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독일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케이스가 아니라 한국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독일에서 미술 전공 수업이란 프레젠테이션과 크리틱(피드백을 받는 것)의 연속이다.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나는 내가 가고 싶은 학교의 교수님들을 찾아가 내 마페(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곤 했다. 지금은 그때 어떤 교수가 나에게 무슨 코멘트을 해줬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하루는 내가 피드백을 받고 좀 풀이 죽어있었던 모양이다.
그 당시 친구가 해줬던 말이 생각나서 한번 공유해본다. (참고로 이 친구는 젊은 나이에 현재 독일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탈 정도로 실력 있는 영화 음악 프로듀서가 되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런 태도로 작업을 하니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Don't give too much importance in what shes saying. For real. There is no right and wrong in art. Maybe she had a bad day. Or she is depressed.
그녀가 얘기한 것을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지 마. 진짜로. 예술에 맞고 틀림은 없어. 그날이 그녀에게 안 좋은 하루였을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우울했을 수도 있어.
The worst thing you can do is pick the one person who gave you bad feedback and try to please THAT person!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은 너한테 안 좋은 피드백을 주는 사람을 골라 그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는 거야.
You were onto something and now she is trying to change your course which is a buzzkill. Instead you should continue what you were onto and take that FURTHER but to your own term.
너는 네 궤도에 올라 있었고 지금 그녀가 너의 길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불씨를 꺼뜨리는 일이야.
대신에 너는 네가 하던 것을 계속하고 너만의 언어로 더 멀리 나아가야 해.
You have to like it, because only you know your own emotions and intentions. If you create something for the person who will judge it, you can only loose.
너는 네가 하는 것을 좋아해야 해. 왜냐면 너만 너의 감정과 의도를 알고 있으니까. 네가 너를 판단하는 사람을 위해서 어떤 것을 만든다면, 너는 지기만 할 거야.
Art is something that needed to come out of a person in the shape of a picture or a song or whatever. It needs to come out and it needs to be a certain specific way. So anyone who is trying to manipulate that is off, thats the dilemma of art schools.
예술은 사진의 형태든, 노래든 뭐든 그 사람으로부터 나와야만 해. 꼭 그렇게 나와야 하고 그건 특정한 방식이어야 해.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조종하려는 사람은 뭘 모르는 사람이야. 그게 예술학교의 딜레마지.
But if its the piece is genuine then everyone will applaude in the end, I've seen it at film school. The geniuses do whatever the fuck they want. The ones who please the professers never make it or they become professors themselves. Fuck that.
하지만 그 작품이 진실되면 모든 사람들이 결국에는 박수치게 될 거야. 나는 영화학교에서 그런 경우를 봤어. 천재들은 그들이 원하는 걸 뭐 래든 해. 교수들을 기쁘게 하려는 애들은 절대 해내지 못해 아니면 자기 스스로가 교수가 되지. 엿 먹으라 그래.
If people think its obvious then be more obvious. Be as obvious as you want it to be
사람들이 그게 단순한 것이라고 하면 더 단순해져. 네가 단순해지고 싶은 만큼 더 단순해져.
그 친구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문자를 저장해 두고 가끔 꺼내 읽곤 한다. 처음에는 위로를 얻기 위해서 요즘에는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내게 큰 장점이자 단점이 있는데 승부욕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많이 티 내는 편은 아니라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어떻게든 준비를 해서 꼭 이기고 말아야 하는 성미가 있다.
물론 그것이 큰 원동력이 되어 좋은 성과를 많이 이뤄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성격이 단점으로 발휘되면 나에게 안 좋은 피드백을 준 사람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며 괜한 에너지를 낭비할 수 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시간을 1년간 보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른 관점에서 보는 시각을 얻었지만 내가 나를 믿고 내가 가던 길에만 더 집중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이런 일들을 겪어내는 과정에서 배운 교훈 덕분에 지금은 꽤나 건강한 사고방식과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피드백을 받는 것에 있어서 나만의 처리 기준을 정했다. 그 기준을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그 분야의 전문가인가?
특히나 예술분야에서 전문가를 논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고 철학이 있다. 따라서 피드백을 주는 그 사람이 전반적으로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내가 하는 세부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거나 실력이 좋지 않다면 나는 과감하게 안 듣는다.
2. 나에 대해 적대적인가?
좀 유치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건 정말 중요한 기준이다. 괜히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어떤 이유로든) 그렇게 생각이 들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삐뚤게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해 왠지 모르게 적대감을 갖는 것 같은 뭔가 미묘한 느낌이 있으면 과감하게 패스한다. 그 사람 말고도 나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많다.
3. 그 사람의 컨디션은 어땠는가?
아무리 그 분야의 전문가이고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사람이고 각자의 업앤다운이 있기 때문이다. 기분이 안 좋은 상태라면 어떤 것을 보더라도 부정적인 것이 먼저 보일 수 있다. 그러니 이 점도 꼭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어느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9개의 칭찬과 1개의 비난이 있으면 9개의 칭찬보다 단 하나의 비난에 더 집중하게 된다고 한다. 사람으로서 부정적인 말에 끌리게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혹시 주변의 부정적인 말들로 마음이 힘들다면 내가 사람이라서 그렇구나 하고 내 갈길을 또 가면 된다. 그리고 그냥 보여주면 된다. 보여주기 시작하면 그런 말 많은 사람들은 하나둘씩 없어지고 심지어 나를 응원해주는 팬이 되기도 한다.
오늘도 자기 갈 길을 묵묵히 가는 분들을 응원하면서 이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