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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Oct 31. 2019

아이 두고 여행 가기

엄마 놀러 갔다 올게~ 잘 있을 수 있지?

   지금 여긴 인천공항이다. 몇 시간 후면 친구들과 23일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신혼여행 이후 4년 만에 공항에 발을 디뎠다. 아직 난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보지 않았다. 해외에 가서까지 육아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난 아이와 가는 해외여행보다 친구들과 가는 여행을 꿈꿨었다.


   이 여행의 동참한 5명은 20년 전 떨어지는 낙엽만 보고도 까르르, 아니 이렇게 예쁘게 웃지 않았던 것 같다. 왁자지껄 떠들며 교정을 활보했던 고교 동창들이다. 1명을 제외한 4명은 모두 엄마의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1년 전 부푼 기대를 안고 싱가포르행 티켓을 끊었다. 그 후 나는 이 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어린이집  등원도 이 여행을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의 일부라면 일부일 수 있다. 또 아이의 아빠와의 놀이 시간을 점차 늘리고 남편이 아이를 혼자서도 씻기고 먹이고 재울 수 있도록 연습시켰다. 게다가 남편도 친구랑 해외여행 간다고 해서 허락했다.


단 3일을 위해 1년을 준비하다니...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3일이다.



   여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내 신경은 더욱 곤두섰다. 아침마다 아이의 체온을 재며 아이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몇 달 전 두 차례 열이 39도까지 오르는 감기를 겪었기 때문에 더욱 아이의 건강에 예의 주시했다. 여행 3일 전에는 갑자기 미열이 올라 집중 케어에 들어갔다. 다행히 하루 만에 정상 체온으로 돌아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아이 건강 챙기다 내 컨디션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남편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는 ' 안돼~~~ 난 기어서라도 가겠어!!!'라고 울부짖었다.



    그런데 출발일을 얼마 두지 않고 낙오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시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한 명의 친구가 눈물을 머금고 표를 취소해야 했다. 친구의 시아버지의 건강도 매우 걱정되었지만 지금 아니면 또 언제 같이 여행을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안타까웠다. 며칠 뒤 또 한 명의 낙오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남편이 목디스크 몸져누웠다는 것이었다. 다소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라 아무리 1년 전부터 준비했던 여행임에도 맘이 편하게 가지 못할 바에는 안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인원은 3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단톡 방에 언젠가는 다 함께 가자는 이야기가 슬프게 오갔다.


   하지만 나는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아이도 남편도 아이를 봐주신다는 우리 엄마도 나도 모두 컨디션이 좋았다.


 이건 기적이다!!! 나에게 꿈같은 3일이 주어줬다.


   마음 같아서는 잠도 안 자고 놀고 싶지만 어쩌면 우린 10시 전에 취침모드로 들어갈지 모르겠다.

   안돼~~~ 눈을 감고서라도 놀 거야!!!! 놀아야 한다!!!



  아가야~ 엄마 없이 3일을 잘 지내렴~

  엄마 놀다 올게^^

  근데 벌써 보고 싶은 건 뭐지...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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