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을 왜 하는가?

조직의 의미와 가치

by 김민중

대부분의 회사가 그러하듯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도 지난 연말 인사평가를 마무리하고 연봉협상과 성과급 지급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올해도 예년과 같이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통보' 받았어요. 올해는 유독 불만족의 정도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작년에 나름 프로젝트가 어려웠던 시기를 잘 넘겨서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고 그에 따른 회사의 매출 증대와 리스크 해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조직 내에서 평가가 엇갈리는 통보를 받다 보니 유독 서운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임원들과 몇몇 직원들(회사 창립 초창기부터 있던 멤버들)이 대부분의 높은 평가와 성과급을 가져가고 나머지 직원들은 박한 평가를 받는 패턴이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는데 이렇게 이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게 맞나?라는 고민을 하는 중입니다. 각자 업무를 잘하고 못하고, 눈에 띄는 성과가 있고 없고, 프로젝트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이고 하는 등의 차이가 있겠으나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은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새어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일을 왜 하고 있지? 내가 회사를 왜 다니고 있지?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나는 일을 왜 하고 있는 거지?'라는 질문에 대해 몇 가지 답을 내려 봤는데요.

내가 일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바라는 것은 성과 대비 많은 보상, 보상이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는 근로기간 보장, 복지 혜택이나 조직 내ㆍ외의 대인 관계 또는 업무를 통해 얻는 만족감 등 보상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혜택,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더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창출. 이렇게 4가지 정도가 떠오르는데 결국은 다 돈으로 귀결되더라고요. 개인에 따라 일을 하는 4가지 이유의 비율과 경중이 다르겠으나 결국은 금전적인 보상이 최종목적이 될 수밖에 없을 듯한데 거기서 불만이 생겨버리니, 현재 직장에서 일을 지속하는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이 회사를 다닌 지도 어느덧 6년 차인데 그동안 동료들과 정이든 것도, 일이 편해진 것도, 워라밸이 좋은 것도, 업무에 대한 만족감도,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는 것도. 모두 다 마음에 드는데 단지, 돈. 보상이 아쉬운게 해소가 안되니 참 답답할 노릇이에요. 나이는 점점 들고, 아이들은 커가고, 돈 나갈 일은 더 많아지니 이직을 할 수밖에 없을 듯한데 돈 외의 모든 장점을 버리고 이직할 생각을 하니 스트레스가 큽니다. 지금보다 딱 10%만 더 받았으면 좋겠는데…… 그 10%가 너무 크네요. 가족을 생각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돈 더 주겠다는 곳으로 떠나는게 맞는데 나를 생각하니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업무, 새로운 역할에 대한 막연한 걱정과 커리어패스를 어느쪽으로 정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저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17년을 재직했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건축설계일을 시작으로 대기업계열 부동산개발사에서 상업시설 개발과 자산운용 업무를 경험했고 글로벌 컨설팅기업에서 자문업무를 수행하다 지금의 회사에 안착하여 부동산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용역사와 발주처, 대기업과 중소기업,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을 모두 경험해 보니 서로의 장단점을 몸으로 체득할 수 있었고, 발주처이면서 용역을 하고, 조직문화는 대기업 같으면서 인원구성은 중소기업이고, 국내기업이면서 외국기업처럼 일하는 지금의 회사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일을 하는 이유'에서 모든 장점이 상쇄되어 버렸네요.



그 이유를 따라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려 하니 앞길 또한 막막합니다. 나이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고 연차도 적지 않으며 시장의 정년은 짧아져만 가고, AI는 급속도로 발전하여 자리를 위협합니다. 특히 AI의 발전이 가장 큰 부담인데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딜레마 일 것입니다. AI를 쓰면서 편안함과 만족을 얻는 반면 내 자리가 위협받고 언젠가는 내 자리가 대체될 거라는 불안감을 동시에 얻는 딜레마요. 분야별로 차이가 있겠으나 부동산 개발과 투자분야에서 AI의 활용도는 지금 기준으로도 웬만한 주니어 직급의 업무 역량을 넘어섰습니다. 업계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리는 연차가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인거야. 요즘 애들은 직장을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대. 관리자 직급은 그나마 안전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지만 관리자의 경험과 판단력도 빠른 시일 내에 대체되는 수준으로 AI가 발전하겠지요.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에 따라서 제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일을 하는 이유'가 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조직의 의미와 가치도 달라지겠지요. 실제 조직이 바뀔 수도 있고, 지금의 조직이 변화할 수도 있고, 혹은 조직에 대한 제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무엇이 되었든 달라질 것은 분명합니다.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바뀔 것도 분명합니다.



여러분은 어떠한가요? 일을 하는 이유와 앞으로의 커리어를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가요? 저와 같은 처지의 직장인들은 어떤 선택들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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