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이를 세탁기에 돌려버렸다.

아기고양이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by 쭈우



봄이는 나의 첫아기 고양이다.

코코와 겨울이는 성묘가 되어 나와 만났고 코코와 겨울이의 아기 때를 모른다.


난 원래 아기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기고양이는 손이 많이 가고 말썽쟁이에 하루 종일 냥냥 울 것 같았다.


나는 의젓하고 나랑 교감이 될 것 같은 든든한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게 바로 코코)

코코와 봄이


그런 우리 집에 기 고양이 이가 등장했다.

어릴 때부터 코코와 겨울이 와 함께해 온 초등학생 아들은 고양이의 특성을 잘 안다.

낯선 환경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는 아들은

봄이가 집에 오던 날 고양이가 놀라지 않도록 눈으로만 바라봤다.

그야말로 애지중지였다.

그렇게 바라던 아기고양이를 덥석 안고 싶을 텐데 짜식 대단한데?


고양이를 나만큼 좋아하는 남편 역시 봄이를 재운다며 유튜브로 고양이 자장가를 틀어주고 봄이 자장가 전용 핸드폰을 만들어줬다. (ㅡㅡ;;)


코코와 겨울이도 봄이가 아기인 줄 아는지 하악질을 하거나 위협하지 않았다.

합사는 생각보다 쉬웠고 우린 고양이 셋 사람 셋 집이 되었다.

겨울이와 봄이
냥 셋 사람 셋

어느 날 온 가족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봄이를 내가 세탁기에 돌려버렸다.

이렇게 작았던 봄이

우리 집은 세탁실에 세탁기와 건조기가 .

그날은 세탁실 문이 열려있었나 보다.

몰랐다. 세탁기 안에 봄이가 들어 있을 줄은...


세탁버튼을 누르고 난 거실 소파에 앉았다.

3분 정도 지났을까.

순간 집이 너무 고요하다.

눈에 봄이가 안보였다. 순간 며칠 전 세탁기 안에서 단잠을 자던 봄이가 머리에 떠올랐다.

혹시? 난 세탁기로 달려갔다.


역시나 봄이는 세탁기 안에서 빨랫감과 뒤엉켜서 돌고 있었다.

정지버튼을 누르고 쫄딱 젖어버린 봄이를 꺼냈다.

봄이는 흠뻑 젖어 상당히 무겁게 느껴졌다.

"... 살아 있는 거 맞지?"

순간 봄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봄이는 살아있었고 상당히 지쳐 보였다.


"어휴 미안해 봄아. 어떻게 해...

얼마나 무서웠어. 미안해...

세탁물 넣기 전에 확인 좀 할걸... 쩜 좋아.."


난 머릿속이 하얘졌다.

물을 뒤집어쓴 봄이는 변을 조금 지리고 휘청휘청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온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날의 기억

남편과 아이와 함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 아.. 제가 고양이를 세탁기에 돌렸는데요....."

"네? 고양이가 세탁기에요? 어쩌다가요?"


동물 병원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부주의한 사람은 고양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봄이를 애지중지하던 아이는 았던 울분을

퍼붓기 시작했다.

"엄마 때문에 봄이가 다쳤잖아!!"

엄마는 왜 그걸 확인도 안 하고 세탁을 해?

어휴 봄이 잘못되면 다 엄마 때문이야"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급히 엑스레이를 찍고 몸상태를 확인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세제가 안구에 들어가면 실명을 할 수 있단다. 집에 가서 잘 지켜봐야 할 것이고 집에 가서는 봄이의 숨소리기적으로 체크를 하라는 의사 선생님말에 일단은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봄이가 무사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집에 돌아온 후 을 먹이고 컨디션을 살폈다.

다행히도 봄이 장난도 치고 이내 멀쩡해진 모습이었다.

세탁기에 몇 분 돌아간 탓에 온몸에서 좋은 향기도 났다.

그렇게 봄이는 점점 회복되어 갔다.

뽀송뽀송한 봄이

난 그 후로 세탁기를 가동하기 전에 고양이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오케이 세탁기 돌려도 됨"


그 일이 있고 꽤 오랫동안 고양이를 세 마리의 행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세탁기를 돌리기 힘들었고 순간순간 세 마리가 어디 있는지 확인이 되어야 안심했다.

침대 머리맡의 낮잠



지금은 너무 커져 버려서 어디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지만 아기 고양이는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리고 세탁기라던지.. 이런... 상상도 못 할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 역시 아기 고양이는 힘들다.


그 후로 봄이는 한동안 세탁기 근처에도 가지 않았고 무럭무럭 자라서 겨울이 보다도 커졌다.

그리고 셋 중 제일 영리하고 눈치 있고 대범한 고양이로 자랐다.


캣타워의 투명 바구니는 봄이 전용이다.

오빠들은 무서워서 올라가지 않는다.

역시 대단한 봄이다.

캣타워의 봄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귀찮은 고양이와 에너자이저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