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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an 09. 2019

잘 노는 아이로 키우자

노는 방법을 잘 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축복이다.

  지금 사는 집 앞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집을 구하러 다닐 당시는 봄이었고 놀이터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에서부터 하교 후 친구들과 노는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공인중개사 사장님은 다소 시끄러울 수는 있으나 아이 키우기 좋다고 하셨고 나도 태어날 아이가 집 앞 놀이터에서 노는 상상을 하며 집을 계약했다.

   난생처음 놀이터와 가까운 집에서 살아보니 아이들이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끊임없이 재잘대면서 뛰어노는지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은 수 십 명의 어린이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너무 시끄러워 창문을 열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 재잘거리는 소리가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 같았다.


  이사 온 1년 후 나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아이가 놀이터에 나갈 수 있는 개월 수가 되자 집 앞이 놀이터라는 점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굳이 나가지 못하더라도 언니 오빠들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우리 아이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그렇게 매일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아이들의 무한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몇 시간을 놀아도 지치지도 않고, 한정된 공간과 놀이기구 속에서 새로운 놀이 방식을 만들기도 하고, 때론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듯 심각해 보이기도 했다. 내 아이도 놀이터에 갈 때마다 자신의 인생에 있어 매번 커다란 도전을 수행했었다. 처음으로 계단을 오르고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며 비둘기를 쫓아다니기도 했다.


놀고 있는 아이들은 그저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가장 진지하게 온 마음을 쏟고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 미셀 드 몽테뉴 -

  


  아이들은 정말로 온 마음을 다해 놀고 있었고, 그것은 아이들이 성장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놀이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인지하고 있지만 그에 비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줘야 된다던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것 같다.


    나 역시 '놀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않았고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와의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자 '진짜 잘 놀아 주는 것' 혹은 '진짜 잘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된 《놀이의 반란》(책으로 나와있다)에서는 내가 궁금하게 생각했던 '진짜 놀이'(진짜  잘 놀아 주는 태도에 대해)에 대해 이야기한다.《놀이의 반란》에서는 그냥 놀아주는 것이 다 놀이가 아니라고 하였다. 놀이를 빙자해서 끊임없이 가르치려 하는 '학습형 엄마'와 엄마가 놀이를 주도하는 '주도형 엄마'는 가짜 놀이를 하는 것이며, 아이의 눈높이에서 놀이에 동참하고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는 '자율형 엄마'만이 진짜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 나도 매사 뭐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성향이 다분했던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고 뜨끔 했다.



  즐거움, 자발성, 주도성이 있는 놀이가 진짜 놀이이다

                                                              - 《놀이의 반란》 -

  



   육아의 9할은 부모의 디테일한 관찰이라고 생각한다. 놀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놀이의 반란》에서는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아이가 진짜 뭘 원하는지 유심히 아이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놀이를 통해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자기표현을 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감정교류를 충분히 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잘 구분시켜 주어야 한다고 했다.(인용 1)



    아이들에게 놀이가 중요하다고 해서 그냥 놀게 내버려 두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좋은 놀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놀이 자극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24개월 전에는 오감놀이, 48개월까지는 체험놀이, 48개월 이상은 협동놀이 경험이 되는 놀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하다.(인용 2)


   프뢰벨, 몬테소리(놀이 교구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교육학자 이름이다) 같은 교육학자들은 아이들을 깊이 관찰하고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대한 공부를 통해 깨달은 철학을 기반으로 놀이 교구를 만들었다. 굳이 이 유명한 놀이 교구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 대신 그들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교구를 만들었는지 한 번쯤 찾아본다면 아이들의 놀이 환경과 놀이 방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시기적절한 놀이 자극을 주고 아이가 자발적으로 놀이를 주도하며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아이에게 너와 함께 놀이를 하는 것이 매우 즐겁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함께 놀면서 아이를 웃게 만드는 것을(신나는 웃음이던지 만족스러운 미소던지) 나름 나의 진짜 놀이 기준으로 세우고 있다.

  놀이는 아이들이 인생을 배우는 방식이라고 했다. 즐겁고 행복하게 놀 줄 안다는 것은 인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줄 안다고 말할 수 있다.(인용 3) 



 노는 법을 아는 것은 축복받은 재능이다

                                                                        - 랠프 월도 에머슨 -




    인생을 풍요롭게 산다는 것은 남들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능력이다. 그것은 물질적으로 풍요롭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유아기 시절부터 스스로 즐겁게 탐구하고 성취하고 충만함을 느끼는 경험에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우리 아이가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잘 노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인용 1) 『놀이의 반란』EBS 놀이의 반란 제작팀, 지식너머, p193

(인용 2) 『놀이의 반란』EBS 놀이의 반란 제작팀, 지식너머, p206

(인용 3) 『놀이의 반란』EBS 놀이의 반란 제작팀, 지식너머, p17

(참고서적) 계간지 <뉴필로소퍼(Vol.4:워라밸의 시대, 잘 논다는 것)>,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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