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랭이계곡에서 춘식이까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왜 생겼겠어? 죽고 나서 이름 없는 들풀처럼 잊히지 말고 이름이 기억되게끔 열심히 살라는 뜻 아니겠어? 그러니 ‘이름’이라는 브랜드를 잘 관리해야지.”
- 책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 중에서
무지랭이계곡을 봤어요. 양평으로 향하던 길이었어요. 네비게이션에 뜬 이름을 보고 한참 웃었어요. 계곡 이름만으로 여러 스토리가 나오더라고요. 저 계곡물을 마시면 무지랭이가 될 것 같아서요. 어쩌면 계곡에 자욱하게 퍼진 안개를 따라가면 무지랭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 있었으려나요.
제 이름은 엄청 흔해요. 회사 같은 팀에 같은 이름을 가진 선배가 계시고, 팀장님 아내 분 성함도 제 이름과 같아요. 어릴 때도 같은 반에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가 2번 있었어요.
지금 회사에서 혼동을 빚지 않기 위해 다른 이름으로 불러주신다고 하셨어요. 그때 고른 이름은 춘식이였어요. 춘식이를 향한 애정을 가득 담았어요. 고구마를 좋아하고 왠지 모르게 엉뚱하고 당당한 춘식이를 좋아거든요.
보라도 제 이름 중 하나예요. 대학생 때 했던 대외활동에서 20명이 조금 넘는 동료들 모두가 자기만의 이름을 정하고 왜 그 이름을 정했는지 이야기했어요. 신비하고 오묘한 보라색을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 보라로 정했어요. “나를 보라!” 하는 포부도 담아서요. 두 번째 인턴 했던 회사는 입사 때 이름을 정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거기서도 보라로 불렸어요. 사이드 프로젝트 때도 보라로 불렸어요. 지금은 스타벅스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온라인 환경의 동료 분이 저를 보라라고 불러요.
기억에 남는 다른 이름 브랜드는 바로 ‘이름’이에요. 그 친구의 성은 ‘성’이었어요. 합치면 ‘성이름’이 되는 거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은 ‘서울’을 생각나게 해요. 서울은 한 나라의 중앙 정부가 있는 곳이라는 뜻이 있어요. 사전에 찾아보면 이 뜻은 ‘한반도의 중심부에 있는 도시‘ 라는, 우리가 흔히 쓰는 서울보다 앞에 있어요. 중국의 서울은 북경이고 영국의 서울은 런던인 거죠. 그 단어의 뜻이 곧 이름이 되는 브랜드는 오래오래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아요.
춘식이, 보라, 민정. 이 이름들이 어떻게 기억될지 궁금해요. 어떤 이에게는 무지랭이계곡처럼 웃음을 주려나요. 어떤 이에게는 호랑이처럼 무서우려나요. 어찌 남을지 몰라도 하나는 확실해요. 그 이름에 맞는 아이덴디티로 스스로 스위치 온/오프하게 된다는 거요. 회사에서는 춘식이 모드, 사이드 프로젝트나 글을 쓸 때는 보라 모드, 인간관계나 학교에서는 민정 모드요.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큰 그룹사 대표로 살아가요. 더 이상 브랜드 확장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AI 비서가 도와줄지는 또 모를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