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이코패스 소년은 킬러를 알아본다

흠집 수리 (9)

by 민정배

흠집 수리 (9)




조재헌이 약간의 뜸을 들인 후에 말을 이어갔다.


“저는 말이에요... 고생해서 지금… 큰길까지 잘 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 글쎄 발바닥에 조그마한 티눈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별거 아니다 하고 그냥 달리려고 하니까 그냥 찝찝한 거예요……


그냥 무시해도 될 거 같은데 기분이 나쁘다 말입니다. 요 티눈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망쳐 버릴 것만 같은 거죠….


제가 말입니다. 사랑에 아주 초보입니다.


회장님은 지금의 부인이 세 번째라고 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조사를 조금 했어요.


저는 말입니다. 지금 와이프 하고 사이판 신혼여행 가서 총각 딱지를 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와이프는 내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

2년 전에 말입니다. 대통령님 곁으로 오면서 여자를 한 명 알게 되었어요.

작은 호감에서 출발해서 잠자리까지 가게 됐지요.


솔직히 와이프 이외의 여자하고 X스 해보기는 처음이었어요. “


…………….


조 실장은 할 말을 다 한 건지 아니면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더 이상의 말을 하지 않고 다이어트 콜라만 한 모금 마신 다음 김대현 회장을 뻔히 쳐다보았다.


잠시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김 회장이 지금 타이밍에서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은데,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고 바보처럼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큰일 하실 텐데, 나중에 기자들 알고, 방송 탈 일 없게 하자는 말씀이시죠?

………..

실장님 저는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이득이 있으면 하고, 뭐… 당장 이득이 없더라도 미래에 이득이 있겠다 싶으면 과감히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

투자는 미래를 보고 하는 거라고 들었습니다.”


김 회장은 조실장의 눈을 보고 단호하게 말을 마쳤다.


“말귀를 알아들으니 좋네요.

음….. 비용은 어떻게 할까요?”


김 회장은 정치하려는 사람이 먼저 비용 얘기를 하는 것을 보니 이 사람도 순진한 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대답했다.


“아……비용은 말입니다….

천천히 3년 거치 5년 분할 상환으로 그때그때 알아서 주십시오.”


조 실장은 머리 좋은 사람답게 3년 뒤 대통령이 된 다음, 5년의 임기 동안 알아서 자신에게 특혜로 갚으라는 말을 바로 이해했다.


“역시 시원시원하시네요. 내가 옛날에 깡패새끼들 잡아넣기만 했지, 도움을 받을 줄이야.

아! 죄송합니다. 회장님 지금 건실하게 합법 경영하시는데. 옛날 일 가지고…. 말이야…

하하하”

김 회장은 고개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조용히 실종으로 할까요?”


조 실장은 마시던 다이어트 콜라 캔을 내려놓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실종이나 사고는 말이에요.

……음……

이 정치판에 나중에 말이 나올 수 있거든요.


뭐 의심스럽다 로 시작해서 음모론까지 기자들이 냄새 맡고 별의별 지랄들을 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이건 어떨까요? 스토커의 우발적 살인 그리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살하는 시나리오.


스토커의 자살은 뒷말 없도록 저희 쪽에서 알아서 처리할 수 있고요.”


자기 애인 죽이는데, 멀쩡한 사람을 하나 더 죽이라는 말인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까지 준비할 줄이야…… 기가 찼다.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정보 주시는 대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아… 정보? … 신상정보라!…. 잠시만요”


조 실장은 작은 테이블 위에 있는 라텍스 장갑을 끼고 서랍을 열어 큰 봉투를 꺼냈다.


“여기 있어요. 내가 서울시장 보궐 선거전에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는데, 아직 국내에 있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ㅅ발“


김 회장은 저 봉투 안에는 틀림없이 조실장의 애인 사진과 전화번호, 주소가 들어 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 알아듣고 물러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각하.”


“각하? 하하하하 “


조 실장은 큰 웃음을 지으며, 그만 가보라고 한 손으로 앞뒤로 흔들었다.


조실장과의 만남은 짧았지만, 폭풍 같은 여운을 남겼다.


…………


집에 돌아온 김 회장은 서재에 앉아 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었다.


방송에서도 본 여자의 사진이 나왔다.


‘아 ….. X 됐다…..

………. X발’


* 각하 : 해방 후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총리, 장군들에 다양하게 붙이는 존칭임/ 일제강점기의 관습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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