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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Sep 10. 2019

아빠, 핸드폰은 넣어두세요

아이와 놀지 못하는 아빠, 아빠와 놀고 싶은 아이

  나는 베란다에 서서 집 앞 놀이터를 내려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랬더니 요일별, 시간별로 놀이터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패턴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평일은 오전 8시 반 정도부터 초등학생들이 놀이터에서 모여들기 시작한다.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 함께 등교한다, 9시 반경에는 아직 기관(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놀러 오거나 기관에 다니는 아이들은 엄마와 잠시 놀다 기관에 간다. 그 후 12시 정도까지는 소강상태이다가 12시 이후 초등학생들이 하교를 하면서 삼삼오오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아이들의 엄마들도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3~4시 정도 되면 기관에서 하원 하는 아이들이 엄마 손을 잡고 나타난다. 초등학생들도 학원이 끝나고 놀이터로 몰려온다. 그때부터 저녁 6~7시 전까지 놀이터가 가장 복작거리는 시간이다. 저녁 시간이 되면 어느새 놀이터는 텅 비어버리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된다.



  평일에는 엄마와 아이들이 북적 거리지만 주말에는 아빠와 아이들이 그 자리를 채운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물론 '주말'의 강조는 어른들의 시점 이리라. 아이들은 주말이라고 늦잠을 자지 않는다) 아이는 오전 7시에 일어나 엄마와 아빠를 깨우고, 아침밥을 먹고, 오전 9시가 되지도 않았는데도 심심하다고 놀아달라는 아이 때문에 또는 아내 등쌀에 떠밀려 나온 아빠와 아이들이 주말 아침부터 놀이터 출근도장을 찍는다. 물론 자발적으로 나오는 아빠들도 있을 것이다(있다고 믿고 싶다.).


  근데 놀이터에 나온 아빠들의 열의 일곱은 핸드폰을 보고 있는다.


  어느 주말 아침 놀이터를 내려다보니 아이가 혼자서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고 있었다. 아빠는 구석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너무 안타까웠다. 혼자 그네를 타던 아이가 '아빠~그네 밀어주세요'라고 말했는지 아빠가 천천히 벤치에서 엉덩이를 떼고 아이에게 다가와 그네를 밀어주는데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 손으로 대충 아이를 밀어주었다. 나는 안타까움을 너머 그 모습이 슬펐다.


  아이들과 노는 것이 힘든 이유는 자신들은 노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의 마음으로, 동심으로 어가 아이와 함께 놀 수 있다면 전혀 힘들지 않다. 그것이 안된다면 놀아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핸드폰만 쳐다보는 아빠는 아마도 집에서도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적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놀아줘야 될지 모르니 힘들고 지겨운 것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 육아에 서툴고 자녀와의 관계가 어색해지는 아빠들에게는 엄마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냥 아빠들에게 육아 좀 해라~~ 아이들이랑 놀아라~라고 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평소에는 아이의 일상 스토리를 많이 들려줘야 된다. 아이에게도 아빠 이야기를 많이 해줘야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면 퍼즐 놀이, 공룡 놀이, 마트 놀이 등 요즘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놀이를 시작하게 하고 아빠를 참여하게 한다. 놀이터에서도 술래잡기 놀이, 그네 밀어주기 등 엄마와 아이가 평소에 어떻게 노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 물론 그래도 핸드폰만 쳐다보는 아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빠들은 아이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기를 바랄 것이다.



   처음은 어려워도 아이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빠들만의 놀이가 만들어질 것이다. 아빠와 더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잘 노는 아이가 머리가 좋아진다(성적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핸드폰만 쳐다보는 아빠가 있는 반면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아빠들도 물론 있다. 우리 집 앞 놀이터에는 매 주말마다 아침부터 나타나는 쌍둥이 아빠가 있다. 쌍둥이들이 걷기 시작할 때부터 거의 세돌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항상 아빠와 나타난다. (그동안 쌍둥이 엄마는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아빠는 아이들과 노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다. 움직임이 재빠르고 적극적이다. 멀리서 지켜봐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핸드폰에 뺏기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억에도 남지 않을 핸드폰 속 이야기를 뒤적이는 동안 아이는 그런 아빠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문득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이 노래 가사처럼 아이는 좋은 장난감, 예쁜 옷이 아니라 아빠의 사랑이 담긴 눈길을 바라지 않았을까...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

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
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알약이랑 물약이 소용 있나요

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세요 사랑해주세요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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