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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자 JS MIN Oct 14. 2016

믿거나 말거나 2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이지만 언제부터인지 데자뷔 현상처럼 꿈에서 본모습이 현실에서 똑같이 보이는가 하면 귀신 꿈을 자주 꾸거나 아주 가끔 현실에서도 귀신을 보는 경우가 있는데 착시 현상에 의해 헛것을 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저승사자 꿈을 꾸는 날이면 마치 해리포터가 볼트모어에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 듯 두려움과 그의 알 수 없는 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비명과 함께 온 몸이 식은땀으로 젖은 채 꿈에서 깨어나는데, 어떤 경우에는 침대에 앉아 있다가 뭔가 이상해 뒤를 돌아보면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놀라 다시 잠에서 깨어나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하교 길에 친구와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가 던 중 우리가 타고 있던 시내버스가 다른 차와 충돌하면서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넘어져 있고 유리창 너머 상가 건물벽에 붙어 있는 현수막과 앞에 충돌한 흰색 승용차를 보면서 꿈에서 깨어났다.

별일 아닌 개꿈으로 생각하고 잊고 지내 던 며칠 뒤 평상시와 똑같이 학교 등교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 길에 친구와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 가던 중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스치면서 설마 하는 순간 꿈에서 봤던 똑같은 장소에서 흰색 승용차와 충돌하였고 난 영화에 한 장면처럼 모든 시간이 정적처럼 멈추어져 눈 앞에 꿈과 현실이 슬로 모션처럼 교차되어 스쳐 지나갔다.

다행히 단순한 접촉사고로 꿈과 달리 크게 다친 사람은 없어지만 난 다리가 풀려 한동안 주저앉아 있다가 버스에서 내려 친구와 같이 걸어서 집으로 갔다.


귀신 꿈을 자주 꾸는 편이고 때론 그 기억이 너무 생생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현실에서 있었던 일처럼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 나를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새벽에 잠자는 걸 싫어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런 나를 지켜보는 아내는 하루 종일 거의 잠도 안 자고 생활하는 걸로 착각할 때가 종종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어느 가을날 일이다. 잠을 자다가 누군가가 '쿵쿵쿵' 현관문을 두드리던 소리에 일어나 거실에 나가보니 아내는 부엌에서 아이는 거실을 서성이며 있고, 문밖에 누군가가 계속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 주순간 아버지가 불쑥 들어와 침대방으로 쏙 들어가시는 게 아닌가.

난 놀라서 '아버지가 어떻게 중국까지 찾아오셨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침대방에 이불을 덮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돌아가시기 전 머리카락이 단정한 짧은 머리였는데, 흰 수의에 시퍼렇게 차가운 얼굴 위로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어 추위에 덜덜 떨면서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고 장롱에 있는 이불을 몇 개 꺼내어 덮어 드리면서 '아버지 아직도 추워요?'라고 여쭤보았지만 아버지는 내 이름을 부르며 'OO아 너무 추워 너무 추워'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시며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이튿날 꿈이 뒤숭숭해 어머니에게 전화하면서 꿈 얘기를 하였더니 어머니가 놀라시면서 나랑 똑같은 꿈을 꾸셨다고 아무래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안 될 것 같다면서 얼마 후 어머니는 막내동생과 같이 산소에 가셔서 벌초와 옷을 태워 주시고 오셨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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