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살 분리불안 고양이

겨울이 이야기

by 쭈우
최강미묘

우리 집에 세 마리 고양이중에 제일 나이가 많은 고양이는 겨울이다.

겨울이는 나와 18년에 처음 만났다.

겨울이는17년생이라 추정된다. 벌써 8살이 됐다.

코코와 겨울이

겨울이를 만나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이는 나를 보자마자 신나게 골골대기 시작했다.

차 타고 오는 내내 케이지에서도 겨울이는 내 손길을 즐기고 있었다.

새로운 사람에게 맡겨져 어디론가 가는 게 불안하지 않니?

겨울이는 나와의 만남을 꽤 신나 했다.

그래서 내 기억에는 겨울이와의 첫 만남이 아주 생하고 인상 깊게 남아있다.


겨울이를 데려오던 그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겨울, 눈, 하얀색, 털뭉치, 솜] 이런 키워드로 당시 꼬맹이였던 아들과 열심히 이름을 고민하던 생각이 난다.

겨울이는 여자 같은 미모를 가졌지만 남자아이다.

그리고 아기를 본 아빠 고양이다.

겨울이는 이전에 살던 집에서 아기 고양이를 낳은 적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의도치 않게 실수로 아기 고양이가 생겼다고 했다.) 그 집은 아기 고양이들 케어에 너무 힘이 든 나머지 아빠 고양이 겨울이를 키워줄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그 집에 달려가 겨울이를 데려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이를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건넬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쨌든 7년 전 겨울이와 나는 그렇게 하루 만에 갑작스럽게 만났다.

아가와도 잘 놀아요!

겨울이는 정말 순하다.

하악질을 본 적이 없고 누구에게나 곁을 주는 개냥이다. 사실 귀찮을 정도로 따라다니는 겨울이가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피곤할 때도 있을 텐데 겨울이는 항상 가 만져주길 기다리고 있다.


내 손이 보이면 손 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내 손길을 갈구한다.

내 머리칼이 보이면 부비부비하며 발라당 누워버린다.


지금은 아기가 너무 어려서 침실을 분리하고 있지만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우리 부부와 같은 침대에서 자고 아침마다 귀여운 목소리로 우릴 깨워줬다.

보드랍고 따뜻한 겨울이를 만지고 있으면 말로 표현 못할 포근함과 행복감이 느껴진다.

가끔 눈을 뜨고 자기도 한다.

겨울이는 집안 식구 중 누군가가 외출을 하면 현관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분리불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을 따라다닌다.

그래서 어딘가에 갇히기도 쉽다.

세탁실이나 화장실까지 따라온다는 걸 모르고 문을 닫아버릴 때가 많다.

항상 겨울이가 날 따라다닌 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주 주의를 요하는 고양이다.

집사들 언제 들어오냐구.

겨울이는 두 고양이들에게 늘 공격을 받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겨울이는 다른 고양이들도 좋아해서 그루밍을 해줄 때가 많다. 그렇게 냥꽁냥 행복해 보이다가도 갑자기 겨울이가 소리 지르며 도망을 가는 일이 종종 생긴다.

고양이들의 서열과 세계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책장속에서도 발견되기도 한다.

겨울이는 세 마리 고양이 중에서도 제일 가볍다.

아마 먹는 양은 적고 활동량이 제일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활동량=식구들 따라다니는 것]

겨울이 얼굴을 보면 고양이 얼굴은 몇 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것 같다. 8년의 시간이 흘러도 늘 한결같다.

나는 30대에서 40대로 후덕한 아줌마가 됐는데

언제나 그대로 겨울이가 부럽다.

나에겐 겨울이는 세 마리중 가장 나이가 많아도 가장 아기 같은 고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봄이를 세탁기에 돌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