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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춘 Nov 02. 2023

세상을 떠나가는 그네 타기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지금 여기에 존재하기

쌍문역 근처에 놀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그 놀이터를 지날 때 가끔 어떤 여성분을 발견하는데 그네를 열광적으로 타고 있는 모습 때문에 눈이 갑니다. 보통의 그네 타기가 아닙니다. 마치 세상을 떠나가려는 듯이 아주 높게, 엉덩이가 들릴만큼 세차게 그네를 탑니다. 저라면 그렇게 못 탈 것 같아요. 너무 무서워 보이거든요. 아무튼 그런 그네 타기의 모습은 확실히 일상의 풍경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 그네 타기를 하고 있는 놀이터 옆을 걸어 지나갈 때면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간 기분이 듭니다. 이게 현실일까 꿈일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어떤 이유에서 그네 타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내와 얘기했을 때 아내 추측은 이랬습니다. 그건 운동하고 있는 것 아닐까? 전신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 말이야. 과연 그런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네 타기는 그 자체로 즐겁기도 하고 엉덩이가 들리고 날아가려는 몸을 붙잡으며 타는 그네 타기는 스릴 만점이겠습니다. 마음도 단련하고 있는 걸까요? 수차례 그 모습을 보며 지나가다 보니 어떤 날은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물어보고 싶은 건 왜 그렇게 격렬하게 그네를 타고 있는지 그 이유지요. 그다음으로는 그네 타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고 싶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정말 진실이라고 말이죠. 오늘의 교훈은 이렇습니다. 마음의 유연함을 가질 것.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는 모호합니다. 누군가는 세상을 떠나가는 그네 타기를 보고 아무 감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 또한 일상일 수도 있지요. 반대의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그네 타기의 시각 정보는 두뇌로 도착했지만 그걸 흘려보내고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요. 그건 감수성과 현존의 부재입니다. 세상을 살아가지만 머리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셈이지요. 다음엔 꼭 그분의 그네 타기 속으로 들어가 저 역시 그네 타기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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