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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늙고 아이는 자란다.

시간은 늘 당연한 듯 흘러간다.

by 쭈우


엄마는 곧 일흔, 아빠는 칠순을 넘겨 머지않아 여든을 바라본다. 치아는 새 이로 바뀌고 있고, 눈도 수술이 필요할 만큼 약해졌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 같았던 두 분이 늙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막연히 우리 부모님은 언제까지나 정정하실 거라 믿어왔던 내가 어리석었구나 싶다. 부모님은 나이대로 분명하게 늙어가고 있었다.

반면, 내 막둥이 아이는 최근 돌을 지나 두 살이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이 기쁘고 사랑스럽다. 하루가 지나면 또 자라고, 밤이 지나면 다시 자란다. 이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예뻐서 시간이 멈췄으면 싶다가도, 빨리 커서 아이와 많은 경험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는 기쁨 뒤에는 부모님이 늙어간다는 현실이 따라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아이는 앞으로 나아가고, 부모님은 점점 뒤로 멀어져만 간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때때로 먹먹하고, 마음 한구석을 서늘하게 만든다.

언젠가 내 아이들도 나를 보며 이런 생각을 할까?


나 또한 마흔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이제 슬슬 노화를 실감하고 있다. 탄력이 줄어든 피부, 염색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흰머리. 쉽게 피로해지는 몸.

젊었을 때는 당연하게 내게 주어진 것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고 있다.

사람이 자라고 늙어가는 이런 자연의 흐름이 왜 이토록 서글픈지 모르겠다.


시간은 늘 당연한 듯 흘러간다.

부모가 늙어가는 것과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보며 시간의 속도를 체감한다.

부모를 보면 먹먹해지고 아이들을 보면 뭉클해진다.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지만,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매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가족을 더 사랑하며 지내는 것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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