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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Jun 10. 2023

Essay #8

K 장녀 토크

”생일 축하해!“


이 한 마디에서 시작된 만남이었다. S는 얼마 전 생일이었다. 그리고 약 1년 전에 S를 처음 알았다. 어쩌다보니 3주 동안 듣는 과정에서 같은 숙소를 썼다. 딱 보기엔 나랑 너무 다른 사람이었다. 앞으로 어쩌지 싶은 걱정이 먼저 들었다.


첫인상이 바뀌기란 참 어렵다던데. 꽤나 비슷한 면모가 많아서 그런가, 금세 친해졌다. 입사일, 기나긴 하루 끝에 쉼의 시간이 필요한 생활 패턴(다들 모여서 놀 때 우린 방에 들어가서 재빠르게 잤다. 수면 시간 잘 맞는 룸메 최고!)부터 잘 맞는 부분을 하나씩 찾아갔다.


처음, 혹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오랜만에 S와 깊게 이야기 나누었다. 인간관계를 고민하게 되는 나와 달리, S는 너무나도 의젓했다. 그 수많은 의젓함 중 가장 마음에 꽂힌 말은 “내가 안 그랬다면”이었다. 이미 지난 일을 어찌할 수 없으니 후회가 남는 말이다.


인턴 때부터 꼭 습관을 들인 마인드셋은 “지난 일에 피드백하지 말자. 앞으로 더 잘할 수 있게 피드포워드에 집중하자.”이다. 한 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실수가 아니니까. 그 덕분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느새 ”내가 안 그랬다면“을 잃어가고 있었다. 세상에 수많은 강점 중 회고 강점이 있다. 갤럽에 따르면, 회고 강점은 지난 일을 되돌아보는 강점이다. 내가 안 그랬던 시나리오가 머리에 없는 나로서 회고 강점은 메마름 그 자체다.


의젓한 사람은 “내가 안 그랬다면” 하는 마음을 가졌다. 남을 어찌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과거를 돌아보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쓴다. 나의 마음, 그 사람의 마음, 그때 우리의 상황을 그려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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