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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May 13. 2019

종교 없이 아이 키우기

종교보다는 과학과 철학이 너의 곁에 있기를

   나는 기독교 모태 신앙으로 과거 종교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남편은 불교 신자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의 영향을 받고 자랐지만 불교신자는 아니다. 앞으로 우리 둘 중 누군가가 종교를 가질 확률은 매우 낮다. 둘 다 종교보다는 철학과 과학에 더 관심이 많고 종교에 회의적이라 우리 가정에서 종교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확률도 매우 낮다.


  더불어 우리 가정 내에서 아이에게 종교적 가르침을 행할 일도 없을 것이고 우리 아이가 자신의 의지로 종교를 선택하기 전에는 종교를 가지게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집 밖을 벗어나기 시작하니 종교적 환경에 대해 고민이 발행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아이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어린이 집이며,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깝고, 평판도 나쁘지 않은 어린이 집을 교회에서 운영한다. 내년에는 유치원에 갈 수 있는 나이라 여러 유치원을 알아보는데 마음에 드는 곳이 모두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교육한다고 홈페이지에 크게 적어 놓은 곳도 있다.


  가정과 교육기관과의 가치관이 동떨어지게 되면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면이 월등히 좋아 유치원 리스트에서 배제하기가 쉽지가 않다. 게다가 유치원도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언감생심으로 해당 유치원에 가야 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모태 신앙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무 의심 없이 기독교적인 세계관을 그대로 흡수하였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는 그 세계관이 전부가 아니고 더 나아가서는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구심으로 치열한 고민을 해야만 했다. 처음 나에게 의문을 던진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진화론과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창조론이었던 것 같다. 과학적 증거와 역사적 사실로 증명되는 진화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웠. 기독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때 우리나라는 성경의 이야기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는 근본주의적 기독교 성격이 강했던 것 같다. 내가 다니던 교회도, 그때의 가르침도 그랬다.(교회를 떠난 지가 오래돼서 지금의 한국 기독교 상황은 어떤지 알 수 없다.)



  아마 내 아이는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서 고민할 일은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종교적 신념과 세속적 생활 사이에서의 갈등도 겪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신 없는 사회>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매우 흥미로웠다. 책에서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비종교적인 국가 중 하나인 덴마크 사회(북유럽 가들이 대부분 덴마크와 비슷하다)와 서구 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종교적인 국가인 미국 사회를 비교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종교적이라는 것이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을 하기 전에 하나님께 자문을 구했다고 공식 언론을 통해 이야기를 하고 또 그 발언에 대해 미디어나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이야기를 대통령이 했다면 어땠을까?

  

  반면 덴마크는 국교도 있고 교회세도 내고 있지만 사람들은 종교에 대해 생각할 때가 드물고 종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보다도 훨씬 더 드물다고 한다.


   그 책에서 저자가 한 인터뷰 내용에서 한 인터뷰이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덴마크에서 하나님이라는 단어는 가장 당혹스러운 단어 중 하나예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느니 차라리 알몸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편이 더 나을 정도예요.'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 사람들을 소위 합리적인 회의주의자들이라고 부른다. 종교, 과학, 철학적 물음에 정말 그러한가? 의구심을 품고 이성적 사고로 그 물음에 해답을 찾으려 한다. 종교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도 맹목적인 믿음이 없다.


  그들의 이런 삶을 대하는 태도가 차갑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윤리적이고 충만하며 현실적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다. 단지 복지가 잘 된 나라여서 만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종교가 없는 세속적인 사회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가 는 사회나 사람들이 종교가 는 사회나 사람들보다 더 윤리적인가를 묻고 있다. 물론 대답은 '아니다'이다. 과거 역사를 봐도 종교전쟁이 가장 참혹하고 가장 빈번하며 지금도 자행되고 있다. 종교적 신념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 집단적 독선과 독단에 빠지는 일이 허다하다.



  혹자는 신앙 안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이를 더 올바르게 키울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덴마크 사람들과 사회를 보고 종교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내 결정이 아이에게 더 이로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마 아이가 종교와 관련해 질문하는 날이 올 것이다. 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물을 것이다.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에 대해서 물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대답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대답 대신에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책을 건네주고자 한다. 더불어 종교를 연구한 책들도 함께.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합리적 회의주의자 자세로 자신만의 해답을 구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먼 과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종교, 철학, 과학을 통해 그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 하였고 현재도 진행형이지만, 우리의 삶이 그 해답을 찾기 위함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일 것이다.



무엇보다 신에 의지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의미를 찾기보다 스스로 의미를 만들고 사유하며 사는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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