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정동장애를 가진 그렉의 이야기
“이 케이스를 너에게 넘기게 돼서 미안해. 그가 하는 행동에 너무 큰 의미 두지 말고, 3개월마다 인베가 트린자(Invega Trinza)* 주사만 안 까먹게 도와주면 돼.”
*인베가 트린자(Invega Trinza): 조현병(정신분열증) 및 분열정동장애의 증상 조절에 사용되는 장기 지속형 항정신병 약물
승진하게 되면서 나에게 케이스를 넘긴 사수는 그렉의 배경을 간단히 설명해 줬다.
치위생사로 일하던 그렉은, 어느 날 갑자기 귀신이 보인다며 혼잣말하기 시작했고, 극심한 감정 기복을 보이다 결국 해고되었다고 한다.
진단명은 분열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 그전까지는 나도 잘 몰랐던 정신질환이다.
분열정동장애는 조현병의 현실 왜곡, 환각, 망상과 같은 정신증적 증상과 우울증 또는 조증과 같은 기분장애의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직장을 잃고 SSDI**를 받게 된 그렉은 주거지마다 이상행동으로 쫓겨났고, 결국 여자친구 피오나와 함께 밴에서 홈리스 생활을 하게 됐다
**SSDI : 미국 사회보장국(SSA)에서 제공하는 근로 능력을 상실한 장애인을 위한 월간 현금 급여(평균 $1,200~$1800/월 (2024년 기준)
그와의 상담은 ‘상담’이라기보단 ‘모니터링’에 가까웠다.
제대로 된 대화는 거의 불가능했기에 그가 3개월마다 맞는 주사를 놓치지 않게 챙겨주는 것이 내 주요 역할이었다.
그는 항상 콜라와 담배를 달고 살았고, 양치를 전혀 하지 않아 구취가 심했으며 만날 때마다 이가 하나씩 빠져 있었다.
편집증도 심했다.
여자친구인 피오나가 입는 옷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며, 여성복만 고집해 입고 다녔다.
맞지도 않은 원피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당황스럽다 못해 애처로웠다.
그리고 그는 항상 나를 의심했다.
“당신이 누군데? 난 멀쩡한데, 왜 와? 당신이 갖고 오는 주사에 독약 들어 있지? 너 진짜 나쁜 인간이야. 지옥으로나 떨어져.”
이게, 그에게 매번 듣는 인사였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되뇌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아파서 그런 거니까.’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매주 그와 마주하는 건 고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사건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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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각 장애가 있는 심리 상담사]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