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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Jan 23. 2019

전지적 엄마 시점

엄마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너무도 달랐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가 되면서 세상이 달라 보였다.
공간은 같은데 다른 세상으로 들어온 기분이었다. 최근 증강현실*을 소재로 방영된 '알함브라의 추억'의 캐릭터들이 스마트 렌즈를 끼고 게임의 세계로 들어가듯이 난 엄마 시점 렌즈, 즉 모든 것을 엄마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렌즈를 장착한 것 같았다.


   출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아이 관련 뉴스라던지 정보들이 눈에 쏙쏙 들어왔다. 교육문제, 환경문제, 먹거리 문제 심지어 골치 아픈 정치문제까지.... 내 아이 그리고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이 심각하게 다가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냥 쉽게 넘겨버린 일들이었다. 아마 이전에도 똑같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었을텐데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솔직히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더 치중해있었다.


   엄마가 되어서는 사회문제를 접할 때 '뭐 어떻게 되겠지.'라던가 '누군가 해결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사라졌다. 그래서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단체도 등장하고 그런가 보다. 그녀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라는 퀘스트에 도전하는 레벨 높은 엄마들이라면 나는 아직 퀘스트에 도전도 못하는 수준이다. 지금 열심히 레벨을 올리는 중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다들 아이들 엄마라 대화 주제는 역시 아이들이었다. 한참 이야기를 하다 10년 차 승무원인 친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처음 비행할 때와는 다르게 요즘 엄마들의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는 아이가 울거나 보채면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사과를 하는 엄마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나 몰라라~ 하거나 승무원이 도와주겠지~라는 태도의 엄마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도 엄마 시점 렌즈 착용 후 나 자신이 부끄러웠던 일이 떠올랐다. 몇 달 전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아쿠아리움을 방문을 했었다. 식당가에서 식사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아이가 우유를 달라고 갑자기 떼를 쓰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남편에게 식당 주방에 가서 우유 좀 데워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다. 아이껀데, 부탁하면 해주지 않겠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난 왜 모든 사람들이 아이나 부모에게 호의를 베풀어어야 다고 생각했을까?


  남편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는 우선 수유실이 있는지 찾아보자, 라는 이성적인 대답을 했다. 그 순간 나는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보채는 아이를 빨리 달래야 한다는 엄마의 역할에 너무 몰입된 나머지 앞뒤 생각 안하고 오직 우유를 데워서 아이 입에 물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던 것이다. 내가 식당 직원이었으면 우유를 데워달라는 엄마를 뭐라고 생각했을까? 나의 실수를 막아준 남편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엄마가 되면 엄마의 역할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의하지 않는다면 아마 이  세계에서 버그*가 될지도 모르겠다. 게임을 너무 몰입해서 하면 진짜 현실세계와 구분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건강도 안좋아진다. 게임도 정기적으로 로그아웃을 해주어야 하듯이 몸건강과 정신건강을 위해서 나도 엄마 시점 렌즈를 때때로 벗고 로그아웃을 해야겠다. 버그로 삭제되기는 싫으니까.


<용어설명>

*증강현실: 실세계에 3차원 가상물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

*버그: 컴퓨터 프로그램의 결함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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