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있다.
그 울음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온다. 울음이 울기 시작하면 내 몸속의 장기들이 모두 꿀렁거린다. 그 울음은 나만 느낄 수 있다. 울음이 찾아오는 이유는 모르겠다. 울음의 정체도 모르겠다. 오직 울음이 계속 찾아올 거라는 것만 안다.
어느 날 책을 읽다 울음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저녁노을이 유난히 빨간 날,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그때.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불 던 저녁나절,
너울대는 수수 이삭을 바라보던 그때.
글로만 남아있는 그녀는 자신도 알 수 없는 비애감에 눈물을 흘렸다고 하였다.
설명할 수 없는 울음.
그 이름은 비애였다.
울음을 분석하지 않을 것이다. 설명하려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저 멀리서부터 이어진 근원적인 슬픔과 서글픔이다.
조용히 내리는 새벽 빗소리에 울음이 찾아온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