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감정 인간으로 살아가기

공감과 감정에 대한 결핍

by 민준하
공감 :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내가 공감을 못하는 이유

나는 공감을 하지 못한다.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에 대하여 자기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이라는데 나는 남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 공감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나는 정말 현실적인 사람이다. 슬픔, 우울함 등의 울적함에 대하여 나는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나에게 슬픔, 우울 등의 감정을 말하면서 공감을 원할 때 속으로 생각한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남에게 털어놔서 뭐가 달라져?" 자신의 솔직함을 너무 다 털어놓으면 그저 내 단점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그 감정을 일기장에 적어 나중에 되돌아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의 경험 때문이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많이 들어온 말이 있다. "감정 없이 말하는 것 같다.", "무성의해" 등의 말이었다. 나는 내 나름 사회적 공감을 한다고 생각하고 말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감정 없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감정 없이 말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한두 번 듣는 거면 괜찮은데, 너무 많이 들어서 내가 진심으로 공감을 해도 그 사람들은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스스로 확정해서 공감 같은 건 더 안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사실 즐거움, 행복함 등의 감정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와 저녁 식사를 하는 약속을 잡았다고 치자. 그럼 그 사람은 기대할 것이다. 무언가 특별한 장소 혹은 분위기가 좋은 장소에 가서 평소와는 다른 스페셜한 무언가를 하기를.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이 없다. 그냥 밥 먹고 커피 마시고 집에 가는 것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즉, 분위기가 좋거나 맛이 너무 좋아도 그저 나에게는 '저녁 식사'로 느껴진다. 나 자신이 스스로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과 공유할 감정이 없고 나아가 공감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감정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내가 감정을 가둔 이유

처음부터 감정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살아오면서 쌓인 경험들과, 지금까지 나를 통과해 간 수많은 일들이 나를 감정 없는 사람으로 만든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상처받기 싫어 스스로를 가둔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건데, 나의 감정은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 하며, 가능하면 모든 사소한 것에 감정을 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 감정을 부여하는 순간 나는 기대하게 될 것이고, 그게 쌓이다 보면 언젠가 끝날 관계 끝에 남는 건 상처뿐일 테니까.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를 무감정 인간으로 개조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갈 것에 불과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결론적으로 나는 무감정 인간이 되었다.


감정이 뚫고 올라오는 경우

매 순간 무감정하지는 않다. 그저 행복해도 행복을 숨기고, 우울해도 우울을 숨기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가끔은 감정 통제 장치가 고장 나 어떤 감정이 내 의지를 뚫고 올라올 때도 있다. 그럴 때에도 그 감정을 즐기기보다는 감정을 눌러버리거나, 그저 얼른 집으로 돌아가 잔다. 감정에 지배당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아서.


무감정 인간으로 살아가기

세상은 두 사람 이상의 상호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직 20대 초중반의 사람들은 의미 없는 유희를 좋아할 나이다. 그래서인가 나는 친구를 곁에 두지 않는다. 뭐 내가 먼저 선을 그었으니 상대방이 넘어오지 않는 것뿐이겠지만.

그렇게 나는 혼자 살아가고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혼자 살아가고 있다.

가끔은 친구와 의미 없는 얘기들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의 삶에 만족하려고 애쓰고 있다.


나를 지나간 수많은 아픔과 슬픔들에 다시 빠지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이 악물고 감정을 숨긴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6화결핍에 대한 결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