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 유니콘인가 봐
신생아 육아 할만한데?
임신을 알게 된 후 나는 육아를 처음 하게 될 남편에게 단단히 일러뒀다.
"아기가 태어나면 우리는 그야말로 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게 될 거야. 안 믿기지?
새벽에 수유하고 다시 재우려면 차로 몇 바퀴는 돌아야 할 거고 하루종일 아기띠로 재워야 하는데 허리가 엄청 아플 것이며 밥도 둘이 함께 못 먹을걸? 아마 당번을 정해서 수유를 해야 할 거야. 두 시간마다 밥 먹여야 하는데 다시 재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야"
육아 초보 남편에게 육아의 고단함과 힘듦을 설명했다. 육아가 만만치 않음을 알리고 마음의 준비라도 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육아를 하면 부부사이가 멀어지고 싸움이 잦아져. 그럴 땐 주양육자인 내 말를 들어줬으면 좋겠어"
"오빠는 밖에 나가서 저녁에 잠깐 보는 거지만 나는 하루종일 아기랑 있으니 내가 더 아기상태는 잘 알지 않겠어?"
난 실력 있는 경력자는 아니어도 경력자는 경력자 아닌가.
12년 전에 난 이렇게 힘들었고 전 남편과 이래서 늘 싸움이 됐었고 모유 때문에 무척이나 힘들었으니 이번엔 분유를 먹일 거고 어쩌고 저쩌고 남편한테 떠들어가며 둘째를 맞을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
아기를 맞을 준비가 마냥 기쁘지는 않았다.
임신기간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눈물이 터지기도 했다.
그렇게 많은 우려와 부담 속에 아기가 태어났다.
둘째는 달랐다.
먹이는 대로 분유를 먹고 자라고 침대에 눕히면 바로 잠이 들었다.
그 흔한 배앓이도 없었다.
낮잠과 밤잠이 확실했고 신생아 키우는 집 답지 않게 우리 집은 평화로웠다.
우리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됐다.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니..'
'저녁 준비를 할 수 있다니..'
아기로 인해 우리 부부는 더 돈독해지고 행복해졌다.
내가 생각했던 신생아육아는 이런 게 아닌데?
애가 유니콘인 거야?
내가 경력자라 그런 거야?
남편이 바뀌어서 그런 거야?
순한 아기 기질도 한몫하지만 내 마음가짐도 첫 아이때와는 전혀 달랐다.
30대 초반의 나는 모든 게 무서운 초보엄마였다.
아기가 우는 것이 무섭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기가 울면 나도 울고 싶어졌다.
조바심과 긴장 속에 하루를 보내고
육아서적을 뒤적이며 답을 찾았다.
그 시기에는 애착육아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아이와의 애착을 최우선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숙한 내 품 보다 친정엄마 품을 더 편안해하는 아기를 보며 묘한 서운함도 느꼈다.
40대 육아는 신기하게도 여유로웠다.
아기가 울어도 당황하거나 긴장되지 않았다.
아기가 울어도 예전만큼 서두르지 않았다.
'배가 고픈가 보다' '졸린가 보다' '어딘가 불편한가'
울음을 울음 그대로 단순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말 못 하는 신생아들에게 울음만이 소통 방법일 뿐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 같다.
이런 육아의 여유로움은 30대의 나의 경험에서 오는 것 같다.
첫아기 때는 모든 걸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고 그 부담은 내 마음을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남편이 육아를 도와주려고 하면 그 서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 혼자 모든 걸 다 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예민한 기질의 아이와 완벽주의적 기질의 초보엄마의 콜라보였다.
지금의 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남편이 좀 서툴러도 괜찮다.
육아는 엄마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니며 부부가 함께할 때 더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이제는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몸은 30대 때랑은 다르다.
도수치료와 물리치료를 다녀도 그때뿐이고 아직도 왼쪽 팔꿈치는 기름을 칠해야 할 것 같이 뻑뻑하다.
그런데 아기가 환하게 웃어줄 때는 고단함이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작은 아기가 주는 무한대의 사랑이 날 얼마나 강하게 만드는지 신기할 뿐이다.
또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건
이 시기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온 세상 전부인 듯 바라보는 아기 눈빛을 얼마나 그리워할 것인지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내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첫째.
내가 첫째의 전부였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아기였던 첫째를 만나고 싶어서 사진첩을 종종 뒤적인다.
다시 한번만이라도 아기 때의 널 만나고 싶다.
다시 한번 꼭 안아주고 싶다.
이렇게 둘째도 언젠가 그리움 가득한 마음으로 이렇게 추억하게 되겠지.
너와 함께하는 시간은 천천히 흐르길 바라본다.
40대가 되어 마음의 여유로움 속에 시작된 육아.
할만하다. 해볼 만하다.
아기에게 내가 세상의 전부인 이 시기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흘러가버린다는 걸 나는 알기에 나는 오늘도 힘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