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우 6시간전

예민한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

내 아이의 기질은?


아이는 어릴 때부터 모든 감각이 예민했다.


모유만 고집하고 젖병을 거부했다.

통잠은 두 돌 이후에 겨우 편안히 자기 시작했고

티셔츠에 붙은 작은 태그에 짜증을 내고 변기 물 내리는 소리와 핸드 드라이어에 귀를 막았다.

병원에 가면 늘 의사 선생님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랐다. 원 가는 건 아이도 나도 큰 맘을 먹어야 하는 힘든 일정이었다.

유식은 한 번도 그릇을 비운적이 없.

입속의 내용물을 손으로 끄집어내 살피고 익숙한 재료인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삼켰다.


아이를 양육하며 뭐 하나 내 마음같이 되지 않았다.

'다른 애들은 저런 거 좋아하는데.. 넌 왜 안 좋아해?'

'고작 이걸로 짜증을 내는 거야?'

다른 애들과 비교하고 속해했다.


왜 우리 아이는 뭐 하나 편하게 되는 게 없을까.

다른 아이들이 열광하며 타는 그네와 미끄럼틀을 한번만 타보자고 사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일상이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애를 예민하게 키웠나'

'나 닮아서 겁이 많은가'

'왜 이리 예민하지. 뭐만 하자면 다 싫!'

'왜 그렇게 짜증이야?'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저 아이가 성격이 별나다고 생각했다.

뭐든지 싫다는 아이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요즘 남편과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양육에 어려움이 있는 부모에게 오은영 박사님이 명쾌하게 해답을 내려주신다.


'이 아이는 감각이 예민한 기질의 아이입니다.'

우리 아이 어릴 때 생각이 났다.

맞다. 우리 아이는 성격이 별난 게 아니라 모든 감각이 초예민했던 거다.


기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특성이라고 한다.

기질이 예민한 아이는 세상을 특별하게 느낀다고  한다.

변기물 내리는 물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느껴지고 핸드드라이어 소리가 자기를 잡아먹을 것 같은 큰 공포로 다가다고 한다.

옷에 붙은 태그도 하루종일 거슬려 태그를 떼어내야만 편해진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는 여러번 경험해서 적응해가야하고 이기구를 타는 건 세상이 흔들리공포였으리라.


 아이만큼이나 예민다.

아이의 작은 행동에 미를 부여하고 못된 것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아이에 비해 발달이 늦어질까봐 초조했다.


미끄럼틀 안 탄다고 큰일 나는 거 아닌데... 롯데월드 가서 놀이기구 안 타고 퍼레이드만 보고 싶다는 아이한테 왜 그리 모질게 했는지...

아이가 즐거워하는 모습보다는 내가 보고 싶은 아들의 모습 강요한건 아닌지.

아이는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을 배우고 있었을 뿐이데 조금 기다려줄 걸 회가 된다.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을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사랑해 준다면 예민한 기질의 아이도 점점 세상 편안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이 예민한 기질도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레 없어졌다.(병원에서도 평범해졌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여!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사랑하고 공감해 주며 이의 속도를 인정해주세요.

조금만 더 힘내시라!

예민하지 않은 아이보다 조금 많은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