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데일 패러독스
제임스 스톡데일(1923~2005년)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미군 장교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1965년 자신이 몰던 전투기가 격추돼 호아로(Hoa Lo) 수용소에 갇혔다. 7년 반 수감 생활을 한 스톡데일은 90cmx 275cm 독방에 4년 동안 갇혀 살았고 숱한 고문을 당했다. 수용소 측이 전쟁 포로들을 잘 대우해 주고 있다는 선전 영상을 찍으려고 하자 자해를 하면서 맞서기도 했다. 포로에서 풀려난 스톡데일은 중장으로 예편했으며, 1992년 대선에서 제3후보 로스 페로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스톡데일은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본 태도를 살아 남은 비결로 꼽았다. 다른 동료들은 “나는 크리스마스 전에는 나갈 수 있을 거야” “추수감사절 이전에는 나갈 거야”라고 ‘희망고문’만 하다가 다시 크리스마스를 맞자 상실감 속에 죽어갔다고 그는 증언했다(제임스 콜린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스톡데일은 “결국엔 이기겠다는 믿음과 현실의 가장 가혹한 사실들을 절대로 혼동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미래를 낙관하되 현실은 냉정하게 바라보라는 의미에서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표현을 콜린스는 처음 사용했다. 우리말로 바꾸면 ‘낙관적 비관주의’ 정도 된다.
출처 : 한국일보 김영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