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들의 말, 잘 들리시나요?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어릴 때 아이는 참 야무지고 똑 부러지는 아들이었다.
어린것이 어찌나 말을 잘하던지 나는 훈육을 시작했다가 내 감정이 상해서 폭발하기 일쑤였다. 꼬맹이랑 말싸움으로 붙어서 씩씩대는 엄마라니...
지금 아들은 나와 말싸움을 하지 않는다.
싸우고 싶어도 아들의 말을 잘 이해할 수가 없다.
아들의 말의 의미를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아들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
집중해서 대화할 땐 다르지만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해 있을 때 아들이 말을 걸어오면 80퍼센트는 되묻는다.
"엄마. 학교에서 웅얼 웅얼 웅얼.. 어요."
"... 어? 못 들었어. 뭐라고?"
"... 아휴 아니야"
늘 이런 대화다.
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는 내가 답답한지 언제부턴가 아들은 순순히 다시 말해주려 하지 않는다.
조금만 또렷하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아들은 사춘기에 들어가면서 목소리가 변했다.
정신없이 까불까불하던 성격도 제법 차분해졌다.
눈을 치켜뜨며 낭랑한 목소리로 나를 향해 불만을 토로하던 깜찍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제법 성숙해진 목소리로 자그맣게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듯 말을 한다.
입을 적당히 벌리지 않고 말을 하는 버릇도 한몫한다.
우연히 요즘아이들의 발음 습관이 예전과 다르다는 기사를 봤다. 받침의 [ㄹ] 발음을 R로 한다는 것.
정확히 [ㄹ] 받침의 발음은 R도 L도 아니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L]에 가깝다.
요즘 아이들은 [R] 소리에 가까운 발음을 하고 입을 많이 벌리지 않는 발성을 쓴다고 한다.
'이거이거 딱 우리 아들이네...'
입을 정도껏 열지 않고 말하는 버릇과 또렷하지 않은 사춘기 남자아이의 목소리. 또 R발음의 영향으로 웅얼 웅얼로 들리고 소리를 안으로 삼키듯 들리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 언어가 변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발음으로 점차 변하는 걸 발음이 진화했다고 표현해야 하나? 의문이다.
10대 20대들은 정녕 이런 발음으로 서로 소통이 가능한 걸까.
아무튼 난 아들의 말을 잘 듣고 싶다.
혹시 내가 그 사이 늙어서 귀가 잘 안 들리나?
그러기엔 난 아직 젊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