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기는 누굴 닮았을까?
28주 차의 기록
인정하긴 싫지만 난 영락없는 아빠 탁이다. 눈매, 볼 살, 웃는 모습, 그리고 성격까지 아빠를 빼닮았다.
불행히도 엄마, 아빠의 큰 눈은 물려받지 못해 나는 가족 중에 혼자만 속꺼풀에 작은 눈이지만, 피부는 엄마의 하얀 피부를 잘 물려받았다.
덕분에 외모에 대한 칭찬을 별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피부가 정말 하얗고 좋다는 칭찬은 종종 듣곤 했다.
남편은 어머니를, 다른 건 아니어도 두 눈을 꼭 빼닮았다. 내가 무척이나 바랬던 쌍꺼풀이 짙은 큰 눈이다. 하지만 오빠는 피부는 보통 사람들에 비해 까맣다. 그래서 오빠는 이상형이 피부가 하얀 사람이라고 했었다.
'내 피부에 오빠 눈을 닮았으면...'
나와 남편은 우리 둘의 예쁜 모습만 골라서 닮길 바라고 있는데 우스갯소리로 '거꾸로 오빠 피부에 내 눈을 닮으면 시집 못 가'라고 말하곤 했다.
내 새끼인데 뭘 해도 안 예쁘겠냐만은, 내심 속으론 우리보다 더 예쁘게 생기길 바란 것 같다.
그리고 28주 차에 처음으로 덕순이의 얼굴을 입체 초음파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12주 입체 초음파, 20주 정밀초음파까지 검진을 마쳤지만 덕순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진 못했다.
12주 때 덕순이는 손가락 마디만 한 6.4cm로 입체 초음파로도 겨우 사람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작았다. 20주 때는 덕순이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장기들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았는지, 외적 기형은 없는지 검진했다. 아이의 얼굴은 보통 24주 후부터 입체 초음파로 확인하는데 내가 다니는 병원은 28주에 확인할 수 있었다.
28주 차 검진 날은 처음으로 덕순이의 얼굴을 보는 날인지라 무척 떨렸다. 남편도 무리해서 반차를 내고 병원에 같이 와서 함께 덕순이의 얼굴을 보았다.
떨리는 첫 순간, 덕순이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추고 있었는데
검진을 봐주시는 선생님이 능숙하게 배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기침도 해보고, 옆으로도 누워보고, 덕순이 입장에선 평화롭게 있다가 얼굴 좀 보자고 이리저리 괴롭히는 것이 꼭 봉변일 것만 같았다.
남들 다 하는 거라 나도 아기 얼굴 좀 미리 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덕순이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준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마 덕순이가 끝까지 얼굴을 안 보여줬다면 덕순이를 위해 재시도는 포기했을 것 같다. 하지만 다행히 덕순이는 손을 살짝 내려주었고 선생님이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얼굴을 찍어주었다.
탯줄에 조금 가려져있었지만 두 눈, 코, 입이 모두 보였다. 큰 눈두덩이를 보니 왠지 오빠 눈을 닮았을 것 같단 희망이 보였다. 코는 우리 둘을 닮아 오뚝했다.
신기한 건 입술이었다. 남편이 남자치고는 입이 가로로는 짧고 도톰한데 덕순이가 남편의 입술을 빼닮았었다. 아니, 덕순이가 좀 더 도톰하게 생겼다.
큰 눈에 오뚝한 코, 도톰한 입술까지...
우리 둘 사이에서 생긴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내 아기라서 예쁜 건지, 객관적으로 예쁜 건지 구분이 안 가지만 확실한 건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기였다. 이 아기가 내 뱃속에 있다는 것도 사실 믿기지 않았다. 임신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내 뱃속에 다른 심장이 뛰고 있다는 사실은 늘 신비롭고 놀랍다.
덕순이의 얼굴은 액자에 담아 거실 선반에 올려두고 매일매일을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밖에 있을 때도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보곤 한다. 이 아이가 점점 클수록
더 사랑스럽고, 예쁘고, 내 아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 덕순이를 예전에는 덜 사랑한 게 아니라 앞으로 점점 더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첫 5주 차 때 0.66cm의 콩알만 한 덕순이의 아기집을 보았을 때 느꼈던 '낯섦, 어색함, 당황스러움'을 생각해보면 덕순이가 0.66cm 에서 지금 모습으로 자란 만큼, 덕순이를 향한 내 마음도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다.
덕순이가 자라는 것처럼 나도 '엄마'로서 자라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둘 모두 이렇게 언젠가 만나기 위해 서로 잘 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