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불안함을 잠재우는 법

by 쭈우


아기가 8개월쯤 되고 내 몸도 점차 회복하는 듯했다.

아이는 사방팔방 기어 다니고 방긋방긋 웃는다.

새벽에 수유도 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는 유니콘이라 부를 만큼 순하고 잘 웃는다.


남편은 언제나 육아에 적극적이고 언제나 다정하다.


'고생 많았어. 나한테 시키고 좀 쉬어'


남편은 퇴근 후 쉬지 않고 육아를 대신한다.

경제적으로는 넘치지는 않지만 크게 부족하지도 않다.


그런 내가 뭐가 힘든 건지 종종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무기력해진다.

아기가 자고 나면 그제야 내 감정에 솔직해진다.

누군가에게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었고 빨리 이 기분 나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산후우울증이라고 하기엔 시간이 아기를 낳은 지 8개월이나 지났는데 이렇게 뒤늦게 산후우울증이 오기도 하는지 의문이었다.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잠깐 얘기 좀 하자. 요즘 너무 힘들어. 안 그러고 싶은데 그냥 눈물이 나고. 아기는 너무 예쁜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이 불안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남편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말했다.


"안한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봤어?

아무래도 수면도 부족하고 외출도 잘 못하고 힘들지.

혼자만의 시간도 너무 부족하고..

힘들면 언제든지 나랑 이야기하자. 내가 다 들어줄게"


늘 긍정적이고 따뜻한 남편이 고마웠다.

내 마음이 왜 이리 불안한 걸까?

산후우울증일까?

이 불안한 감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난 이혼을 했을 때 전혀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냥 무탈하게 이혼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혼 후 세 가족이 행복했던 그때를 추억하며 우울해하거나 슬퍼하는 시간이 없었다.


이 감정은 설명하기 좀 복잡해서 오해해서 들으면 '이혼 전 행복했던 그때가 그립다'라고 들릴 수 있겠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런 게 아니다.


이혼 후 느끼는 상실감과 절망감을 애써 숨기며 나는 괜찮다 하며 씩씩한 척 살아온 것에 대한

현타라고나 할까?


전 남편과의 감정과는 별개로 한 가정이 무너진 것에 대한 충분한 슬픔 필요했었나 보다.


아기가 있는데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지 못한 나.

그런 상황에서 많이 고통받았던 첫째.

슬픔을 감추고 씩씩하게 혼자 지낸 날들

다시 재혼을 한 나

그리고 다시 급하게 시작된 육아


모든 게 갑자기 버겁고 불안했다.


남편에게 했다.


"둘째를 키우다 보면 첫째 어릴 때 생각이 많이 생각나거든?

다시 또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하니까 막 그때 생각이 나는데 그냥 슬픈거야..

그리고 그런 슬픈 상황이 또 올까 봐 두렵고 불안해."


남편은

"그땐 너도 어렸고 많이 미숙했을 거야.

넌 그동안 많이 성숙 해졌을 거고.

그리고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고.

너의 모든 환경이 바뀌었어.

전혀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아기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잘 클 거야

우린 잘하고 있어." 라고 날 위로한다.


남편은 언제나 내 마음속 깊은 불안감을 잠재워준다.

개떡같이 두서없이 말해도 찰떡같이 내 맘을 알아주는 남편이 고맙다.






이혼과 재혼 그리고 출산.

누구에게도 편안히 하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들이다.

이혼한 걸 지인들에게 감추고 살았고 재혼 역시 떠벌리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내 인간관계는 무척이나 좁아졌고 누구에게도 지금 나의 고민을 털어놓거나 내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그 누가 볼지도 모르는 곳에 나의 이야기를 천천히 써 내려가며 난 끊임없이 나와 대화하

내 묵은 감정을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받고 있다.


글쓰기가 이렇게 즐거울 줄이야!

일기 한번 오래 써 본 적 없는 내가 요즘 기를 재우고 나서 글쓰기에 빠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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