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의 이상적 연애
너무 진지하지도 가볍지도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내 연애를 공개하는 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내 상황에 연애라니.
이 연애의 끝은 어떻게 끝이 날까.
한 아이 엄마인데 연애를 해도 되나.
이런저런 걱정들로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나는 다시는 결혼이라는 건 다시 할 생각이 없었다.
죽고 못 사는 커플도 같이 살면 언젠가 서로에게 무성의한 사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결혼을 할 이유가 없었다.
혹시 누구를 만나더라도 미래를 그리는 연애가 아닌 조금은 가벼운 연애를 하고 싶었다.
균형 잡기가 참 어렵다.
너무 진지해서도 너무 가벼워서도 안된다.
돌싱의 자유를 만끽하면서도 적당한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집안의 가장이 된 나는 깨어있는 모든 시간에 수입과 지출 계산을 해야 했다.
프리랜서로 일 하던 나는 집안일은 뒷전이었고 수입을 안정적이게 만드는데 온 힘을 다했다.
태생이 게으르고 편하게만 살던 내가, 태어나서 가장 치열하게 살던 시기였다.
누구에게도 기대고 싶지 않았다.
몸이 고단했지만 오랜 시간 전업 주부로 살던 내가 스스로 경제력을 갖추고 홀로 아들을 키워낸다는 남모를 자부심도 생겼다.
홀로 고군분투하는 일상 속에서도 내게 다시 한번 설렘이라는 감정이 찾아왔다.
내 남편은 총각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연락이 닿고 얼마 되지 않아 우린 서로가 궁금해졌다.
하루도 빠짐없이 남편은 날 만나러 왔다.
고된 하루를 보상받듯 난 매일 밤 남편의 차 안에서 매일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남편은 이혼녀인 나를 동정하지도 않았고 아이가 있는 나를 부담스러워하지도 않았다.
결혼을 하고 싶다고 하거나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하지도 않았다.
그저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노력을 할 뿐이었다.
그 사랑이 너무 따뜻해서 그 사람 앞에선 엄마가 아닌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관계가 진지해지기 시작할 즈음, 나는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했고 당신은 결혼을 해보지 않았으니 결혼을 할 사람을 만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내 욕심으로 언제까지나 연애만 하자고 붙잡아 두기에는 내 남편은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었다.
이 연애는 내가 원하는 진지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결혼을 원하지 않는 돌싱의 이상적인 연애가 아니었다. 난 그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랐고 나로 인해 시간낭비하지 않길 바랐다.
차라리 당신도 돌싱이면 좋았잖아.
내가 먼저 이 남자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결혼이든, 연애든, 형식은 뭐가 되었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서로의 곁에서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가면 된다고 했다.
나는 그의 말에 안도감을 느꼈다.
아마 내가 그에게 제일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돌싱의 연애는 미혼의 연애와는 시작부터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시작하지만 진실된 사랑을 만난다면 미혼의 연애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단지 다시 진정한 사랑을 할 '용기'가 필요할 뿐이었다.
용기를 내어 난 그 사람과 함께하는 우리의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늘 함께 하고 싶다는 간절함과 그에 대한 확신으로 나는 다음 해 두 번째 결혼을 하고 그다음 해 아이를 출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