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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춘 Nov 24. 2023

불교로의 초대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 원영 스님, 불광출판사

불교에 관심을 가진 지는 오래되었는데 수박 겉핥기로만 알았지 불교의 다양한 개념들이나 부처의 생애 등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올해 중순부터 좀 더 불교에 대해 잘 알고 싶어 책을 구입했는데 그 책이 원영 스님의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입니다. BBS불교방송 유튜브 채널에 원영 스님의 불교대백과 영상을 몇 차례 보면서 알게 된 분이고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셔서 이 책도 고른 겁니다. 책의 제목처럼 불교의 핵심 교리와 개념들을 쉽고 친절하게 전달합니다.


어떤 분야에 대해 새롭게 공부해 나갈 때 우선 필요한 것은 그 분야의 용어들을 익히는 것입니다. 제가 새롭게 익힌 것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삼법인: 일제개고, 제행무상, 제법무아 (+ 열반적정)

- 사고팔고: 생로병사 + 애별리고, 원증회고, 구부득고, 오온성고

- 오온: 색, 수, 상, 행, 식

- 삼독: 탐, 진, 치

- 사성제: 고집멸도

- 팔정도: 정견, 정사유, 정어,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정정

- 사념처: 신, 수, 심, 법

- 연기

- 육바라밀: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 선정바라밀, 반야바라밀

- 십선도: 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기어, 불악구, 불양설, 불탐욕, 불진애, 불사견


삼법인은 부처님의 말씀을 가려내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합니다. 어떤 스님의 말씀이 삼법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어긋나다면 부처님의 말씀과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삼법인의 세 가지 중 저는 무상과 무아가 여전히 어렵습니다. 아니 개념적으로는 이해하는 것 같아도 일상 속으로 녹아내진 못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원영 스님이 설명하는 부분을 가져와보겠습니다.

"무상이란 것은 시간적으로 인식했을 때의 변화를 말한다. 시간, 그러니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건이 달라지고, 그 조건이 달라짐에 따라 나타난 현상도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무상이란 단어에는 부정적인 느낌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의 개념에는 부정의 느낌도 긍정의 느낌도 없다. 현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사실 파악'일뿐이다"


불교가 매력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저 ’ 있는 그대로의 사실 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간, 더 넓게는 생명을 가진 동물로 태어나는데 그에 맞게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사고의 틀이 있습니다. 위험을 피하고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생각하죠. 물론 그 사고의 틀은 자연이 마련해 준 유용한 도구이며 분명 생존에 도움이 되겠지만 모든 상황에서 올바르게 작동하는 건 아닐 겁니다. 우리는 자주 다른 사람의 말과 생각을 오해하고 스스로 만들어 낸 상을 갖고 기준 삼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과 사람을 왜곡하고 눈이 멀어버리는 셈입니다.


제행무상이 말하는 건 사실 간단합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건데 잘 생각해 보면 맞는 말입니다. 모든 사물은 시간 속에서 변해가고 상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히 변하지 않고 머무르는 건 없습니다. 이런 현실의 속성을 이해하는 일이 집착을 덜어내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전통적인 수행 방법 중의 하나로 신체의 무상함을 떠올리며 명상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몸, 나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데 도움이 되었겠지요. 하지만 자칫 부정적이고 허무주의 적인 생각으로 빠질 수 있어 경계하며 해야 하는 수행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죽어서 화장하지 않고 매장을 했다고 한다면 더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일단 나의 온기는 바람으로 흩어질 테고, 시간이 갈수록 부패되어 몸에서는 구멍마다 물이 나올 것이다. 물이 빠져나가면 피부가 말라비틀어지고 분해되어 점점 흙 속으로 사라진다. 그렇게 나의 몸은 지수화풍의 성질로 돌아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


제법무아는 좀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나 “라고 할 것이 없다. “이것이 바로 나야”라고 생각하는 자아상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심지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도 엄밀하게는 같은 사람이 아닐 겁니다. 연속적으로 흐르는 시간과 생각의 흐름 속에서 나라는 존재 역시 계속 변해갑니다. 이 부분은 뇌과학과 닿아있기도 합니다. 신경가소성이라는 용어는 우리의 두뇌가 고정된 배선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행위, 습관 그리고 환경에 의해 두뇌의 배선은 끊임없이 조정됩니다. 당연히 10년 전의 두뇌 속 신경망의 모습과 지금의 신경망의 모습은 다를 겁니다. ”이것이 바로 나야. 저것은 내가 아니야 “라는 마음이 있으면 역시 집착이 생기고 괴로움이 생길 겁니다. “이런 행동은 나랑 맞지 않아. 나는 할 수 없어. 나는 이런 사람인데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없어” 같은 생각이 일어나는 겁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는 우리가 믿고 싶은 존재로서의 영원불변한 자아란 없다는 이야기다. 지금 이 몸뚱이는 그저 오온이 조건에 따라서 결합된 형상일 뿐이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라는 존재는 다른 사람과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존재 사이의 상호 연관성이 나옵니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인연에 의해 생겼다가 인연에 의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 누가 만들어준 것도 아니고,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그 어떤 것도 인연에 의지하지 않은 채 우리 삶에 들어와 존재할 수 없다"
"'무아'라고 하는 것은 결국 '조건이 만들어낸 관계'를 말한다. 지금 현재 상태로 존재하기까지 수많은 관계들의 변화가 있었다. 그 시간적 변화를 '무상'이라고 한다. 무상한 그 변화를 가만 들여다보니, 모든 것이 조건 형성의 관계로 엮어져 있었다. 모두가 조건의 결합인 것이지, 따로 하나만 떼어내서 고유한 특성을 가진 독립된 개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해, **일상생활에서 말하는 행위 주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의해 형성된 어떠한 현상도 홀로 독립되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어 수행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불자들은 팔정도를 지켜 수행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선 바른 견해란 괴로움에 대해 알고, 괴로움의 근원을 알고, 괴로움의 소멸을 알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해 아는 것이다. 바른 생각은 악을 행하지 않으려는 생각, 남을 해치지 않으려는 생각을 말하며, 바른말은 거짓말하지 않고, 이간질하지 않고, 악담하지 않고, 잡답하지 않는 것이다. 바른 행동은 살아 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고, 주지 않은 것을 갖지 않고,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 것이고, 바른생활수단은 잘못된 방법으로 생계를 유지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바른 정진은 악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악한 생각이 일어나면 버리도록 노력하며, 선한 생각은 더욱 커지도록 하라는 것이다. 바른 마음 챙김은 매사에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세상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몸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며 머무르라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바른 집중은 감각적 쾌락과 바람직하지 못한 모든 곳에서 벗어나 사유하며, 홀로 명상하며 느끼는 기쁨의 선정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집착이 사라지고 고통이 사라지는 경지가 있다고 하는데 그곳에 어떻게 이를 수 있는지 수행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원래 종교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과학과 공학 근처에서 공부하고 지내다 보면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어떤 이론을 믿게 되지요. 하지만 종교에 대한 궁금함은 있어서 친구를 따라 교회엘 가보고 성경의 내용을 익혀보기도 했지만 쉽게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믿음의 문제라고 해버리는 건 너무 쉬운 해결책이라 생각했습니다. 특히 원죄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불교 역시 어떤 부분은 허무맹랑해 보입니다. 윤회라는 개념, 불교의 여러 가지 지옥들은 판타지 소설의 내용 같습니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인간의 본성과 마음을 살피게 만드는데 차근차근 그 원리를 따라가 보면 마치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처럼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마음을 살피고 왜곡된 상을 짓지 않기 위한 수행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불교 책들을 꾸준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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