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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주 Jan 11. 2024

스리랑카 서핑 여행 3

어김없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이런 몸 상태로는 다칠 게 뻔해서 뻐근해진 몸을 구석구석 풀어줬다. 나가기 전에 까져서 빨개진 무릎을 보며 고생이 참 많구나 생각했다.

툭툭이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사람, 오토바이, 자전거, 툭툭이. 내 눈에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걸로 보아 나름의 룰이 있겠구나 싶었다. 서핑샵에 도착해서 사람들과 힙하게 인사를 나누고 바다로 걸음을 옮겼다.


1시간은 션에게 강습을 받고 2시간은 혼자서 연습을 했다. 션과 함께 있을 때 내가 보드를 돌리다가 실수로 션의 어깨를 살짝 쳤는데 장난을 친다고 엄살을 피우는 모습이 웃겼다. 비도 오고, 바람이 은근히 부는 날씨여서 여기 사람들 기준에서는 추운 날인 건지 파도를 넘어갈 때마다 춥다고 오두방정을 떠는 현지인도 있었다. 털모자를 쓴 아기도 있었으니. 이 사람들이 겨울에 한국을 오면 정말로 얼어 죽을 수도 있겠구나.


서핑을 하러 온 외국인들도 생각보다 많았다.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데 섞여서 파도를 기다릴 때 눈이 마주치면 슬쩍 슬쩍 인사를 건네는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스리랑카인들이 상당히 친절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말해주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고, 큰 파도가 올 때 내 보드를 대신 잡아서 넘겨주기도 했다. 아, 보드 위에 물구나무를 서서 파도를 타는 사람도 봤다. 진귀한 광경이라 직접 보고도 내 눈을 의심했다. 너 짱이라며 따봉을 안 날려줄 수가 없었다.


어제 받은 피드백들을 계속 떠올리면서 서핑을 했다. 고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라서 머리가 복잡했지만 천천히 하나씩 집중해 자세를 신경썼다. 첫 날보다 안정적으로 타고 있다는 걸 조금은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오전에 찍은 영상을 리뷰했다. 과연 어제보다 나아졌을까 긴가민가 해서 걱정했는데 첫 번째 영상을 보시더니 바로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여전히 수정해야할 부분은 남아 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 훨씬 자세가 좋아진 게 보여서 뿌듯하고, 얼른 오후 서핑도 하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비가 그치고 해가 쨍쨍하길래 오후 서핑을 타러 나가기 전에 카메라를 들고 동네 산책을 다녀왔다.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새끼 강아지들, 기차역에 있던 주먹만한 고양이, 아파보이는 강아지, ‘툭툭?’하며 말을 거는 툭툭이 기사 아저씨들, 한국인인지 어떻게 알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가게 주인. 수많은 것들을 지나치며 담고 싶은 것들을 찍었다. 어제 갔던 마트에 다시 들려 간식을 충분히 샀다. 어제는 생필품만 사고 간식은 초코바 2개밖에 안 사왔는데 간식 없이는 버틸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밥을 두 그릇씩 먹는데도 배가 빨리 고파지기 때문에 간식을 넉넉히 샀다. 한 봉지 담았는데도 한국 돈으로 계산해보면 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이라 놀라웠다.


4시쯤 다시 툭툭이를 타고 바다로 갔다. 리뷰할 때 들은 이야기들을 기억하면서 타니까 어떤 느낌인지 감을 잡았다. 전보다 편하고, 중심도 잘 잡히고, 덜 힘들었다. 구름 사이 사이로 분홍색 하늘이 비치고, 북적였던 바다도 시간이 흐르며 점차 한가해지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저녁 밥을 먹은 뒤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마시며 사람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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