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새해를 며칠 앞두고 한국이 계신 어머니와 통화 중 "벌써 한 해가 다 가네요"
"그러게. 넌 잘 모르겠지만 난 일 년이 한 달같이 너무 바쁘게 시간이 흘러가는구나"
80 순이 된 노모. 그녀 품에서 떨어져 타국에서 생활한 지 15년. 나도 어느덧 세월의 흐름이 조금씩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창문 넘어 새해를 알리는 폭죽 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고요한 새벽녘.
자연이 정해 놓은 죽음의 잣대로 지금의 난 내 인생에 어디쯤 걸어왔을까?
철학자 지론의 인생 사계절에 비유해 본다면 막 무더운 여름을 지나 어느덧 초가을에 접어든 나이가 된 것 같다.
인생의 사계절 중 가을은 봄의 노동의 결실을 수확하는 시기라고 표현하는데, 나의 인생에 많은 수확물을 걷어 들일 수 있을 만큼 봄, 여름 동안 값진 노동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에 잠겨본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으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멈추어라, 너는 아름답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파우스트처럼 나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을 가?
10대, 20대, 30대, 40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에는 가족의 따뜻한 온기가 있고, 먹고살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언제 연락해도 반겨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