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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22. 2021

엄마 반성 일기를 쓰니 반성할 일이 줄어들었다

나의 말과 행동을 컨트롤하는 좋은 방법

  네 살 터울의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첫째의 사회적 스케줄과 둘째의 생리적 스케줄을 조율하는 일이 매우 힘들다. 특히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 둘과 나, 이렇게 셋만 남아 있는 첫째 아이의 등원 전까지의 시간이 그렇다. 간간히 평화로운 아침이 있긴 하지만 항상 어떤 아침이 펼쳐질지 긴장이 된다. 어떤 날은 일찍 찾아온 첫 번째 낮잠으로 칭얼거리는 둘째 때문에 첫째에게 계속 '빨리빨리'를 남발하며 정신없이 어린이집으로 향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첫째의 등원 준비로 둘째에게 밥을 제때 못주기도 한다. 이런 날들은 양반이다. 둘 다 엄마에게 붙어서 우는 날은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울음소리에 귀도 멍하고 정신도 멍해진다.


 그날 아침도 그랬다. 둘째가 칭얼거리며 달라붙기 시작했다.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를 계속 안고 있으니 첫째의 표정이 뚱해졌다. 이제 양말만 신고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첫째가 양말이 불편하다며 못 신겠다고 울기 시작했다, 평소 잘만 신고 다니던 양말인데 그날따라 이상하다며 신발도 못 신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둘째를 내려놓으니 둘째도 울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에 정신이 하나 없고 짜증이 구쳤다.


양말 신지 마! 신발도 신지 마!

맨발로 유치원 가!

엄마 너무 힘들어. 엄마 못하겠어.


  우는 첫째 아이에게 나도 짜증을 쏟아냈다. 달래줘야 되는 걸 알면서도 그게 안됐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인 것을 알면서도 했다. 나도 울고 싶었다. 꾸역꾸역 첫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둘째를 재우고 조용한 집에 앉아 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노트에 그날의 일을 적었다.


3월 17일
효율 남매 아침 전쟁
둘 다 울고불고 지효는 양말 탓에 우는데
토닥여주지 않고 엄마 힘들다는 말만 함
반성하자


그 이후로 후회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메모를 남겼다.


4월 2일
첫째가 가져오겠다고 하는 것을 내가 가져옴
그냥 가져오게 할 것을... 울려버렸다.
기다려주자
존중해주자
주저리 얘기하지 말자


4월 26일
말 안 듣는 첫째 때문에 인내심 한계 느낌
첫째에게 똑같이 대해줌
어른답게 행동해야 되는데 힘들다


 이렇게 후회되고 반성할 일을 적어 놓으니 아이 때문에 화가 날 때 적어 놓은 내용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가 가라앉고 이성적으로 아이를 타이르고 달래줄 수 있었다.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행히 4월 26일 이후로 한 번도 반성 일기를 적을 일이 생기지 않았다. 반성일기가 이렇게 효과가 있을 줄 몰랐다.


  지금 아이를 키우며 후회할 일이 늘어나고 있다면 반성일기를 써보기를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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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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