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 (23)
현재… 연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왔다. (23)
복수에 성공한 대현은 조직의 확장과 합법적인 사업 구상으로 자신에게 남은 혈육인 연지를 제대로 신경 쓸 경황이 없었다.
엄마가 죽었을 때 세 살이었던 연지는 세월을 타고 훌쩍 커버렸고 그런 딸을 볼 때마다 죽은 아내의 모습과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 대현은 자신을 속이고 의도적으로 딸을 멀리했다.
연지 역시 상자 속 고양이처럼 자신의 공간에 집착하고, 철저히 자신을 부정하며 스스로를 고립시켜 항상 혼자였다.
또다시 세월이 흘러 지금의 대현은 이 사업을 숙원인 지속가능한 합법적 사업 궤도로 들어서게 했고 대현은 이제 형님이 아닌 회장님이 되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잊고 살게 되었다.
그런 연지가 어느 날 먼저 말을 걸어왔다.
“아버지 여행을 가고 싶어요. 혼자서요.”
이전의 창백한 표정의 건조한 모습이 아닌 작은 활기가 연지의 얼굴에 보였다.
그래서 하루 두 번 연락을 하는 조건으로 승낙을 했고, 연지는 그 약속을 지키는 듯했다.
그날도 변함없이 연지로부터 핸드폰 메시지가 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빠. 나 어떤 남자한테 꽃 선물 받았어요.”
김 회장은 살면서 연지로부터 한 번도 아빠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뭔가 잘못되었던 것이었다. 바로 연지에게 답장 문자를 보냈다.
“축하해 연지야. 근데 네가 없으니 해피가 너무 널 찾아.”
연지에게서 답장이 왔다.
“ㅎㅎㅎ”
연지가 아니었다.
‘틀림없다. 연지는 개를 키우지 않는다.’
보이스 피싱이 의심이 되어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연지의 전화기는 꺼져있었다.
이상했다.
일단 연지가 묶고 있다는 숙박 업체인 한옥 스테이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숙박 업체 사장의 말에 의하면, 아침 산책을 나간 뒤로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일단 숙박 업체 사장에게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만약 오늘 중으로 계속 연락이 안 될 경우는 경찰에 신고를 부탁했다.
유괴범이라면 돈을 요구할 것이고, 경쟁 조직의 소행이라면 유괴 조건을 제시했을 텐데 지금까지 별다른 아무런 연락은 없었다.
김 회장은 바로 연지가 있었던 성주에 은밀하게 사람을 보냈다.
하루하고 반나절의 시간이 흐른 후, 연지의 소식을 전한 건 성주로 내려 보낸 부하직원이 아니라 성주 경찰서의 한 형사였다.
“김연지 씨 아버님 핸드폰인가요?”
“네, 전데요. 누구시죠?”
“네 저는 성주경찰서 수사 2팀 이병무 형사라고 합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따님이 성주 병원에 있습니다. 잠시 내려와 주시겠습니까?”
불길한 예감이 드는 순간, 바로 성주로 보낸 부하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회장님! 따님 분이 사고를 당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야? 정확히 말해봐.”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김 회장의 정수리를 송곳처럼 찔렀다.
“따님이 지금 병원에 있습니다.”
“죽었나? 아니면 심하게 다쳤나? ……
괜찮아 얘기해.!”
잠시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하얀 정적이 흐르고 핸드폰 속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네 돌아가셨습니다.”
………………………..
………………………..
“연지가 확실한가?”
“네… 아는 경찰 통해 신원 확인을 했습니다.
“어떻게 죽었나? 사고인가?”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살해당했습니다.”
.........
김 회장은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체 마른 모래 같은 목소리로 핸드폰 속의 남자에게 말했다.
“누구의 소행인가?”
“아직 수사 중이고 용의자는 있다고 들었습니다.”
“알았다. 거기로 내려간다.
일단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말고…그 용의자라는 놈 잡아서… 내 앞에 데려다 놔!.”
…………………………
폭풍 같은 시간을 보내며,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사랑하는 딸자식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던 김 회장이지만 연지는 인간 김대현이 갖고 있는 마지막 사랑이었다.
그 마지막 사랑이 죽었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그것도 살해당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진성을 불러 이 상황을 얘기했다.
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누가 회장님의 외동딸을 죽이다니…’
회장의 경호와 비서업무를 책임지는 그였기에, 가족의 신변을 신경 쓰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밀려들어왔다.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진성은 혹시 모를 만약을 대비해 경호인원을 소집했고 자신이 직접 김 회장과 같이 성주로 출발했다.
순백색 도화지 같은 침묵이 달리는 차 안을 지배하고 있을 때 문득 진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따님의 죽음이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