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2 (69)
반격 2 (69)
“형한테 주는 선물이야.”
황규가 차의 트렁크를 열자 그곳에는 망신창이가 된 사람이 구겨져 있었다.
김 회장은 다가가 조재헌의 사람인 엄길태의 얼굴을 확인했다.
“형이 알아서 처리해.”
황규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차 키를 툭 하고 던지고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갔다.
김대현 회장은 트렁크 안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길태 역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서울시장의 검은 팔인 엄길태는 지금 생의 마지막을 준비 중이었다.
………….
3시간 전
“형…. 내가 조금 있다가 누굴 만나는지 알아?”
“응… 알아..
엄길태…”
“아…. 그놈 이름이 엄길태야?
아….
하여간 대단해… 그 정보력”
황규는 진심으로 김대현 회장의 정보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럼 왜 만나는지는 알겠네?”
“응”
“내가 어떻게 해 줄까?”
“둘둘 말아서 넘겨…..”
“알아서…. 하하”
전화를 끊은 김대현은 며칠 전부터 엄길태가 황규와 만남을 시도한다는 정보를 ‘다 찾는 세상’의 양현모로부터 받은 상태였다.
다행스럽게도 고향 후배 황규는 대현의 등에 칼을 들이대지 않았다.
황규는 배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켰고 김 회장의 반격은 시작되었다.
다음 차례는 조재헌이었다.
…………………
하얀색 리넨 원피스에 검은띠가 둘러진 챙이 넓은 모자를 쓴 한수연은 스위스 루체른 호수를 등에 지고 오래된 목조 다리 위에서 한가로이 백조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한국 분이시죠?”
“네…”
“사실은 저 한수연 씨를 찾아왔어요.”
수연은 자기를 찾아왔다는 한국 사람을 보고 놀라움에 가뜩이나 큰 눈이 더 커졌다.
“왜요? 그런데 저를 어떻게 알고 찾아오셨어요?”
수연은 경계심을 가지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저 한수연 님 학교 후배입니다.
작년까지 선배님이 계셨던 방송국 기자 하다가…
작년에 프리 선언했어요.
여기, 정식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인터넷 개인 뉴스 운영하는 최치호라고 합니다.
수연은 개인 방송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찾아 스위스까지 와서 명함을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의구심이 들었다.
“갑작스럽죠?
본론부터 말씀드려야 하겠네요.
한수연 씨는 지금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요.”
가는 바람에 잔물결이 호숫가에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한수연과 최 기자는 벤치에 앉아 오랫동안 조곤조곤 얘기를 나누었다.
곧이어 최 기자는 음성녹음이 된 파일을 수연에게 들려주었다.
그 속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대화를 하고 있었다.
곧이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더니….
대화 속 남자가 한 말은 충격이었다.
“한수연이 죽이라는 거…..”
얼굴이 노래진 한수연에게 최기자는 잠시 뜸을 들이듯 말을 잇지 않았다.
“들으셨죠?
놀라실 겁니다.
한수연 씨를 죽이려는 공작이 이뤄지고 있으며, 그 사람은 바로 수연 씨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맞습니다.”
그 순간, 수연은 망치로 머리로 맞은 듯 충격이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그 사람이 직접 여기가 아닌 타국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조만간 올 것입니다.
어쩌면 벌써 왔을 수도 있고요.
….
거기 가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저랑 나눈 대화가 의심되어서 만약 그 사람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씀하신다면, 한수연 씨는 아마 돌연사로 인한 시신이 되어 고국 땅에 가게 될 것입니다.”
한수연은 사실 어제 낯선 번호의 전화를 받았었다.
통화를 할지 말지 고민하던 차에 전화를 받아 보니 조재헌이었다.
몇 달을 연락을 안 하더니 보고 싶다며, 주변의 눈을 피해 필리핀에서 만나자고 했다.
약속도 정했고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 말하는 저 기자의 말대로라면 수연은 죽으러 가는 것이었다.
“저는 내일부터 한수연 씨에 대한 의혹 보도를 연재할 거고요.
그냥 최초 의혹 보도입니다.
그다음은 귀국하셔서 방송국 인터뷰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돼야 해요.
그래야 안전이 보장됩니다.
한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자를 쳐다보았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뜬금없이 생명의 위협이라니…하지만 음성파일의 목소리는 그 사람이 틀림없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수연 씨는 변호사와 신변 보호를 위한 보디가드를 제공받을 것이며, ATBC 9시 뉴스 인터뷰를 포함한 방송 출연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지금부터 중요하니까 개별 행동은 하지 마시고 궁금하신 사항이나 의논할 일 생기면 저한테 연락 주세요.”
“제가 어떻게 당신을 믿죠?”
“솔직히 이런 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현재 수연 씨께서 그럴 처지가 아닙니다.
믿고 안 믿고는 자유지만 살고 싶으시면 지금 제가 던진 밧줄을 잡으십시오.”
수연은 거짓 사랑에는 속았지만 그렇다고 머리가 나쁜 여자는 아니었다.
“왜 저를 도와주시려는 거죠?”
“아 저도 그 점이 궁금해서 그분에게 물어봤어요?”
“그분이요?”
“네, 한수연 씨를 도와주시는 분이 계셔요. 그랬더니 뭐라고 하신 줄 아세요?”
“뭐라고 했는데요?”
“한수연이는 내 딸 대신 꼭 살아야 한다고… 조재헌은 청와대가 아닌 감옥에 가야 한다고 하셨어요.”
…………..
2달 후
“긴장되죠? 떨리시고요? 있는 사실 그대로만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리드 잘할게요.”
베테랑 앵커가 PD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카메라 올 스탠바이…
자, 들어갑니다. 하이.... 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ATBC 9시 뉴스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주요 뉴스를 잠시 미루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선인 조재헌 전 대통령 비서 실장에 대한 살해 청부 의혹에 대해 전하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한수연 씨가 지금 제 옆에 나와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어려운 자리 쉽지 않은 결정을 하신 것 같습니다.
조재헌 당선인이 한수연 씨를 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조재헌 씨와 저는 연인 관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