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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무지개 Nov 11. 2019

둘째를 선언하며 3년 육아를 마무리하다

나는 더 행복하고 더 용감해졌다

    사실 인생에 결혼 계획은 없었는데 갑자기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나타나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되었다(결혼이 갑자기 하고 싶은 찰나에 우리 남편이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아이는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혼 후 1년 반 만에 아이를 낳았다. 딸이 태어난 뒤 3년 동안 아이에 빠져들어 육아에 전념했다. 내가 이렇게 열정을 다해 무엇인가를 했었던 적이 없었다. 지구력이 없어 금세 그만두기의 달인인데 말이다. 3년이 죽도록 힘들었지만 반대로 너무 행복하고 보람되기도 했다. 그래서 '엄마가 가장 잘한 일이 널 낳은 거야~'라는 말이 나오나 보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이루어진 세 가족이 너무 소중하고 완벽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아이가 두 돌이 지나면서 슬슬 둘째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뒤로 하루에도 손바닥 뒤집듯이 낳자, 낳지 말자가 반복되었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 1년이 흘렀다. 이렇게 고민 할바에 낳자. 아니 이렇게 고민하는 걸 보면 안 낳고 싶은 거야. 도대체가 끝나지 않았다. 둘째는 없다고 말하면서도 딸아이의 작아진 옷이며 신발, 장난감, 책은 서랍에 고이 잘 챙겨두었다.



이건 무슨 지킬 앤 하이드처럼
내 안에 두 명의 자아가 매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노트를 펼쳐서 노트 가운데 세로 줄을 쫙 긋고 왼쪽에는 둘째를 낳고 싶은 이유, 오른쪽에는 둘째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를 적어 보기로 했다.


  왼쪽 편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적었다.

1. 부모가 죽고 나면 사촌도 없어서 혈육이 없다

2. 아이들이 같이 자라면 좋다

3. 책, 장난감, 옷, 신발 등 혼자 쓰기 좀 아깝다

4. 아이가 예쁘다(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또 보고 싶다)


그리고... 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실 1,2번은 혈육이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형제 사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라던지 가정환경이 영향을 준다. 3번은 필요한 것만 사고 물려주고 기부하면 다. 4번은 정말 강력하긴 하지만 3년 동안 힘들었던걸 생각해보면 정신이 번쩍 들긴 한다. 그런데 좀 살만해지니 그 힘듦에 대한 체감이 가물가물 해졌다.



  다음은 오른편에 적은 이유들이다.

1. 다시 처음부터 육아를 시작해야 한다

2. 둘은 어떻게 키워야 할지 감이 안 온다

3. 금전적으로 부족해진다

4. 노산이라 아이가 걱정된다

5. 노산이라 내 몸이 걱정된다

6.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한다

7. 미세먼지 등 지구 환경이 걱정된다

8. 우리나라 정치적 경제적 환경도 걱정된다


  낳고 싶지 않은 이유는 적자면 계속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시어머니는 둘째를 낳는다고 하면 도시락 싸서 들고 말리러 다니시겠다고 하실 만큼 둘째를 낳고 고생을 심하게 하셨다고 했다. 내가 결혼한 이후로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그때 고생한 이야기를 안 하시는 적이 없다. 아이 둘 있는 집들도 애가 둘이면 2배가 아니라 3배, 4배, 5배가 힘든 것 같다고 하니 무튼 힘들기는 무척 힘든 일인가 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마음이 둘째를 낳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종족번식을 위해 내 안의 DNA들이 무슨 마술을 부리는 게 틀림없었다. 어떤 결정적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둘째를 낳을 결심이 서게 되었다. 


 아마도 이미 답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용기가 없었고 긍정적이지 못해 주저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생뚱맞게 들릴지는 몰라도(사실 나에게는 매우 심각한 일이지만) 때마침 읽게 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 플라스틱을 먹는 벌레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들이 둘째 낳기를 결심하게 만드는데 일조를 했다. 아이를 낳고서 육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환경오염이었다. 아이의 생활이 지구 환경(땅, 공기, 물 등)직결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며 인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남들이 힘들 다니까 힘들 것 같아서, 앞으로 더 세상살이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경험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것은 직접 경험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과 맞지 않다. 둘째를 낳으면 힘들지만 절대 후회는 안된다는 지인이 말이 생각난다.



  둘째를 낳는 결심이 이리 비장해야 되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한 생명을 지구로 초대하는 것이니 신중해야 하는 것이 맞다. 결심만 했을 뿐인데 내 안에서 용기와 희망이 싹트는 느낌이 든다. 힘든 것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고, 교육비, 생활비 등 금전적 씀씀이는 내가 하기 나름이고, 아이 둘 있다고 자아실현 못하라는 법도 없다. 이 자신감이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르겠다.



  첫째 아이가 나에게 말할 수 없는 행복을 가져다주었다면
둘째 아이는 나에게 커다란 용기와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아이의 세돌이 다가오고 있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꽤 괜찮았던 엄마였다고 나 자신을 토닥이고 싶다. 


   3년의 육아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었다. 그러기에 두 번째 아기 천사를 초대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될 시간을 기대하며 이제 3년의 기록에 마침표를 찍는다.


책으로도 만나보세요!!!

http://naver.me/56Izi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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