연습을 하고 있다.


주주분들과 신뢰도 높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투명해야 하고 진솔해야 하며, 부단히 팀과 제품에만 집중해 나 스스로에게도 주주들의 돈을 쓴 것과 관련해 떳떳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품으로 어느 정도 숫자를 증명도 해야 하는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주주들이 우리 회사와 함께 한다는 느낌을 계속 주기 위해 매 달 업데이트를 최대한 많은 부분에서 공유하고, 질문하고, 스펀지처럼 흡수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내 주변 20대 초 창업가도 주주분들과 관계를 위해 노력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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