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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ul 16. 2021

둘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자기가 5살인 줄 아는 1살 아기

둘째는 3.5kg으로 태어났다. 누나가 2.9kg으로 태어난 것에 비해 꽤 크게 태어났다. 남자아이라서 그런가?라는 생각도 잠시, 나도 3.5kg으로 태어났으니 그건 아니고, 덩치 좀 있는 엄마쪽 유전자가 더 발현된 것 같다.


나는 여자치고 덩치가 좀 있는 편인데 거기에는 나의 넓은 어깨가 한 몫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떡 벌어진 직각 어깨를 보고 친구들은 '너 수영했니?'라는 질문을 남발했고 외모에 한창 신경 쓸 나이인 나는 내 어깨가 좀 거슬리긴 했지만 누구보다 바른 자세로 어깨를 더욱 쫙 펴고 걸었다. 넓은 어깨는 얼굴을 작게 보이게 하고 허리도 잘록해 보이게 하는 큰 장점이 있다. 물론 교복 상의 어깨에 들어가 있는 일명 '뽕'은 제거해야 했다. 뽕까지 있으면 정말 남자애들 부럽지 않은 어깨가 되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리 주저리 나의 직각 어깨와 남부럽지 않는 덩치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우리 둘째가 날 닮은 게 확실한 것 같아서다. 54개월 된 누나보다 11개월 된 동생이 얼굴도 크고 머리도 크고, 둘이 같이 앉아 있으면 덩치가 비슷하다. 분명 나의 유전자다.


  야리야리한 누나에 비해 단단한 몸매를 소유한 둘째는 그동안 조용히 누나가 장난감을 뺏어가면 뺏어가는대로, 누나가 툭치면 한대 맞고, 누나가 재밌는 장난감을 가지고 있어도 옆에서 엉덩이만 들썩이며 안절부절  할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둘째가 달라졌다. 


우선 목소리부터 아주 커졌다. 누나의 큰 목소리에 지지 않기 위해서인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인지 소리를 지른다. 마치 나도 목소리 크다고!라고 하는 것 같다. 목소리가 작은 나는 이 두 이아의 엄청난 목소리 크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정신이 아찔하다.  


아직 걷지는 못하지만 개구리처럼 폴짝 뛰어 누나를 덮치고 순식간에 기어가 누나가 가진 장난감을 가로채려 한다. 그러면 누나는 동생을 피해 줄행랑을 친다. 서로 쫓고 쫓기며 집안을 돌아다닌다. 누나는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게다가 자기도 5살인 누나가 하는 건 다하려고 한다. 누나가 책을 보면 꼭 그 책을 먹으려고(아직 보는 것보다 맛보는 것을 좋아한다) 누나가 빨대컵으로 우유를 먹고 있으면 똑같이 생긴 자기 빨대컵은 내팽개치고 누나한테 돌진한다. 누나가 트램펄린 위에서 점프하고 있으면 꼭 그 위에 기어 올라가 자기도 뛰려 하지만 이내 뒤집어진다.


이제 호락호락한 동생이 아니다

그래도 동생은 누나를 참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누나 방의 문을 열어젖히고 누나를 깨우고 누나 곁을 맴돌면서 논다. 누나가 병원놀이한다고 청진기로 진찰도 하고 주사도 놓고 약을 먹이는 시늉을 하면 얌전히 환자 역할을 해준다.


누가 뭐래도 누나 바라기 동생이다


아침마다 침대 위에서 누나와 동생이 뒹굴거리며 노는 모습으로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한다. 이제 곧 돌을 맞이하는 둘째를 보며 참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한다. 곧 12kg를 돌파하는 우량아, 마스크 쓴 사람들에게도 미소를 지어주는 미소천사, 열심히 누나를 따라 하는 따라쟁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행복바이러스, 둘째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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