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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주 Sep 21. 2023

당신에게 죽음은 무엇인가요?

<장례희망> 1회차 모임

‘당신에게 죽음은 무엇인가요?’라는 주제로 장례희망 모임 1회차를 시작했다. 모임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안전하고 편안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서로 지켜야할 약속을 몇 가지 정했다. 


- 각자가 다른 사람이라는 걸 존중하고 차별적으로 느껴지는 표현을 주의합니다.

- 무리할 필요 없습니다.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만큼만 이야기합니다.

- 다른 사람들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동시에 사려 깊은 질문과 피드백을 나눕니다.

-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비난보다는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함께 만듭니다.

-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다룹니다. 서로의 생각, 경험, 환경이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함부로 판단하여 틀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모임에 참여하신 분들의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비슷한 결을 가지고 있었다. 장례지도학과를 나와서 화장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분과 생전장례식을 하고 싶고, 다른 사람들의 생전장례식을 돕고 싶을 정도로 관심이 있는 분.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온 분. 결혼식은 다양한 형태로 하는데 장례에 대해서는 무관심해서 아쉽다는 시선을 가지고 계신 분, 죽음에 대해서 새롭게 관심을 가져보려고 참여하신 분. 


참여 신청서에 다 담기지 못한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우리 되게 좋은 기회로 잘 만났구나라는 확신이 들었다. 1회차 때는 진행자인 내가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스토리를 이야기하면서 생전장례식의 경험을 짧게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S: 다들 오시게 된 계기와 모임을 만든 계기가 와닿았습니다. 좋은 시간이 되겠구나 싶어요. 죽음이 곧 삶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나는 잘 살고 있나 생각해 봤어요.


M: 죽음을 이야기하러 오신 분들이 너무 밝았던 것 같아요. 생각하는 게 비슷하니까 마음의 문이 빨리 열리더라고요. 떠오르는 질문은 ‘나는 왜 살고 싶은가? 나는 왜 죽고 싶은가?’인데요. 세상이 아름다워서 죽기 싫다가도 이제 그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무기력하지도, 발버둥 치지도 않는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삶인 것 같습니다.


K: 장례식은 왜 다 획일적인가. 생전장례전시회도 내가 저걸 했다면 내 가족,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했을까?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 볼 것 같아요.


D: 생전장례식이라는 사례를 직접 본 게 처음이었어요. 그 사람의 인생을 볼 수 있구나 감동적이었고, 해보고 싶어졌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으로 장례식을 했을 때 어떤 걸로 채워질까 궁금했습니다. 이런 형태라면 다른 사람들의 장례식도 다 궁금해요.


O: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는데 죽음에 대해 많이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생성됐으면 좋겠어요. 과연 내가 죽었을 때 누가 울까? 어떻게 슬퍼할지 보고 싶어지기도 해요.


P: 생전장례전시회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가 떠올랐어요. 삶을 마감하기 전에 지인을 초대해서 파티처럼 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죽음을 인지하면서 조금 더 삶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계속 가지면서 사람이 망각의 동물이니까 잊을만하면 떠올리고, 또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H: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리하고 싶었다는 게 기억에 남았어요. 죽음에서 역발상으로 삶을 채워가는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렇게 모여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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