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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을까?

크리에이터 시장을 극초기라고 해야 할지, 과도기라고 해야 할지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www의 등장과 함께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가 계속해서 만들어진다. 콘텐츠 형태는 다 제각각이지만 글이면 글, 음악이면 음악, 영상이면 영상의 형태로 말이다. 이에 따라 영향력을 갖게 되는 인플루언서, 크리에이터는 늘 다양해져 왔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라는 단어로 하나의 시장을 정의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만큼 크리에이터를 위한 도구는 불충분했고,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이해하는 과정도 부족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020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있으니, 만 3년간 매출을 내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약 2-3만 명의 크리에이터와 호흡해 왔던 창업가의 관점으로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이 왜 성공하기 어려운지, 어떤 한계성을 갖고 있는지 이야기하려고 한다.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성공의 대부분을 갖고 가는 주체는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를 많이 전속으로 데리고 있는 MCN도 아니며, 광고주를 중개하는 대행사도 아니고, 크리에이터에게 도구를 쥐어주는 스타트업도 성공의 극일부만을 갖고 가게 된다.


국내 시장 기준으로, 구독자 10만 명을 갖고 있는 유튜브 채널은 약 6,000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프로덕션, 기업, 방송사, 상업 채널을 빼면 절반 그 이상의 수로 채널 수는 줄어든다. 물론 10만+ 채널의 수가 매 년 기하급수적 성장한다고 하지만, 미래 수를 계산하더라도 시장 내 크리에이터를 본업으로 두고 있고, 우리의 고객으로 볼 수 있는 수는 매우 작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해도, 이걸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객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하나의 단어 '크리에이터'라는 포괄적인 범주로 여러 유형을 통합시켜 시장의 크기를 정의하고 있어 객관적으로 봐야 할 지표 자체를 간과하고 거품을 껴서 볼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크리에이터 마케팅 시장이 20년 기준 10.93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이 추산이 어떤 근거와 계산 방식을 통한 크기 추산인지는 정확하게 나오고 있지 않다. 아마추어 크리에이터 수를 5천만 명으로 추산하는 곳은 많지만 어떤 형태로 정의하고 있는지 정확한 풀이는 부족하다. 아마추어 크리에이터라는 형태에서 더 좁혀 매체, 영향력, 형태 등을 세밀하게 구분해서 시장을 쪼개서 크기를 볼 필요가 있는 시장이다.


크리에이터는 라이브 방송이 주 포맷인 스트리머, 편집된 영상 콘텐츠가 주된 유튜버, 음성 콘텐츠가 주된 팟캐스터, 텍스트 포맷이 주된 뉴스레터, 팬의 직접적인 후원이 거의 유일한 수입원인 성인 크리에이터, 정치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형태가 묶여있고, 매체별 x 영향력별 겪는 문제와 고민, 니즈가 모두 다르다.


그럼 올인원 플랫폼으로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기능을 만들고 제공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다. 뭐 가능할 수도 있다만 나에게 쥐어진 환경만으론 그리 긍정적인 전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린 돈이 없다. 이미 검증된 창업팀이 아닌 이상 우리 같은 스타트업은 늘 타이트하게 재무를 관리하며 움직여야 하기에 모든 기능을 전부 "잘"만들 여력도 없고, 생존 시간도 더 짧다. 그래서 모든 기능을 구현하기보다는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하나의 매체 x 하나의 영향력 구분 x 하나의 문제) 형태로 푸는 것이 더 민첩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 없는 내가 선택한 전략 예시
- (인스타그램/유튜브 x 마이크로 영향력 x 영향력을 분석하고 싶다 = 미어캣 IO)
- (유튜브 x 구독자 10만 이상 x MCN 없이 광고주 관리하고 싶다 = creator.ly)


빅크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여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나도 비마이프렌즈, 빅크처럼 검증된 창업팀으로 시작하게 돼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시드 투자금을 갖고 있다면, 인재를 기하급수적으로 줄여서 타이트하게 더 오랫동안 검증 할 시간을 먼저 만들 것이다. 그렇게 운영하는 이유는 시장의 변화 동태를 꽤나 오랫동안 보면서 제품을 만들어가야 할 시장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개발, 운영, 학습, 업데이트, 검증, 방향성 의사결정까지 모두 빠르게 해야 한다. (우린 시장의 변화를 보며 움직일만큼의 돈이 없다.)


여기서 크리에이터는 영향력을 갖고 있기에 시장 내 모수를 계산할 때 구독자, 팬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크리에이터를 제 1 고객으로 보아야 한다.


컨텐츠를 만드는 것도 크리에이터, 팬을 모으는 것도 크리에이터다. 크리에이터 없이는 팬, 구독자도 모이기 쉽지 않다. 또한 팬이 많은 크리에이터가 소프트웨어를 쓴다고 해서 영향력에 비례해 수익화를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여담이지만 크리에이터는 엄청 똑똑하고 실행력이 강해 소프트웨어 없이 스스로 기업화가 되거나, 적당히 똑똑해 여러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상태임에도 본인이 정말 많이 똑똑하다는 과의식 상태에 있어 전환이 안되거나, 또는 심리적 불안감이 매우 커 의존성격이 강하거나의 부류로 페르소나를 구분 할 수 있었다.)



크리에이터의 팬이 늘어날 수록 스타트업의 수익도 늘어나는 형태는 어떤게 될까?


1. 디지털 렉쳐를 파는 행위

국내에서는 탈잉, 클래스101, 크몽 등이 존재하며, 미국에서는 Kajabi가 가장 잘하고 있다. 사실상 크리에이터가 무형의 가치를 디지털 상품화해 "판매"하는 것으로, "구입"하는 자를 팬으로 본다면 이 또한 working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렉쳐를 판매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는 극히 제한적이다.


단순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컨텐츠를 만드는 모두가 디지털 렉쳐를 팔 순 없다. 예쁘고, 말 잘한다고 될게 아니라 정말 지식 전달이 가능한 크리에이터만을 시장 크기로 봐야한다.


2. 후원에 따라 컨텐츠를 공개하는 멤버십 행위

미국에서는 페트리온 플랫폼을 통해 인문학 등 건전한 컨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팬 멤버십 기반으로 어느 정도 수익화를 성공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는 2가지라고 보는데, 미국은 땅덩어리도 크고 사람도 많아서 뭐든지 한국보다 20배는 많다. 고로 어떤 섹터든 뭔가를 해볼만하다는 것이 다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보다 디지털 렉쳐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더 크리에이터로 보는 경향이 있고,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페트리온 플랫폼 같은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다. 크티, 팬딩 등이 대표적이라고 보는데, 아직까지 2가지 플랫폼에서 매우 큰 성공을 한 홍보대사가 될만한 급이 없다. 한국에서 그런 크리에이터는 여전히 유튜브만 하고 있고, 비슷한 형태로 클래스101에서 재미를 봤거나 또는 이미 좋지 못한 인상을 갖고 있는 상태다.


클래스101는 페트리온, 크티, 팬딩과 다르게 컨텐츠를 담는 그릇을 크리에이터에게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갖고 있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클래스101이 직접 크리에이터와 함께 수업 컨텐츠를 만들기 도하고, 마케팅도 해주다보니 수익을 분배하는 수수료도 가히 높은 편이라 본다. 크티와 팬딩은 클래스101과 다르게 크리에이터가 디지털 렉쳐를 만들 때 투자를 하거나, 공동 제작하지 않는다. 정말 플랫폼으로서 판매 할 수 있는 그릇만 크리에이터에게 쥐어주고 "자 신나게 팔아봐라" 라고 말하고 있다.


크티 플랫폼에 있는 렉쳐들이 클래스101만큼 잘 팔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플랫폼 그릇만 주고, 마케팅 같은 것은 크리에이터의 영향력 100% 의존해야 하는 구조기 때문인데 - 솔직히 이렇게 해야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스타트업이 맞다고는 생각한다.


('그게 아니면 크리에이터가 왜 필요해! 마케팅을 우리가 돌릴거면 강사만 필요한거잖아!)


우리나라에서 팬 도네이션을 가장 비중 높은 수입원으로 보는 크리에이터는 어떻게 구성될까?

내가 생각했을 때 지금 가장 기회가 있는 곳은 정치 또는 성인 컨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다.


김어준님 후원 링크

정치인은 이미 후원을 받는 모델이 working 하고 있다. 물론 법적으로 매우 엄격하다. 그래서 정치인을 아예 시장 고객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정치 크리에이터까지 포괄한다면 법적 엄격함은 줄어들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후원하는 팬은 많을 것이라 본다. 특히 실버층 (5060) 이 유튜브로 정치 컨텐츠를 매우 많이 소비하고 있고, 김어준님만 보더라도 몇 억원을 슈퍼챗(유튜브 후원 기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치쪽만 잡기에는 또 앞서 말한 것처럼 모수가 크지 않다.


라이키 스크린샷

그럼 성인 컨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어떨까?

가장 쉽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구 중 성욕은 꽤나 큰 비중일 것이고, 성적인 것을 소비할 때 이게 합리적 금액인지 비교 계산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기에 현금 흐름이 많이 돌 것이라 본다. 실제로 미국에서 Onlyfans 온리팬즈가 잘 돌아가고 있고, 국내에서는 라이키가 매우 잘하고 있다.


이 시장도 검증해보고자 라이키 앱을 설치해봤는데, 자동으로 크리에이터를 팔로우하게 하고, 크리에이터는 나와 여러 예비 고객들에게 1:1 채팅 형태로 모자이크된 이미지를 메시지로 보낸다. 채팅 기능에서 바로 돈을 내면 모자이크 된 이미지가 보이는 형태다. 이미지를 캡쳐하면 바로 경고 알림이 뜨는 것까지 아주 센스있다.


라이키 외에도 여러 성인크리에이터 멤버십 플랫폼이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초기 크리에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인 크리에이터를 데리고 관리하는 일종의 MCN? 카르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렵지만 이들이 필요해보였다. 카르텔이 없이 개인으로 활동하는 성인 크리에이터도 존재하나, 여러 유흥의 길을 병행하는 것으로 보였고, 돈은 뭐 진짜 말도 안되게 쉽게 벌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번외적인 사담이지만 라이키 진짜 끝내주게 잘하는 중으로 보인다. 팀이 빠르게 기능 구현도 하고, CRM 기능도 잘 만들어놨고, 크리에이터도 많이 모아뒀고, 링크 기반의 자체 바이럴루프, 라이키 플랫폼내 멤버십 회원들을 기반으로 다른 크리에이터에게도 확산 될 수 있는 내부 루프까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사업 모델이 Founder market fit 하냐 하면 아직까지는 그런 모델을 하고 싶지 않다.



3. 유형의 재화를 파는 E Commerce

가장 만만한 건 '공동구매'다. 크리에이터를 2가지로 구분한다면 컨텐츠를 만드는 예술가형과 처음부터 판매하는 재주를 갖춘 팔이피플형이다. 둘 다 꽤나 멋진데, 팔이피플의 능력은 어마어마하다. 짧은 영상이더라도 사람을 홀려 구매하게 만든다. 실제로 몇 억원을 파는 국내 팔이피플이 소수지만 존재한다. 이들은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1주일씩 잡고 한달에 4개 정도를 공동구매로 팔아버린다.


브랜드는 공동구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익이 남을까?

아니다. 이익이 남기란 쉽지 않다. 남더라도 % 로 보면 매우 불리하다. 꽤나 잘파는 크리에이터는 1만원을 팔면 보통 4~5천원을 받는다. 크리에이터는 해볼만하다. 직접 제품을 만드는 비용을 투자하지도 않았고, 기획도 보통은 참여하지 않는데 판매만 했다고 그만큼 수익을 분배해주니 말이다. 그럼 브랜드는 왜 공동구매를 할까? 일종의 홈쇼핑이라고 생각한다.


재고를 몇 시간 또는 며칠만에 빠르게 소진시킨다. 보통 화장품, 건강기능식품이 공동구매하는 상품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둘 다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그리고 MOQ 생산량을 늘리면 개당 원가가 많이 떨어지기에 애초에 공동구매 목적으로 제품 MOQ를 늘리면 다른 채널에서 판매할 때의 수익을 늘릴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재고 소진 (동시에 제품 원가 낮춤), 일시적이지만 현금 흐름 개선 (거래이익은 적더라도 당장의 거래매출은 높으니까)이 가능하다. 더 좋은건 크리에이터에게 광고를 맡기는건 엄청 비싼데, 공동구매는 보통 판매 매출의 수익 쉐어 형태로 움직인다. 고로 최초 마케팅 비용이 아예 없거나 적고, 크리에이터도 많이 벌기 위해 라이브도 해주고, 이미지 포스팅도 많이 해주고, 영상 편집까지 잘해서 판매한다. 물론 공동구매 진행 기간동안 브랜드는 폐쇄몰도 만들어야 하고, 네이버 최저가보다 더 저렴하게 제품 구성을 해야 하다보니 고민도 많이 해야한다.


크리에이터는 공동구매를 통해 본인의 세일즈 능력을 키우고, 검증한다. 그 뒤에 본인이 팔았던 품목 중 제일 잘 팔렸던 것을 아예 들고 공장을 찾아가 "똑같이 만들어주세요"를 시전한다. 그럼 공장은 똑같이 만들어주고, 라벨링만 바꿔서 크리에이터의 개인 브랜드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브랜드를 빼버리고, 크리에이터가 본인의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더 극대화 하는 것이다.

점점 그렇게 제품의 모수가 늘어날 수록 하나의 브랜드를 크리에이터가 만들게 된다.


물론 브랜드가 오너 리스크를 갖고 간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어차피 우리가 낄 자리는 투자자, 마케팅 유통 채널(예_올리브영, 29cm) 또는 OEM사(코스맥스같은 전통 제조사 또는 마플코퍼레이션처럼 스타트업 형태)가 아닌 이상 없다.


뭐 이런 시장을 고려해 더 빠르고 쉽게 폐쇄몰을 만드는 서비스를 운영 할 수 있지 않나 하면 가능하기야 하지만 이미 많다. 블로그페이, 스룩페이 등이 존재하는데 보통 PG사가 분사한 스타트업 형태가 자리 잡고 있다.


경쟁사가 있어도 할 수 있지만, 더 잘할 경쟁력이 나에게 없는 분야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꽤 오래 플레이하신 회사들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인 경우가 많다. 적자를 감내할만큼 시장 임팩트나 사이즈가 나오냐 하면 그것도 객관적으로 봤을 때 미지수라고 생각이 들었다.



크리에이터를 매니지먼트 하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읽을 독자라면 보통의 MCN 형태는 잘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다. CJ ENM이 만든 다이아티비는 케이블채널 "다이아티비"를 매각했고, 커머스사업부를 없애고 앞서 언급한 "마플코퍼레이션"과 손을 잡았다. 샌드박스는 후속 투자를 받지 못했고, 여러 연관 사업을 축소하고 가장 MCN의 본질적인 광고 거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 MCN이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는 효용 중 가장 큰 것은 광고주 소싱, 관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그만큼 수익분배 비중도 높은 것일테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영향력이 커질 수록 MCN에 구속되는 것을 싫어하고 독립을 원해한다. 크리에이터가 MCN 매니저 한 명을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너무나 빈번하다. 그럼 초기에 크리에이터를 키워준 MCN이 불리한 조항으로 제한 할 수 있냐 하면 그것도 계약기간이 끝난 이상 공정거래법상 불가능하다. 그럼 MCN이 할 수 있는 것은? 크리에이터에게 비전속으로라도 관계를 유지하고, 광고주와 일할 때 비전속 크리에이터도 껴서 같이 파는 것만 남는다...


미국에서 MCN은 완전 망했을까?

일단 광고 소싱만 하던 MCN은 대부분 망했고, 축소화돼 에이전시 형태로 작게 작게 살아남은 곳이 있지만 이건 뭐 그냥 심폐소생술하며 가는 수준이다. 그럼 잘되고 있는 MCN은 없느냐 하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예를 들자면 MCN 중 레페리 같은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데, 크리에이터 IP를 기반해 브랜드 사업까지 곧바로 얼라인 시켜버리는 모델들이다.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는 MCN에서 브랜드 제품도 만들 수 있고, 직접 브랜드를 만들 때 필요한 인력 채용도 안해도 되고, 장점이 많다. 하지만 공동구매처럼 크리에이터에게 분배해야 하는 비중이 높아 내가 봤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굳이 이걸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판매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가 많고 이미 내수 시장도 크다. 그러나 국내 크리에이터는 내수 시장만을 목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크기가 작다. 아모레퍼시픽처럼 이미 자체 PB 브랜드를 잘 키우고 있는 회사에서 실험 목적과 마케팅 브랜드 성격을 내세워 크리에이터와 합작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의미가 있겠지만, 우리같은 스타트업이 크리에이터에게 의존해 브랜드 하나를 만드는 것은 좋은 생각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파생한 사업 형태를 미국에서는 발견 할 수 있었고, 이는 MCN이 변화 되어야 할 방향성이 될 수 있다. 첫번째로 UTA Venutures다. UTA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중 꽤나 잘나가는 에이전시인데 자체 리소스를 갖고 커머스에 투자하거나, 크리에이터와 컴퍼니 빌딩을 한다. 또 Night.co 라는 곳도 있다. Night 는 여러 크리에이터를 데리고 있고, 이들을 엔터테이너이자 기업가로 키우겠단 이야기를 한다.


동시에 본인들이 데리고 있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커머스 브랜드를 만든다. 대표적으로 Mr.beast 와 만든 초콜릿과 햄버거 브랜드가 있다. 이런 브랜드를 만드는 내부 팀은 벤처스로 부르는데, 브랜드를 만들 때 필요한 투자금도 대지만 크리에이터 전문역량이 아닌 오퍼레이팅을 맡는 파트너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Mr.beast가 햄버거 브랜드를 만든다하면 F&B에서 오랜 경력을 갖춘 파트너가 맡아서 같이 도와주는 형태다. 캐피탈 팀도 따로 있는데, 가장 유명한 사람들이 LP 쩐주로 있다고 어필하고 있으니 이것도 재밌어보인다.


멋있으시당..

한국에서는 이런 모델들이 없을까? 존재한다. ATU 파트너스다.

ATU 파트너스는 사모펀드인데 컬쳐앤커머스의 지분을 들고 있다. ATU 파트너스의 대표님과 부대표님 모두 CJ ENM 출신이라 이해도가 높으실 것으로 생각이 든다. 컬쳐앤커머스는 박재범과 함께 합작법인으로 '원스피리츠(주)' 를 만들고 원소주를 출시했다. Night.co와 유사한 형태라고 생각이 든다.




그럼 원소주는 성공적일까? 아직 성공이다 아니다 라고 이야기하기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최초 진입 단계에서 마케팅 임팩트를 낸 것은 사실이다. 줄 세우기까지 했고, 리셀 시장에서 원소주가 등장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속 가능하게 사람들이 원소주를 프리미엄 소주라 생각하고 즐겨 소비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하고, 여기서 박재범이 얼마나 기여 할 것인지도 계산 해볼 필요가 있다. 그게 없다면 박재범은 최초 진입 할 때의 역할을 다했으니 소수의 지분을 남기고 ATU에 다시 파는 것이 나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크리에이터 파이낸셜 모델은 어떨까?

내가 원했던 모델이 바로 파이낸셜 서비스 형태긴 했다. 그래서 정답인 방향성이냐 하면 아직 아니다. 우리는 creator.ly를 개발하기 전부터 우리가 바라보는 크리에이터의 모수가 매우 적다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은 SNS 에서 컨텐츠를 만드는 자만 크리에이터로 보고 있음) 그러나 이 시장이 10년 동안 더 커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개발을 해왔다.


고로 미어캣io를 통해 유튜브 애드센스 데이터, 인스타그램 인사이트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있었다. creator.ly를 통해 광고주의 최초 제안부터 마지막 정산 단계까지 데이터 팔로업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두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체적인 BM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충분한 형태는 아니며 분명 캡이 있다고 봤다. 우리가 생각한 두 서비스를 통해 모은 데이터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크리에이터 신용 평가 모델을 만들고, 대출 또는 투자 모델을 붙이면 돈이 될 것이라는 막연함을 갖고 있었다.


3년간 운영 과정을 겪었고 4년차를 앞두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다시 한번 점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크리에이터 파이낸셜 모델 역시 미국에서 움직이는 구조이다. 대표적으로 몇가지를 소개해보자면 Karat Financial, Willa, Lumanu, Spotter, Jellysmack 이 관련 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


Karat 은 SNS 영향력을 평가해 신용카드를 발급할 때 한도를 늘려준다. 여기서 크리에이터(프리랜서)의 세금관리 기능 등을 붙일 것을 계획하고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Willa와 Lumanu는 서로 다른 스타트업이지만 크리에이터의 광고주 계약서를 담보로 선정산하고 이자를 떼는 모델로 시작했다. Spotter는 유튜브 애드센스가 붙은 과거 영상들을 대량 매입해 향후 수익에 대한 돈을 미리 주고, 몇 년 기간동안 나오는 애드센스를 전부 갖고 가는 모델이다. Jellysmack은 원래 AI 기반으로 유튜브 영상을 틱톡이나 페이스북 등 다른 매체에서도 알고리즘에 fit 한 영상으로 자동 편집해 여러 매체에서 수익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최근 대출 상품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들 대출, 매입, 투자 등을 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들은 많다. 작년 미국에서 Karat 관계자도 만나고 오고,  Jellysmack은 창업자까지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다들 "나 이거 하고 있어" 라는 이야기는 많아도, "이걸 통해 얼마를 회수했어" 라는 이야기가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성과에 대한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고, 공개하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로 추정 된다.


Creative Juice launches a $50M fund to invest in creators

Is MrBeast actually worth $1.5 billion?

Spotter pays YouTubers like MrBeast for old videos so they can make more, better ones

Investing Directly in People Is the Future of VC. Here’s How to Do It.

Jellysmack Launches an Ambitious New YouTube Catalog Licensing Venture as Part of its Creator Program, Earmarking $500M in Capital to Fund Accomplished Creators


고로 나는 내 주변에 있는 크리에이터를 다시 심층적으로 설문했고, 국내 기준 크리에이터는 신용카드 발급이 자유로웠고 1~2금융권 대출도 생각한 것보다는 잘 나와서 시장의 틈새 기회가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기회가 없진 않겠지만, 우리의 리소스는 동일한데 작은 문제를 풀려고 몰빵 중이라는 것을 느꼈다.


...

조사한건 많은데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한 자리는 아니니 많은 내용을 이 쯤에서 생략한다.


스타트업 창업가 놀이하려면 지금 정도로도 몇 년은 더 충분히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인류에 큰 임팩트를 내고 싶냐, 많은 고객이 겪는 문제를 지속 가능하게 해결하고 싶냐 하면 재고해봐야 한다. 지속 가능하려면 시장과 고객의 수도 매 년 성장해야 하고, 고객이 겪는 문제의 깊이가 기꺼이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해결하고 싶어야 하고, 그 지불이 크거나 정기적으로 쌓아갈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고객이 유입 후 이탈이 쉬운 모델은 스타트업이 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creatorly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크리에이터가 이 문제를 느끼는 강렬 포인트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과 현실적인 크리에이터의 모수 성장의 한계, 동시에 크리에이터가 흔히 말하는 나락가지 않는 (사건사고 없이, SNS 알고리즘 계속 잘타야함)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 우리의 리소스가 정말 작은 문제를 풀려고 한 것처럼 느끼는 요즘이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운영료를 벌며 지속 가능하게 개발을 하고, 시장이 더 무르익었을 때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채권 담보 대출, 투자, 신용카드 사업 등의 파이낸셜을 붙이는 것을 더 중요한 비즈니스로 보고 있었다.


이에 음악IP를 인수해 ETF 를 운용하는 사업을 중심한 콘텐츠테크놀로지스(이하 C.T)를 두차례 만나 미팅을 해왔고 ('C.T'도 크리에이터 시장에 관심이 있었고, 작지만 파이낸셜 실험을 해오고 있었다), 작년 여름 미국 LA에서 보고 온 크리에이터 파이낸셜 스타트업 '젤리스맥', '스포터', '윌라', '루마누'의 사업 변화를 팔로업하고, 또 이들이 해온 사업의 숫자를 리뷰했던건데 .. 우리가 하기에는 당장의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크리에이터 파이낸셜을 하고 있는 한 미국 스타트업에서 "우리는 복권을 모으는 중이다. 이 중 1,000만 조회수가 터지면 모든 것이 회수된다" 라고 언급했으나, 더더욱 작은 스타트업인 우리가 전혀 예측 하기 어려운 모델을 들고 가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당장 매입에 대한 로지컬한 구조를 갖고 가설을 짤 수 있으나, 이를 통해 실제로 동작하는지에 대한 여부와 동작에 따른 회수율, 데이터 기술을 통해 회수율 증대 등이 다른 금융 채권보다 높을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많은 크리에이터가 정말 파이낸셜 서비스를 원하는가' 라는 질문의 답은 '노'가 맞다고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물론 앞으로 크리에이터가 더 많아지고, 컨텐츠도 많아지고, 컨텐츠에도 저작권 형태의 지속 가능한 수입원이 붙기 시작한다면 말은 달라질 수야 있겠지만, 컨텐츠의 직접적인 저작권(=애드센스)을 관리하는건 컨텐츠를 담는 그릇(=유튜브, 틱톡)이 컨텐츠가 사람에게 도달하는 것까지 직접 알고리즘을 통해 컨트롤 하고 있기에 파이낸셜 서비스를 만들만큼 리스크 헷징이 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


크리에이터 시장은 그럼 허상이냐 하면 절대 아니다.

크리에이터 시장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 스타트업은 성공하느냐 하면 그건 한계가 존재 할 것이라 본다.


단면적 예로, 링크트리(LinkTree)는 여전히 무료 서비스 사용자가 압도적이고, 링크트리처럼 순수한 소프트웨어로서 MCN 모델(크리에이터의 영향력에 의존)이 아닌 이상 크리에이터 모수만으로는 작은 시장인지라 조 단위 기업이 되기 어렵다. 그럼 MCN 모델은 지속 가능하냐 하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것도 아니다.


크리에이터는 유명해질 수록 MCN에서 독립되고 있고, 직접 200-300만원 인건비를 내고 매니저를 채용하는게 좋다고 보는 것이 현실이다. 매니저 한 명을 채용하면 광고 비즈니스 관리 뿐만 아니라 여러 업무를 다 맡겨버릴 수 있고, 편집도 일부 맡길 수 있다. 그런걸 생각하면 크리에이터에겐 소프트웨어보다 사람 한 명 쓰는게 더 효율적인 것이다.


그럼 브랜드에게 직접 하청 받는 대행사는 지속 가능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브랜드 중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매 달 리텐션 있게 하는 곳은 소수다. 대행사가 광고주를 영업하더라도 매 월 재계약률은 매우 작다. 크리에이터 채널의 마케팅은 보통 신제품 출시 형태의 프로모션일 때 껴서 가는 마케팅 채널이지, 메인 채널이 되기란 쉽지 않다.


가장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많이 하는 뷰티, 패션 브랜드는 말이 다르지 않느냐 하면..

이들은 이미 사내에 이미 인력을 채용해서 대행사를 쓰지 않을 정도로 내재화했고, 심지어 똑똑하게 자체 자동화 툴이나 분석 툴을 녹스 서비스 같은 곳을 통해 SaaS 형태로 적당한 수준으로 개발해 시스템화해서 업무를 효율시키고 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크리에이터리(creator.ly)가 해결하는 문제는 존재한다. 없다는 것이 아니다. 없었다면 진작 시작도 안했을 것이다. 우리는 꽤나 많은 크리에이터를 매 주 지속적으로 만나 호흡하며 여기까지 제품을 만들어왔다.


단지 다른 스타트업이 그렇게 일을 하듯, 우리도 우리가 해결하는 문제의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고객이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니즈는 얼마나 강렬한지에 따라 우리 소프트웨어의 수명이 정해지게 되는데 최근 크리에이터나, 광고주 모두 갈증이 심한, 강렬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 생각이 들었던 이유는 가장 본질적이고 원초적인 것을 바라보기 시작 중이다. 경제위기를 처음 제대로 내 몸으로 맞아보면서 꽤나 생각이 많이 든다. 경제위기가 올 것을 선제적으로 준비해왔기에 당장 돈 걱정은 없지만, 경제위기가 지나더라도 지금 우리가 풀고 있는 문제의 크기가 계속 작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돈다. 결국 본질은 투자를 통해 계획된 적자가 아닌 당장 성장 할 수 있어야 하고, 투자를 통해 파이를 키우고 전부 현금화 하는 것은 "졸라 똑똑해도 하기 어려운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찍이 여러 도전을 통해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해왔고, 덕분에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을 시작했을 땐 크리에이터가 겪는 문제를 풀면서 꽤나 빠르고 유연하게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는 한번 더 방향성을 점검하고 올바른 틈새를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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