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작업 (17)
살인 작업 (17)
킬러는 자신을 알아본 꼬마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바로 김천만에게 마지막 전화를 하였다.
“김천만 씨 오늘 고생하셨어요. 약속한 대로 특별수당 드릴 테니 저번에 제가 말씀드린 장소로 오세요”
킬러는 별다른 의심 없이 찾아온 그에게 차가운 미소를 건넨 후 목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었다. 그리고 역할을 잘 해준 그에게 특별 선물로 고통 없이 죽여주겠다고 약속했다.
제일 어려웠던 스토커 대역을 이제 확보했으니, 나머지 남은 건 내일 아침 산책길의 김연지를 납치한 후 죽이기만 하면 되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김연지가 먼저 죽고 김천만이 죽어야 했다.
왜냐하면 김천만은 김연지를 죽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자살하는 시나리오니까…
그다음 날 아침은
산안개가 심해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등성이를 숨겨 버리고, 길마저 그 흔적을 감춰버렸다.
안개가 너무 심해 혹시나 김연지가 산책을 안 할 까봐 걱정이 될 정도였다.
다행히 타깃은 산책을 하기 위해 한옥스테이를 나왔고, 천천히 움직이는 킬러의 차량이 안갯속에 산책 중인 연지의 옆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안개 때문에 길을 잃었어요. 혹시 심원사로 가려고 하는데 더 올라가야 하나요?”
“아. 심원사요. 너무 올라오셨어요. 저 아래 밑에….”
고개를 돌려 말을 하려던 연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목에는 가는 주삿바늘이 들어가고 있었고, 그 옆에는 차에서 내린 킬러가 서 있었다.
킬러는 타깃을 김천만이 있는 폐공장에 데리고 와서 비닐이 깔려 있는 철제테이블 위에 눕혔다.
의자에 묶여 있는 김천만은 마취가 깰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는 척을 하고 있는 거 같았다.
킬러는 그냥 모른 척했다. 괜히 살려달라고 시끄럽게 굴어서 정신없는 것보다 차라리 자는 척하는 게 좋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 김연지가 정신을 들었다.
킬러는 그녀의 눈을 감싸고 있던 밴드를 조심스럽게 제거해 줬다.
그녀는 자신이 입에 재갈이 물린 채로 딱딱하고 차가운 테이블 위에 왜 누워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킬러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킬러가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하는지 세상 편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했다.
“금방 끝나요… 숨쉬기 잠시 불편해도 참아요”
김연지는 아무리 발버둥 치고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형광등 불빛에 날아다니는 먼지만 응답을 할 뿐이었다.
킬러는 그녀의 핸드폰 락을 풀기 위해 그녀의 얼굴에 핸드폰을 가까이 대었다.
이후 그녀의 핸드폰에서 가장 최근의 메시지인 아빠를 찾아 문자를 작성했다.
‘아빠 나 어떤 남자한테 꽃 선물 받았어요’
이것은 킬러의 첫 번째 실수였다.
타깃은 아빠를 아빠라고 부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연지에게 아빠는 아버지였다.
연지의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 킬러는 김천만의 집에서 가져온 부엌칼을 아무런 예비 동작 없이 그녀의 왼쪽 갈비뼈 사이로 아주 천천히 밀어 넣었다.
헐떡거리는 연지는 킬러의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죽어갔다. 자신이 왜 죽는지 이유도 모른 체 그녀는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갔다.
눈꺼풀조차 깜박거리지 않는 무표정의 킬러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김천만을 바라보았다.
자는 척하던 김천만은 의자에 오줌을 지렸는지 주변에서 오줌냄새가 났다.
킬러는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는데, 냄새나는 오줌을 싸다니 마음 같아서는 지금 바로 죽이고 싶었지만, 킬러는 참았다.
“일어나… 깨 있는 거 알아!”
김천만은 눈을 감은 채 벌벌 떨면서 말했다.
“저는 아무것도 안 봤습니다. 살려주세요.
저한테 왜 그러세요... 꽃 배달 하라는 대로 했고요……..”
“아냐… 배달 잘했어… 아주 잘했어.. 내가 널 왜 죽이겠어…
풀어줄게 일단 이거 좀 마시고 진정해.”
킬러는 묶여 있는 김천만의 한쪽 팔을 풀어주며, 소주 한 병을 건네어주었다.
김천만은 단숨에 소주 한 병을 비웠다. 누가 보면 진짜 술 먹고 싶어서 마신 것처럼 보였다.
킬러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을 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널 왜 죽여….
저 여자는 내 말을 안 들어서 죽인 거야…
아 참 … 네가 말이야… 내가 저 여자 죽였다고 떠들면
그때는 내가 너 찾아서 죽인다..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네 네”
김천만은 오줌을 싸서 한기를 느꼈는지 아니면 공포 때문인지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혀
따다 따닥하고 나는 소리가 형광등 불빛 아래 연극무대에 박자를 맞추는 소리 같았다.
킬러는 김천만에게 소주 3병을 단숨에 비우게 했고 그는 긴장한 상태라서 그런지 바로 취해 머리가 땅에 닿을 듯이 넘어갔다.
킬러는 작은 가방에서 주사기와 마취액을 꺼내 술에 취한 김천만의 목에 주사를 놓았다.
다시 김천만은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취 주사를 놓은 것은 술에서 깬 김천만이 혹시나 소리를 지르거나 난동을 부릴지 몰라 아주 작은 양의 마취액을 다시 주사한 것이었다.
이 정도 양으로는 쇼크로 죽지는 않을 것이고 부검을 해도 크게 의심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경찰은 분해되지 않은 체내 알코올만 가지고 사인을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죽은 타깃과 정신 잃은 살인 용의자 …
이제 남은 건 죽은 김연지를 옮기고 저 놈을 저수지에 처박아 죽이면 끝이었다.
킬러는 죽은 타깃의 몸에서 피와 노폐물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고, 그것들을 비닐에 모아 하수구에 버렸다.
그리고 김천만의 집에서 가져온 이불에 죽은 김연지를 돌돌 말아 미리 갖다 놓은 김천만의 트럭으로 옮겼다.
그다음은 정신 잃은 김천만을 옮겨야 하는데, 생각보다 김천만이 너무 무거웠다.
이제 본인도 조수를 두고 작업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행히 아직 산안개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
연지의 시신은 미리 정해 둔 국도 길 주변 눈에 뜨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정신 잃은 김천만은 사전에 정해 두었던 저수지 하류에 머리를 완전히 담근 후 익사시켰다.
김천만의 숨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한 킬러는 그를 반쯤 물에 잠겨있는 큰 나무 가지에 걸리게끔 그 방향으로 힘껏 밀었다.
죽은 김천만은 가벼운 물살을 타고 스르르 흘러가더니 턱 하고 뻗어 나온 나뭇가지에 걸렸다.
고통 없이 김천만을 죽여주겠다는 킬러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김천만은 결국 자면서 죽었다.
오늘내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적당히 흔적이 지워지는 것은 좋은데 물이 불어나 물살이 세어져서 나무에 걸린 김천만의 시신이 흘러 혹시나 경찰에 발견이 안될까 걱정이 되었다.
그저 겨울비라서 많은 양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지금 김천만은 순간적인 실수로 인해 김연지를 죽이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살을 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용의자 김천만의 트럭에 피해자 김연지의 신발, 목걸이 그리고 범행 도구인 칼과 소주병을 놓아두고, 근처에 미리 주차해 놓았던 훔친 차량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산안개가 내려와 물안개를 만들었는지, 아니면 물안개가 산을 탔는지…
저수지에는 안개가 가득했다.
아무도 킬러를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