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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27. 2021

가장 무섭고 무거운 단어 '실종'

아이들이 모두 부모님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과자가 먹고 싶을 때 유일하게 먹는 과자가 있다. 어느 날 내가 식탁에 앉아 과자를 먹고 있으니 첫째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자기도 먹어보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조금 먹어 보라고 그릇에 부어 숟가락과 함께 주었다. 한 입 맛보더니 자기 입맛에도 맞는지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과자 봉지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박동기'가 누구냐고 물었다. 과자 봉지 뒤에는 장기 실종 아동에 대한 사진과 정보가 실려있었다.

  나는 쓰여있는 그대로 덤덤하게 설명해주었다.

  "세 살 때 집 앞에서 놀다가 누군가를 따라가버렸데, 그래서 엄마, 아빠가 찾고 있는 거야."

  아이는 아이 사진 옆에 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또 물었다.

  "이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

  "이 아이가 어른이 되었다면 이런 모습일 거라고 만들어 놓은 사진이야."

  아이가 한참 사진을 쳐다보더니,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되는데..."라고 말했다.

  "맞아,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안 돼. 어린이집에서 배웠지? 엄마 아빠 친구라고 해도 따라가면 안 되고, 맛있는 거 준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 돼. 우리 00은 엄마 전화번호 기억하고 있지? 엄마 전화번호는?"


  나는 아이에게 여러 상황을 상기시키고 내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지 확인했다. 아이는 다행히도 내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내가 이 과자를 먹을 때마다 과자 봉지 뒤를 꼭 확인하며 한참을 본다. 나도 덩달아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  안에 눕혀두었는데 사라진 아이, 소풍 갔다 사라진 아이, 누군가가 데려갔다는 아이 등 이 과자 봉지 뒤에는 사라진 아이들이 다.


  '실종'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무섭고 무겁다. 현재까지 1년 이상 장기 실종된 아이들의 수가 무려 839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2020년 한 해만 152명이라고 한다. 온 사방에 cctv가 설치돼 있는 시대에도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를 찾을 때까지 그들의 삶은 아이를 잃어버린 시점에 멈춰있을 것이다. 장기 실종 아이들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이슈가 만들어져 온 국민이 같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가 있는 나도 '아동 실종'은 남 이야기 같지만은 않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점에서 아이에게 눈을 뗀 1,2초 사이에 아이가 내 시야에서 사라진 일이 있었다. 순간 철렁하고 마음이 내려앉았고 머리가 하얘진 아이를 찾아 헤맸다. 다행히 아이는 근처에서 오르골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는 감당할 수 없는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꼈다. 부모에게 아이가 사라지는 일은 죽음보다도 무서운 일이다.


  아이와 외출 시에는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만약을 대비해서 아래 두 가지 정도는 해두는 것이 좋다.

  첫 번째는 지문등록이다. 첫째 아이가 걸어 다닐 수 있게 되면서 외출이 잦아질 때 는 첫째 아이 지문을 등록했다. 경찰서에 가서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경찰서 구경 간다고 아이는 좋아했다. 두 번째는 외출 시에는 부모 이름과 전호번호가 적힌 팔찌를 채우는 것이다. 전화번호가 새겨진 금팔찌가 있지만 금은 유괴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집에 두고, 고무로 제작된 팔찌를 주문해서 외출 시 착용하고 있다.

고무로 된 팔찌

  그런데 실종예방을 위해사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실종을 예방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피해야 할 상황을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주기적으로 말해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출처 : 안전 DREAM 사이트

   여러 상황 중 도움을 요청할 때 거부해야 한다는 것은 나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 예를 들어 할머니가 다가와 무거운 짐을 들어 달라고 하면 '다른 어른에게 부탁해주세요.'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남을 도우라고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어린이들을 기다려주지 않고 5월도 어느덧 끝나가고 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다시 부모님과 친구들의 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아이를 잃은 부모의 감히 생각할 없는 고통이 끝이 날 수 있도록, 장기 실종 아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임신, 출산 그리고 육아 3년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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