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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r 07. 2019

청개구리를 낳았나 보다

점점 고집이 세지고 자기주장이 강해지더니 결국 청개구리가 되었다

  20개월쯤부터였을까, 뭐든지 '아니야, 아니야~'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옆집 친구는 '싫어, 싫어'고 또 그 앞집 친구는 '안돼, 안돼'였다. 아이들이 자아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부정어를 쓰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던데, 드디어 그런 날이 온 것이었다. 아이를 낳고서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서 좀비처럼 살았었다. 그때 육아 선배 친구들이 갈수록 신체적 힘듦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어진다고 했었다. 두 돌이 가까워지니 그 말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아이가 맥락 없이 '아니야, 아니야~'를 남발할 때는 정말 부처님, 하나님을 다 모시고 와 내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한동안 '아니야 아니야'에 집중하더니 거기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내가 할 거야!


  뭐, 자기 스스로 한다고 하면 두 팔 벌리고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이것 또한 인내심을 요하게 했다.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은데 신체적 운동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니 짜증을 내고 울고불고 난리였다. 그런데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옆에서 도와주면 더 난리가 난다. 자기가 해야 하는데 엄마가 해버렸기 때문이다. 아이를 도와줄 때는 자존심 안 상하게, 몰래, 노련하게 도와주어야 했다. 엄마가 도와줘서 된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성취한 것으로 해야 했다. 두 돌도 안된 아이가 뭘 알겠냐 하지만 자존심도 있고, 눈치도 있고, 알건 다 안다. 그런데 너무 어려운 것을 시도할 때는 지금은 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했다. 그래서 '언니 작전'을 쓰기 시작했다. '이건 언니가 되어야 할 수 있어~'라고 말하니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놀이터에 갈 때마다 언니들이 노는 것을 보고 그때마다 언니들은 그네도 혼자 타고, 흔들 다리도 혼자 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그런지 '언니'는 자기보다 크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루어졌다.


전 언니예요!


  맙소사! 자신을 스스로 '언니'로 칭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지효는 너무 귀여워~'라고 말하면 단호하게 자신은 귀엽지 않고 '언니'라고 하는 것이었다. 아기 지효라고 해도 아니라고 하고, 예쁜 지효라고 해도 아니라고 하고 자신은 언니 지효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후로 뭘 하나 해내면 언니라고 하며 뿌듯해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언니 지효가 되니 나쁘지 않았다. '우리 지효 이제 언니니까 혼자 누워서 자야지~', '언니는 기저귀 안 하는데~' 등 언니를 소환하면 웬만해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하지만 한동안 언니 놀이에 푹 빠져서 지내는가 했는데 점점 효과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다 컸어요!


  26개월을 지나가는 요즘은 이제 다 컸다고 하고 다닌다. 너 아직 멀었거든?! 그러더니 청개구리처럼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 '지효야, 우유는 저기 의자에 앉아서 마셔.'라고 말하니 날 한 번 쓰윽 쳐다보더니 서서 먹는다. '지효야, 이제 목욕하자'라고 했더니 '싫어요'하며 도망가 버린다. 그래서  '지효야 목욕하지 말자, 목욕하면 안 돼'라고 했더니 목욕하러 간다고 한다. 오, 신이시여.

  몇 달 전부터 두 발 뛰기를 열심히 연습하기 시작했었다. 마음은 두 발 뛰기인데 한 발씩 뛰어졌었다. 그렇게 몇 달을 연습하더니 이제 두 발로 제법 잘 뛰게 되었다. 두 발로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엄청난 성취였나 보다. 하루 온종일 집안 곳곳을 다니며 두 발로 뛴다. 그 모습이 마치 개구리 같다. 아무래도 청개구리가 되려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었나 보다. 게다가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는 얼마나 좋아하는지 매일 큰 소리로 불러댄다. 목청도 좋아서 집이 쩌렁쩌렁 울린다.  


  그런데 이 청개구리에게는 어떤 작전을 써야 될까.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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