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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사는 여자

난 빨리하는 게 제일 중요해.

by 쭈우

난 뭐든지 대충다.

그게 살면서 강점이 될 때도 있고 약점이 될 때도 있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대충 해'이니 오죽하면 친구들에게 '대충대충 쭈우'라고 불리기도 했다.


대학교 때 집에서 나오기 30분 전에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아침밥까지 먹고 오는 나를 친구들은 신기해했다.

난 그럴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대충 하면 돼"


살면서 내 이런 성향이 강점이 될 때가 있긴 있었나. 회사 다닐 때는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당시 난 웹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는데

일이 들어오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하루빨리 일을 끝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작은 수정사항도 그날 바로 처리해야 했다.

일을 끝내면 다음 일이 들어오기 망정인데 일이 없는 그 찰나를 즐기고 싶어 했다.

이 모든 건 누가 시켜서도 아닌 내 조급증 때문이다.


요즘도 이런 조급함과 대충 일을 처리해 버리는 습관이 남아있는데 특히 글을 읽을 때 심하다.

무조건 속독으로 빠르게 읽어버고 만다.

그 습관은 어찌해도 고칠 수가 없다. 내용이 궁금한 것도 그렇지만 항상 내 마음속에는 '나중에 시간 있을 때 정독해야지. 근데 지금은 궁금하니까 속독으로 읽어버리자' 이런 마음다.

처음 마음과는 달리 간을 내어 정독으로 다시 읽일은 극히 드물다.


이 빨리빨리 대충 하는 습관은 육아에도 적용된다.

기저귀를 갈고 나서 기저귀를 버릴 때도 가지런히 접지 못한다. 그저 빨리 대충 어 눈에 안 보이게 잘 치울 뿐이다.

돌 전아기옷은 바디슈트가 많은데 기저귀 스냅 부분에 단추가 세 개 달려있다.

나는 아기바디슈트에 단추를 세 개 다 채워준 적이 없다. 대충 입히고 우는 아기를 빨리 달래고 싶기 때문이다.

나와 달리 모든 일에 대충이 없는 남편은 추 한 개를 채운 채 덜렁덜렁 기어 다니는 아기 볼 때마다 남은 단추를 채워준다.


뭐든 대충 빨리 하는 이런 습관을 꼭 고쳐야 할까?

난 뭐든 대충 빠르게 일을 처리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가볍게 살아가는 게 좋다.

종종 작은 실수는 하지만 말이다.

남편은 속이 터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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