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것
출산과 육아로 인해 약 1년간 일을 쉬었다.
“아기가 돌이 되는 3월에 돌아올게요!”
학생들에게 그렇게 말해두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3월이 코앞이다.
하지만 다시 수업을 시작할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출산 전에 계획했던 대로라면, 3월부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기가 집으로 돌아오는 3시까지 수업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돌이 가까워진 지금,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 아이는 낯가림이 심하다. 낯선 환경에 힘들어하는 편인데 어린이집에 적응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설령 적응하더라도 면역력이 약한 아기는 수시로 감기에 걸려 아프기 쉽다.
그때마다 나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수업을 취소해야 할 것이고, 아이 케어도, 수업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어린이집은 보류하고 아기가 좀 더 자랄 때까지 가정보육을 하기로 결심했다.
막연히 ‘돌이 되면 기관에 보내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생각했는데, 아기를 직접 키워보니 돌이 되었다고 기관에 보내는 일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 나는 “아기가 아파서요. 수업 일정을 조정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말을 수없이 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수강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정 조율을 할 수도 있지만,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 워킹맘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은 없지만,
이런 애매한 상황들이 날 혼란스럽게 만든다.
일도 육아도 소중하지만 어느 하나를 온전히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며칠 전 수강생에게 메시지가 왔다.
"선생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나요?
이제 슬슬 수업을 재개하시지 않나요?"
수업 재개를 기다리는 몇 명의 학생들의 연락을 받으면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에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저도 다시 일을 하고 싶어요. 아직은 3월에 복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수업을 재개하면 꼭 연락드릴게요."
아쉬움과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답변을 보냈다.
언제 확실히 재개를 하게 될지 아직도 나는 모르겠다. 다시 일을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내 발목을 잡는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도전한 새로운 일이었는데, 다시 둘째를 출산을 하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면서 멈추게 됐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를 보며, 다시금 고민이 깊어진다.
이제 또다시 나는 '경력 단절'이라는 현실과 마주했지만, 아쉽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아기는 성장하고 있고 난 언제든 다시 재도전하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