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 힌트를 주자면 '무엇으로든 넘버원이 되는 것'이 중요해요. 거창하지 않아도 돼요. 지역이라든지 인기 메뉴라든지 어떤 것이든 상관없어요. -중략-. 뭐든지 좋으니 무엇으로든 넘버원이 되는 거예요."
"넘버원이라...."
"그게 가능하다면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큰 기업을 이길 수 있어요 철저하게 실천하면 돼요. 그리고 넘버원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거예요. 최대한 많은 분야에서 넘버원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반드시 결과가 나오게 돼 있어요."
-다카이 요코의 '작은 가게의 돈 버는 디테일'
사업 실패 후 오랜 세월 자영업을 하셨던 부모님,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연스럽게 장사에 대해 보고 들으면서 조금씩 영향을 받고 자란 나.
어머니는 반대하셨지만 아버지는 직장 생활보다는 학교 졸업 후 주유 탱크차로 공장에 경유 납품하는 요령을 배워 아버지와 같이 주유소를 인수해 장사를 하기 원하셨다. 아버지 나름 그동안 탄탄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짜 놓으시고, 틈이 나는 대로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장사에 대한 요령을 가르쳐 주셨다.
아버지께서 가장 많이 해주셨던 얘기 중 하나가 "장사꾼은 죽은 돈과 살아있는 돈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살면서도 마챦가지이다. 죽은 돈과 살아있는 돈을 구별하지 못하면 돈을 벌 수가 없다" 그 당시 난 이해하지 못했다. 뭐가 죽은 돈이고 살아 있는 돈인지.
어느 여름날 해 질 무렵 장사를 마치고 다른 동네에서 모르는 동네 분과 아버지는 구멍가게 앞에서 돼지껍데기 김치볶음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난 사이다를 마시면서 어른들의 술자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서야 얼큰하게 취기가 도는 동네 분과 이야기를 마치시고 헤어지고 난 후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소주 한잔을 더 하시면서 "저 동네분들은 아직 한집도 우리 집 물건을 사용하지 않지만, 조만간 아빠가 우리 집 물건을 쓰게 만들 거다. 지켜봐라 아들. 싸구려 소주 한잔이지만 진심이 통하면 살아 있는 돈은 항상 결실이 돼서 돌아온다. 그리고 기회는 딱 한번. 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살면서 명심해라. 죽은 돈과 살아 있는 돈. 기회는 항상 딱 한 번 뿐이라는 걸" 그리고 아버지는 날 데리고 몇 번 더 그 동네를 찾아갔고 그해 가을에 정말 그 동네분들 대다수가 기존 사용하던 곳이 아닌 아버지에게 주문을 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많이 해 주신 말씀이 '일인자'이다. "어떤 일을 하든 항상 일인자 되도록 노력해라. 일인자 밑으로는 사람들이 절대 알아주지 않는다. 비록 똥 구르마를 끌어도 일인자가 되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비록 하찮은 일이라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도록 노력해라"
하지만 살면서 어떤 일이든 넘버원이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가진 나로서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장사나 직장 생활에서나 어떤 일을 하든 능력 없는 사람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어떠한 이유로든 도태되지 않기 위해 마음가짐은 항상 넘버원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어릴 적 난 아버지와 같은 장사꾼이 싫었고,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남 비위 맞추면서 때론 남들과 싸워가면서 자신을 가족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싫었다. 그래서 아버지와 같은 장사꾼의 길보다 직장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어디에서든지 경쟁하고 살아가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지금 시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나에게 자신의 경험을 빚대어 세상을 살아나 갈 지혜를 주셨던 것 같다. 자식은 부모를 닮아 간다는 말처럼 아버지가 나에게 그랬듯이 나도 내 자식들에게 가슴속에 남을 지혜를 심어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